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중국은, 왜] 버릴까, 살릴까…시진핑의 '뜨거운 감자' 헝다

입력 2021-09-25 06:58 수정 2021-09-25 09:51

빚 내서 돌려막은 '부채 주도 성장'
대출 356조 원…부동산 빚 세계 최다
만기 이자 급한 불 껐지만 리스크 여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 대세 하락
재정투자로 돈 풀어 7%대 성장 이어가
헝다 무너지면 합작한 지방정부 타격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빚 내서 돌려막은 '부채 주도 성장'
대출 356조 원…부동산 빚 세계 최다
만기 이자 급한 불 껐지만 리스크 여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 대세 하락
재정투자로 돈 풀어 7%대 성장 이어가
헝다 무너지면 합작한 지방정부 타격

헝다그룹. 〈사진=지후닷컴 캡처〉헝다그룹. 〈사진=지후닷컴 캡처〉
추석 연휴를 달궜던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의 파산 위기가 안갯 속 국면입니다. 위안화 채권 이자 고비는 넘었지만 달러 채권 이자는 못 냈다는 전언이 시장에 퍼지면서 디폴트 우려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이 고비를 넘는다해도 중기 예측은 안갯 속 절벽 코스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23일 보도는 비관적입니다.

“연말까지 이자만 6억 6900만 달러, 내년에는 원금 상환도 예정돼 있다.”

시장에선 헝다를 3~4개 회사로 쪼갠 뒤 국유화하는 시나리오와 당국이 개입해 제한된 수준에서 부도 처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고 합니다. 헝다가 무질서하게 붕괴할 경우 뒷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헝다는 천문학적인 레버리지(대출)에 의지해 부동산 사업을 확장해왔습니다. '부채 주도 성장'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 당국이 신규 대출을 조이고 기존 대출 회수에 나서자 상황이 급반전했습니다.

빚 내 얼른 지어서 팔아, 이자 갚고 다시 빚 내 '짓고 짓고 또 짓고'하던 헝다의 돌려막기 방정식이 무너지기 시작한 겁니다. 한 해 내내 자금경색과 유동성 위기에 빠진 헝다 리스크가 시장에 긴장감을 안기더니 추석 연휴에 기어이 디폴드 기로에 서게 됐던 겁니다.

헝다의 존망을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헝다가 상장한 홍콩 시장에선 당국이 '질서 있는 퇴진'을 유도할 것이란 추정이 대세입니다. 거품을 빼고 체질을 개선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거지요.

 
헝다그룹의 쉬자인 회장. 2012년 정협 기간 중 고급 에르메스 벨트를 차고 나와 논란이 됐다.〈사진=바이두 백과 캡처〉헝다그룹의 쉬자인 회장. 2012년 정협 기간 중 고급 에르메스 벨트를 차고 나와 논란이 됐다.〈사진=바이두 백과 캡처〉

게다가 대출 규모가 350조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순수 차입금 규모만 따지면 은행이나 사회 전체가 흡수해야 하는 충격은 전체 대출에서 1% 미만 수준에 그치는 만큼 그냥 놔두고 파산을 지켜볼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파산을 막지는 않지만 금융 시스템이나 사회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그때 그때 상황 봐가면서 대응책을 펴겠다는 거지요.

질서 있는 퇴진이든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든 헝다에 대해 당국이 이렇게 시간을 주고 대응하는 것은 특이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 대마불사…中 도시 거주민 재산 78%는 부동산

국영기업도 싹수가 노랗다 싶으면 가차 없이 부도 처리해 큰 기업에 합병시켜 버리거든요. 전략 산업인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만 해도 시장이 예상한 수순을 따랐습니다. 칭화유니는 헝다와 비교해 부채 규모는 작았지만 디폴트설이 시장에 돈 지 얼마 안돼 디폴트에 들어갔고 결국 파산 수순을 밟았습니다.

하물며 헝다 같은 민영기업을 놓고 시장 불안을 좌시할 중국 당국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뭣 때문에 당국은 헝다에 시간을 주는 걸까요.

헝다가 바로 민생 경제에 깊이 뿌리 박고 있는 부동산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은 중국 GDP의 29%를 차지하는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입니다. 도시 거주 중국인은 재산의 78%가 부동산에 묶여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대마불사 효과도 있지만 국영기업을 구조조정하는 선례를 보면 사이즈는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평균 20%를 밑돌았던 국영기업 디폴트는 지난해 50%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안봐주겠다는 거지요. 하지만 '부동산 주도 성장'에 의존했던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기업 헝다가 차지하고 있던 특수한 위치 때문에 중국 당국은 과감한 구조조정의 칼 앞에서 멈칫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이 뭐길래 이러는 걸까요.

 
〈그래픽=중앙일보 〉〈그래픽=중앙일보 〉
〈그래픽=중앙일보〉〈그래픽=중앙일보〉

중국공산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자랑 삼았던 폭발적 GDP 성장률과 부동산 부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첫째, 성장률 유지를 위해 푼 돈이 주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둘째, 성장률로 평가받는 지방 정부 리더들이 부동산 개발에 올인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중국 경제와 헝다가 대표하는 부동산 부문은 쉽게 등 돌릴 수 없는 미묘한 관계가 된 겁니다. 한마디로 헝다는 시진핑의 '뜨거운 감자'인 겁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고도 성장 가도를 달립니다. FT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중국의 GDP 성장률은 연평균 10.4%였습니다. 다음 10년인 2010~2019년 성장률은 줄어들었지만 평균 7.68%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성장률 저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정적 변곡점이었습니다. 수출경쟁력이 정점을 찍었죠. 인건비 상승과 부동산 등 고정투자비용 증가로 생산 단가가 올라가면서 수출이 꼭지점이었습니다. 게다가 금융 위기로 미주와 유럽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중국 경제는 과잉 생산 문제로 그늘이 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수출 주도 경제는 2016년 7.7%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세계의 공장이자 굴뚝이었던 중국 경제는 종언을 고했습니다.

중국은 이런 위기가 엄습하자 돈을 풀어 경제를 부양하곤 합니다. 재정 투자를 강화해 성장률을 맞춥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인프라 투자를 늘렸고 기업에는 돈을 빌려주도록 독려했습니다.

 
"헝다는 내 돈을 돌려달라. 피땀 흘려 번 돈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계약자.〈사진=바이두백과 캡처〉"헝다는 내 돈을 돌려달라. 피땀 흘려 번 돈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계약자.〈사진=바이두백과 캡처〉

정부가 푼 돈은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헝다 사태의 본질을 알기 위해선 이 돈의 흐름을 봐야합니다.

방출 자금은 국유은행 창구를 통해 국유기업으로 풀립니다. 국유기업은 담보가 확실하고 당이 뒷받침하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 선호도가 제일 높은 고객입니다. 기업은 정부의 지시대로 투자했고, 신규 설비를 늘리는 데 돈을 썼습니다.

시장이 얼어붙어 수출이 줄어들었는데 설비를 늘리고 투자를 늘렸으니 과잉 생산이 일어납니다. 2010년대 중국 경제의 고질병이었던 공급 과잉 문제는 이렇게 초래됐습니다. 철강·시멘트·알루미늄이 대표적인 분야였죠.

■ 산간오지에도 아파트…전국서 투기 열풍

정부가 푸는 돈이 모두 국영 사이드로 가는 건 아닙니다. 일부 자금은 지방 정부 산하 개발공사에 흘러 들어갑니다. 부동산 개발이 본격화됩니다. 연해 지역 뿐 아니라 장강 연안, 윈난성 산간 오지까지 산을 깎아 터를 만들고 아파트가 들어갑니다. 버블이 부풀어 오릅니다. 1선 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폭등은 2~3선 도시로 이어지면서 중국 전역에서 투기 붐이 일어났습니다. 헝다는 이 과정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키면서 일약 전국구로 성장합니다.

나머지 자금은 각종 자금신탁 회사의 재테크 상품의 보증금으로 쓰였습니다. 신탁회사는 그 돈을 발판으로 재테크 상품을 만들어 팔았고 대중으로부터 모은 그 돈은 각종 부동산 개발업체나 지방 정부 산하 개발공사로 유입됐습니다. 이게 '그림자 금융'입니다. 그림자 금융을 새로운 동력원 삼아 부동산 버블은 다시 부풀어오릅니다. 헝다도 그림자 금융으로부터 많이 끌어다 썼습니다.

시진핑 지도부가 헝다 문제에서 시간을 두고 보는 것은 지방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특별한 위상 때문이기도 합니다. 부동산은 지방 재정, 지방 성장률의 견인차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선 토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용권만 인정합니다. 부동산 회사는 경매에 나온 지방 정부 소유의 땅이 나오면 사용권 입찰에 나섭니다. 땅 확보 자체가 치열한 경쟁이기 때문에 낙찰되기만 하면 돈 벌 기회가 됩니다.

지난 20년은 부동산 대세 상승기였기에 땅만 확보하면 은행에서 대출이 나오고 골조만 짓고 나면 분양이 척척 됩니다. 즉 자금력과 인맥, 정보력을 총동원해 지방 정부의 땅을 낙찰받기만 하면 이 성공 방정식은 굴러가는 겁니다.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는 비즈니스였습니다. 이런 사업 모델이었으니 돈만 끌어당길 수 있으면 사업은 탄탄대로였습니다. 그림자 금융을 끌어오고 은행 대출을 풀로 당겨 쓰는 게 사업 차원에서 보면 시도해 볼만했습니다. 리스크를 신경 쓰고 말고 할 게 아니었던 겁니다.

■ 부동산기업에 의존한 지방정부 살림
 
중국 허난성 일대에 헝다그룹이 반쯤 짓다 만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중국 허난성 일대에 헝다그룹이 반쯤 짓다 만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방 정부는 주요 세원인 부동산 기업에 의존하는 재정 구조로 성장 전략을 짰습니다. 지방 정부의 리더들은 지방경제의 성장률로 중앙으로부터 고과 평가를 받았습니다. 죽기살기식으로 땅을 팔아 지방 살림을 늘렸습니다. 우한이 대표적이었죠.

얼마나 밀어대고 땅을 팔았길래, 우한시 서기는 '미스터 불도저'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2020년 중국의 토지사용권 판매 수입은 재정수입의 46%에 달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헝다로 대표되는 부동산 부문이 타격을 입을 경우 부채에 시름하고 있는 지방 정부는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중국의 지방 재정은 중앙 정부의 별도 지원이 없어 (임대형식으로) 땅을 팔아 해결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승기에는 시장 참여자 모두가 잔칫집입니다.

문제는 버블이 심해져 부동산 시장이 둔화될 때입니다. 구조적으로 지방 재정은 부동산 시장에 의존해 꾸려가는데 시장이 얼어붙으면 지방 재정은 올스톱하게 됩니다. FT는 9월 1~2주 지방정부의 땅 경매량이 전년 대비 90% 폭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방 정부가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시장 상황인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지방정부가 발행한 특수목적채권도 문제가 생깁니다.

지방 정부는 재정 수입을 늘릴 수 있도록 산하기관을 두고 땅장사에 나섭니다. 일종의 특수목적회사인 지방정부투자기관(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을 세워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 돈이 인프라 건설 자금이었습니다. 땅을 팔고 세금도 들어오니 지방마다 부동산 광풍이 불었습니다.

중국 전역에 유령도시가 50개씩 지어질 정도였습니다. 이 과정을 주도한 주체가 LGFV입니다. 우회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이다보니 LGFV의 부채는 장부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숨겨진 부채가 된 겁니다. 헝다는 중국 전역 300개 도시에서 1000개 이상의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습니다. 자금은 LGFV가 끌어모아 준 돈입니다. 헝다가 주저앉으면 이 돈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채가 얼마인지도 모를 정도로 지방정부 재정상황이 불안한 상황인데 주수입원인 부동산 시장, 특히 부동산 주력 업체가 쓰러지면 그 파급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영향을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부도처리? 회생 기회? 관전포인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같은 질문입니다. 헝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당국은 최악의 경우에도 금융시스템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인터넷플랫폼과 게임·사교육 등 다른 민영기업군을 압박하는 최근의 기조를 이어갈까요.

아니면 부동산 기업의 특수성을 인정해 최대한 질서 있게 마무리하거나 '새장경제'답게 새장의 크기와 질서에 맞게 새를 길들일까요.

헝다 사태는 시진핑 당국의 경제 운용의 시금석입니다. 사회주의적 기율 아래 시장을 관리하겠다는 최근의 기조가 융통성 있게 적용되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겁니다.

시진핑 당국이 헝다 사태를 어떻게 요리할 지 궁금합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