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문 없는 집에서 텐트 생활…추석이 서러운 포항 수재민

입력 2021-09-21 14:28 수정 2021-09-21 19:1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폭우가 내린지 한 달이 지났지만 무너진 채 방치된 집. 윤두열 기자폭우가 내린지 한 달이 지났지만 무너진 채 방치된 집. 윤두열 기자
지난달 24일 태풍 오마이스가 우리나라를 지나갔습니다.

태풍은 큰 피해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정작 태풍 가고 난 이후 경북 포항 죽장면에 큰비가 왔습니다.

3시간 동안 129㎜, 그야말로 물폭탄이 쏟아졌습니다. 포항 죽장면과 구룡포에 내린 폭우로 280세대, 52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포항이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이 됐고 재난지원금을 추석 전에 모두 지급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어느 정도는 복구가 됐겠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죽장면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추석 명절을 바로 앞둔 날이었습니다.

한 집을 찾아가니 무너진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마당에 있던 토사와 쓰레기를 치웠다고는 하지만 50년 넘게 3대가 살아온 집은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붕은 무너져 있었고 넘어진 담당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집이 아니라 폐허였습니다.
문이 없는 집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수재민. 윤두열 기자문이 없는 집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수재민. 윤두열 기자

넓은 마당이 자랑인 집이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이 집 마당은 곳곳에서 찾아온 자식들 차로 늘 가득 차곤 했다고 이 집이 고향인 윤석홍 씨가 말했습니다.

타향살이하는 동안도 늘 고향 집을 그리워하곤 했는데 이제는 사라져 서글프다고 했습니다.

이 집에 살고 있던 어머니, 신정숙 씨는 명절에도 갈 집이 없어 아들 집, 친척 집에서 지내야 합니다. 어머니는 자신을 떠돌이 같다고 했습니다.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집이 하루속히 복구되길 빈다고 했습니다.

추석 앞두고 혼자 남아 집 수리를 하는 수재민. 윤두열 기자추석 앞두고 혼자 남아 집 수리를 하는 수재민. 윤두열 기자
다른 집에 가보니 방 안에 텐트가 쳐져 있었습니다. 문이 없어져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자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하는 겁니다.

사위가 이곳에서 혼자 지내고 다른 사람은 모두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지금은 혼자 이 집을 고치고 있습니다.

지급 받은 재난지원은 청소비와 철거비, 자재비 정도 내니 끝나버려서 인부를 쓰지 않고 직접 집을 고치는 겁니다.

결국 대출을 내고 이리저리 친척들에게 얻고 빌려서 수리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단 3시간 동안 내린 비로 평생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서러운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