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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날아오르는 새는 필요없다"…中 빅테크 생사 갈림길

입력 2021-09-16 07:02 수정 2021-09-16 10:14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앤트그룹' 국유화 수순
中 당국, 황금알 사업인 소액대출업 분리 지시
모바일 결제 '알리페이'와의 시너지도 휘청
규제 쓰나미로 빅테크들 혁신 역량 찬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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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앤트그룹' 국유화 수순
中 당국, 황금알 사업인 소액대출업 분리 지시
모바일 결제 '알리페이'와의 시너지도 휘청
규제 쓰나미로 빅테크들 혁신 역량 찬서리

해산물 시장을 찾은 중국인 손님이 알리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다.〈사진=테크아시아닷컴 캡처〉해산물 시장을 찾은 중국인 손님이 알리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다.〈사진=테크아시아닷컴 캡처〉
올 것이 온 걸까요.

1년 전 가을 마윈의 앤트파이낸셜이 홍콩 증시 입성을 앞두고 된서리를 맞았죠. 앤트그룹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이 예정된 상태였습니다. 기업 가치는 최고 2500억달러(약 291조원)로 추산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몇 달 안에 상장이 다시 추진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많았습니다. 빅테크가 먼저 시장을 만들면 나중에 현실에 맞춰 당국이 따라가는 추세 흐름이 이어져 왔기에 앤트 사태로 인해 이런 행보가 틀어질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변화는 매서웠습니다.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에서 핵심 사업인 소액대출업을 분리해 국유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최근 보도입니다.

규제 당국은 모바일 결제앱인 알리페이에서 단기 소액 대출 서비스인 '제베이(借唄)'와 신용카드 서비스인 '화베이(花唄)'를 분리하라고 지시했다는군요. 화베이는 알리바바 쇼핑몰인 타오바오나 티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알리페이 사용자에게 소액을 대출합니다. 제베이는 온라인 알리페이 계정으로 최소 1000위안(약 18만원)에서 5만위안(약 910만원)을 즉시 대출해줍니다.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이런 서비스를 알리페이에서 떼어내라 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당국이 알리바바의 소매 금융에 손을 댔다는 것은 알리페이 제국의 한 축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정도로 알리페이와 소매 금융은 동전의 앞과 뒤처럼 밀접한 관계입니다.

우선 알리페이부터 볼까요.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독점적으로 쓰이는 결제 수단입니다. 이 결제 수단이 알리바바 그룹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습니다. 2004년 출시한 알리페이는 미국의 최대 결제 플랫폼 '페이팔'을 벤치마킹한 에스크로(결제 대금 예치) 기반 결제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알리바바 '돈놀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운영 원리는 실생활에서 이미 보편화됐기에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소비자는 인터넷 쇼핑을 통해 주문을 할 때 결제도 함께 하잖습니까. 그 결제 시스템이 알리페이입니다. 알리페이 사용자는 9억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무튼 알리페이는 결제한 돈을 잠시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상품 수령을 완료했다고 확인을 해줘야만 생산자(또는 공급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보통 물건을 받았다고 재깍 '확인'을 누르지 않습니다. 물건에 하자가 있거나 잘못 배송돼 왔을 경우를 제외하곤 굳이 찾아 들어가 '잘 받았다'고 확인해주지 않습니다. 인센티브가 있다면 모를까 물건을 받자마자 앱에 들어가 굳이 수령 확인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미 결제를 했기 때문입니다.

알리페이는 일단 2주를 기다렸다가 소비자로부터 어필이 들어오지 않으면 생산자에게 돈을 전달합니다. 이게 에스크로 결제 시스템입니다.

2주간 결제 대금을 잡고 있으면서 알리페이는 이 돈을 굴립니다. 무상으로 빌린 돈 아닙니까. 이 고객의 결제 대금을 밑천 삼아 여러 금융 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거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금융 서비스입니다. 대출도 해주고 펀드도 만들어 투자도 하고 인터넷 은행도 차립니다. 이 모든 걸 규제 당국은 지켜만 볼 뿐 제동을 걸지 않았습니다.

거래는 계속 되고 데이터가 쌓여 빅데이터가 됩니다. 이 빅데이터를 돌려 신용도 평가하고 대출 서비스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중국에선 담보 없으면 대출이 안됩니다. 그래서 확실한 담보가 있는 국유기업 위주로 대출이 독점되곤 합니다. 기업도 힘든데 개인이 대출 서비스를 받는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중국 시장에서 알리페이가 소액 대출이라는 금융 신세계를 연 겁니다.

마윈은 2014년 금융 서비스를 하는 관련 기업을 모아 '앤트파이낸셜'을 만들었습니다. 앤트 제국의 축은 알리페이 입니다. 알리페이를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를 돌려 소비자들의 생각을 읽어낸 뒤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찾아줍니다. 이 신용 대출 사업은 2020년 상반기 기준 앤트 그룹 매출의 39%를 차지한 핵심 사업이자 핵심 수익모델입니다. 이번에 당국이 금융 서비스를 떼어내라 했으니 알리페이의 운동장이 갑자기 없어진 겁니다. 시쳇말로 알리바바는 '맛이 가게' 생겼습니다.

〈사진=테크아시아닷컴 캡처〉〈사진=테크아시아닷컴 캡처〉

알리바바는 반발할까요. 아닐 겁니다. 중국에서 정책 당국에 대드는 모양새를 취했다가 얻어맞는 경우가 어디 한 둘이어야지요. 은유를 써도 맞고 시를 읊어도 내용이 불순하게 해석되는 타이밍이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결국 알리바바는 현실에 순응하면서 살 길을 모색할 겁니다.

■ 새장 경제 본색, 선택의 기로 선 빅테크


중국의 경제는 '새장경제'로 설명하곤 합니다. 당·국가와 기업은 새장과 새의 관계입니다. 새가 원기 넘치게 날면 새장도 커지고 새의 몸집이 크면 새장도 넓어집니다. 새의 움직임에 따라 탄력적으로 새장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새장은 어디까지나 새장일 뿐입니다. 새장을 벗어난 새는 새가 아닙니다. 오로지 새장용 새만 새인 겁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을 찾아 끝까지 인수분해 해보면 결국 '새장용 새'만 남습니다.

중국의 빅테크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왔습니다. 무(無)규제의 실험장에서 오로지 실적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경쟁 상대는 치킨 게임으로 무자비하게 밀어내고 독과점의 고지에 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혁신 역량이 배양되고 축적됐습니다.

시장에서 검증된 성공 모델을 날개 삼아 해외 시장으로 발돋음을 앞두고 있던 찰라였습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해 실탄도 두둑하게 마련한다는 장미빛 미래에 들떴던 찰라였습니다.

돌연 새장 주인이 차갑게 명령합니다. "새장에 맞게 새장용 새로 돌아오라"고 말입니다. 굉음을 내며 해외 상장은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차량공유, 온라인 교육, 배달 시장은 시장 자체가 없어질지 모른다며 겁에 질려 있습니다.

새장 경제의 한계입니다. 빅테크의 혁신을 이끌던 방임형 새장경제는 자체의 본질적 속성으로 인해 민영기업의 혁신 역량에 타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크는 고기는 자연산보다 몸집이 더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두리 밖에선 거센 조류와 천적 생태계에 노출돼 '헉'하고 쓰러질 겁니다.

우리도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드라이브가 걸렸습니다. 플랫폼이 산업 하나를 완전히 '말아 먹을 수도 있다'는 공포 앞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중국의 예에서 보듯 무한대의 방임에서 방향을 급하게 돌려 시장을 밀어버리듯 황금알 사업을 국유화하는 방식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중과 완급을 가려 우리 경제도 시의적절한 교훈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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