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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죽음 부르는 '투명 방음벽'…새들의 시선으로 보니

입력 2021-09-1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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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들이 유리창 건물을 짓고, 투명한 방음벽을 세운 대가는 수많은 새들이 목숨으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2만 마리, 해마다 800만 마리의 새들을 살리고 싶다면 가로 10cm 세로 5cm 간격의 스티커나 점만 있으면 됩니다. 오늘(13일) 밀착카메라는 새들의 시선으로 담았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도로를 따라 투명한 방음벽이 세워져 있습니다.

소음을 막아주는 벽이, 새들에겐 죽음의 길목이 됩니다.

지금부터 그 현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방음벽에서 시선을 내리자, 언뜻 나뭇가지 같은 물체가 놓여있습니다.

새 사체입니다.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이 친구는 날개, 깃털의 문양으로 봐서 호랑지빠귀라는 새인데요.]

몇 걸음 가자, 또 보입니다.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이 꿩은 아마 저쪽 언저리에서 푸드덕 날아왔을 거예요. 그래서 이쪽 너머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방음벽 곳곳엔 깃털이 박혀 있는데, 새가 충돌한 흔적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방음벽, 이번엔 죽은 새가 얼마나 되는지 수거해봤습니다.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까치입니다. 꽁지깃이 상대적으로 길고요. 여기도 까치 깃이 나오죠.]

하나 하나 담다 보니, 어느새 봉투가 가득 찹니다.

약 200m 길이의 방음벽 앞에서 발견된 새 사체입니다.

어떤 종류의 새들이 이곳에서 사고를 당한 건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모두 22마리인데 종류가 다양합니다.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참새고요. (얘는 뭔가요?) 꾀꼬리입니다. (이건) 되지빠귀고요. 수놈, 암놈.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종의 사체들이…]

이미 부패가 심하게 된 것도, 사고를 당한 지 하루 쯤 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부리를 보면 뒤틀어져 있습니다. 충돌을 정면으로 한 거로 추정하고. 투명 방음벽 자체를 인지 못 하기 때문에 그냥 달려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취재를 하는 도중에도 새가 방음벽 근처로 아슬아슬하게 날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주변에 비해 유난히 많은 사체가 발견된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새들이 날아다니는 높이는 어떨지, 드론을 띄워봤습니다.

나무 사이로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지만, 사실은 투명한 벽입니다.

지난 2019년 환경부에서 여러 방법을 담은 지침을 내놨지만, 권고 사안입니다.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중입니다.

그 사이 한 해 800만 마리가 충돌로 폐사하고 있습니다.

죽기 전 발견돼 치료를 받아도 다시 날기는 어렵습니다.

[공수현/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주무관 : 이 개체(솔부엉이)는 9월 6일에 들어왔고요. 엑스레이상으로 보면 오른쪽 날개가 골절이 있어서. 여름 철새예요. 곧 가을이 되잖아요. 떠나려고 날아다니다가 (건물에) 부딪히지 않았나…]

보호가 필요한 천연기념물도 예외는 아닙니다.

[공수현/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주무관 : 이 친구는 수리부엉이고요. 천연기념물입니다.]

다행히 살았지만, 앞으로 날 수 없습니다.

[공수현/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주무관 : 워낙 부러진 게 오래되다 보니 치료가 불가능해서 사냥을 못 할 경우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어서 저희가 보호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는 자꾸 넘어집니다.

[공수현/경기도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주무관 : 건물 충돌로 인해서 이쪽에는 날개 골절된 친구이고요. 밑에는 지금 탈구가 되어서 못 나는 개체입니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허지운/전북녹색연합 활동가 : 이 문제가 딱 인간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 놓은 시설물이 아무런 죄 없는 생명을 죽였다는 점에서…]

이런 투명한 벽, 이제 어떻게 보이시나요?

그동안 쏟아진 권고와 지침에도 수많은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져왔습니다.

이제라도 사람 뿐 아니라 동물의 시선으로 대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화면출처 : 네이처링)
(VJ : 최효일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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