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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6·25 때 수통, 왜 '안 바뀌는 군' 상징이 됐나?

입력 2021-09-09 20:45 수정 2021-09-0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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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대 내 가혹행위를 다룬 드라마, 그 안에서 화제가 된 대사가 있습니다.

"6.25 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수통 하나도 안 바꾸는데 군대 안의 부조리가 바뀌겠느냐, 이 뜻입니다. 제가 들고 있는 이 수통, 실제로 군에서 몇 년 전까지 쓰던겁니다. 팩트체크팀이 오늘(9일) 두 가지를 따져봤습니다. 정말 6.25 때 쓰던 수통을 아직도 쓰는 게 맞는지, 그리고 가혹행위는 옛날 얘기라는 주장이 맞는지입니다.

최재원 기자입니다.

[기자]

"나도 6.25 때 수통 써봤다", "1943이라고 적혀있었다"

온라인에선 드라마 대사가 거짓이 아니란 증언이 넘칩니다.

저희가 구한 수통엔 '1956'이란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6.25전쟁 3년 뒤에 만들어진 겁니다.

이런 게 정말 지금도 군에서 쓰이고 있을까요?

[국방부 관계자 : 옛날에 없어졌죠. 그냥 말씀하시기 좋으니까 그렇게 하는 건데…]

옛날에 없어졌다, 그럼 그 옛날은 언제부터일까.

■ '6.25 수통' 언제 없어졌을까?

1999년, 22년 전 국방부 국정감사, 장병들이 50년대 물품 쓴다는 지적에 국방장관이 수통 바꾸겠다고 답합니다.

그럼 이때 바뀌었을까. 아닙니다.

2008년 국감 때도 60년대 사용한 수통 아직도 쓰냐는 질책에 육군참모총장이 그렇다고 수긍합니다.

2015년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광진/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015년 9월 10일) : 우리 부대는 아직도 6.25 때 쓰던 것 쓰고 있다, 이렇게 민원이 와요.]

드라마 배경은 2014년인데, 2015년, 불과 6년 전까지도 6.25 때 수통 쓰는 부대 있었다는 겁니다.

우리군은 미군이 쓰던 이른바 6.25때 수통부터 60년대, 70년대 만들어낸 수통을 30년 이상 쓰다 2007년에야 신형 알루미늄 수통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수통은 망가지지 않으면 안 버립니다. 후임병이 대를 물려 계속 씁니다.

그래서 새 수통을 만들고도 국방부가 보급이 다 이뤄졌다고 밝힐 때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일부 부대는 새 수통을 받고도 창고에만 넣어둬 장병들이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사이 2007년 수통도 이제는 '구형'이 돼 2년 전 개발된 수통이 올해부터 새로 보급됩니다.

수통은 장병들이 쓰는 물품 54개 가운데 만족도가 꼴찌입니다.

20년 넘게 지적이 쏟아져도 교체가 더뎠던 탓에 수통은 '바뀌지 않는 군'의 상징이 된 겁니다.

■ 가혹행위는 "극화"된 장면?

[서욱/국방부 장관 : 조금 극화되어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의 병영 현실 하고 좀 다른…]

그런데도 군은 "지금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드라마 속 가혹행위도 옛날 얘기라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

얼굴이 맘에 안 든다며 때리는 드라마 속 가혹행위, 실제로 지난해 "난센스 퀴즈 못 낸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시키고, 당구채 등을 이용해 상습폭행이 이뤄졌습니다.

침을 먹으라 강요하고, 어머니 편지로 모욕을 주는 장면.

2019년, 인분을 먹이고 "부모님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게 강제한 사건이 있습니다.

코 곤다고 방독면 씌우는 장면, 지난해, 알코올 솜을 코에 밀어 넣고 손소독제를 발라 마스크를 씌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극화됐다"는 드라마 장면보다 현실이 더한 경우도 있는 겁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 군사 기밀이라는 미명 하에 피해자들이 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인 것이죠. 인권 침해가 없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군이 이야기할 땐 아니라 봅니다.]

팩트체크였습니다.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화면출처 : 클라이맥스스튜디오)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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