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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살 얻기 위해 뼈 내줄 판"…中,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 딜레마

입력 2021-09-08 10:02 수정 2021-09-08 13:26

호주, 화웨이 때리고 홍콩시위 탄압 비난
中, 철광석 수입금지 등 경제 제재 공세
호주산 공급 끊기자 발전용 석탄값 급등
호주는 인도·한국·대만 등 대체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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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화웨이 때리고 홍콩시위 탄압 비난
中, 철광석 수입금지 등 경제 제재 공세
호주산 공급 끊기자 발전용 석탄값 급등
호주는 인도·한국·대만 등 대체시장 공략

〈사진=바이두백과〉〈사진=바이두백과〉
호주와 중국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이번엔 석탄입니다. 중국은 호주와의 최대 교역품인 철광석 수입을 중단시켰다가 수급 불안으로 딜레마에 빠졌었죠. 석탄도 수급 불균형에 의한 가격 불안정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중국은 제 발등을 찍은 걸까요.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0년 5월부터 상승하던 발전용 석탄(Thermal coal) 가격이 지난 7월, 10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집계에 따르면 7월까지 총전력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반면 공급은 받쳐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뭘까요.
〈사진=바이두백과〉〈사진=바이두백과〉

발전용 석탄 수급 문제였습니다. SCMP 보도를 보겠습니다. 중국의 연간 발전용 석탄 소비량은 약 30억톤. 이중 27억톤은 국내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를 수입으로 대체해왔습니다. 수입량은 해마다 10%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수입선이 불안하면 화력발전에 의한 전력 생산이 직격탄을 맞는 구조입니다. 수입선 불안의 가장 큰 이유는 뭘까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스스로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발전용 석탄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2019년 기준 중국은 발전용 석탄의 57%를 호주에서 조달했습니다. 무려 57%를 호주로부터 들여왔던 겁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변했습니까.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콜롬비아로 수입선을 바꿨습니다. 남아공과 콜롬비아는 둘 다 물류 부담이 큽니다. 게다가 남아공은 석탄에 불소가 함유돼 있다는 이유로 2014년 이후 수입을 금지했었습니다.

수입선 교체가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하자 결국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자력갱생' 모드를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멍구자치구의 노천광산에 대해 채굴 승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연간 2억5000만톤의 석탄을 채굴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문제는 설비 깔고 제반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2~3년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발전용·제철소용 석탄 수급이 불안해지면 전력 생산과 소비, 철강재 수급에 영향을 끼칩니다. 전기와 철강재는 산업의 핵심 동력이죠. 산업의 주요 동력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 산업 전반에 주름이 생깁니다. 투자와 생산, 소비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석탄 업계에선 물량 비축을 서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석탄 가격이 불안정해지는 요인입니다.

〈사진=바이두백과〉〈사진=바이두백과〉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당국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네이멍구자치구는 공급 가격을 올리는 일부 광산에 대해 조사권을 발동하고 있습니다.

채칙을 든 규제 당국. 석탄 가격은 잡힐까요. 시장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리롱 신다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입니다. SCMP를 함께 보겠습니다.

“정부가 가격 급등을 억제하려 하지만 앞으로 6개월간 석탄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것 같다. 생산 측에선 보통 10월 중순부터 석탄을 비축하는데 최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노려 올 초부터 비축을 시작했을 것으로 본다.”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반면 호주는 어떨까요. 57%를 수출하던 중국이 문을 닫았으니 적잖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호주는 발 빠르게 대체 구매선을 확보했습니다. 얼마나 타격을 줄였을까요.

호주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올 6월까지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4억달러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체국으로 수출이 44억달러 늘었다.”

신문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대체 구매처를 급하게 찾는 과정에서 호주 측도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은 아니었을 겁니다.

경제만 놓고 본다면 당장 기싸움을 끝내고 수출입을 정상화하는 게 최선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힘의 차이만 관철되는 국제정치에선 대전략의 한 요소일 뿐입니다. 그만큼 피차 결기를 보여줘야 합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캡처〉〈사진=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은 경제 제재의 기어를 올렸습니다. 처음엔 철광석이었죠. 이어 석탄과 보리, 와인,소고기,그리고 랍스터까지 호주산을 물 먹이고 있습니다. 관광객도 발길을 끊게 했습니다. 파상적이었죠. 경제 목줄을 죄어 기어코 무릎을 꿇게 하겠다는 심산이었죠.

호주는 경제가 중국의 파상 공세의 표적이 됐지만 주권과 핵심이익의 문제로 보고 맞받아 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거지요. 국익을 위한 행보를 놓고 중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는 겁니다. 호주는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가장 먼저 가세했고, 코로나19의 우한 기원설을 조사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거들었습니다. 중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도 강력 비난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는 쿼드에 가입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사진=디펜스 커넥트 캡처〉〈사진=디펜스 커넥트 캡처〉

경제 전쟁에선 상대를 파멸적으로 궤멸시키기 어렵습니다. 대체 옵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발전용 석탄만 해도 중국은 자국 내에서 해법을 찾았고 호주는 대체 구매선을 구했지 않습니까.

호주와 중국의 '경제 전쟁'은 두 가지 함의가 있습니다.

첫째, 중국은 자신의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범위까지 경제 제재를 가한다는 것입니다. 호주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 우리나라의 대중 의존도(홍콩 포함)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대일·대미 수출을 다 합해도 대중 수출만 못하다는 점도 같습니다.

경제는 호주의 아킬레스건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렇게 중국은 상대의 약점을 방대한 범위에서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그야말로 파상공세입니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격돌하게 될 경우 '한 두 개 하다 말겠지' 같은 안이한 발상은 금물입니다.

둘째, 호주가 보여준 대체 구매선 확보 역량입니다. 호주도 비용을 치르고 있지만 굴복하지 않는 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 피차 경제에 피로가 누적됩니다. 대결의 구도가 바뀌게 되면 시나브로 제재는 풀리고 교역은 정상화됩니다.

문제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가운데 호주 경제가 입는 타격을 감내해야 한다는 겁니다. 호주가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중국이 수요의 80%를 수입하고 그 중 60%를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철광석입니다. 이걸 다 끊어버리면 호주 경제도 제대로 타격을 입지만 중국 경제는 주저앉습니다. '살을 얻기 위해 뼈를 내줘야 할 판'입니다.

호주의 철광석은 우리에겐 반도체가 될 겁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배경엔 AI·5G·빅데이터 등 이른바 4차산업혁명 분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돌리려면 반도체가 필수 불가결입니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에 목매다는 이유입니다만 돈과 인력과 정책을 투입해도 격차를 좁히기가 녹록지 않은 분야입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최첨단 장비의 목줄을 죄고 절대 돌파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메모리 반도체든 시스템 반도체든 어느 하나 시장 방어망에 구멍이 뚫려선 안됩니다. 기를 써서 중국과 초격차를 벌여야 하는 사활적 국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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