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잠적' PD "김희애, 함께하는 내내 배울 점의 연속"

입력 2021-09-02 08:02 수정 2021-09-02 09:1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잠적''잠적'
'잠적''잠적'
배우 김희애가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스카이티브이에서 공동 제작한 '잠적'을 통해 데뷔 38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김희애가 왜 '잠적'을 택했지?'란 생각이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는 비단 기자만 느낀 생각이 아니었다. '잠적' 서승한 PD도 김희애의 출연 'OK' 사인과 처음 마주했을 때 당황했다고 고백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기대 없이 제안했던 것인데, 대배우가 흔쾌히 출연한다고 하니 제작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김희애는 '잠적'에 진심이었다. 이른 나이에 데뷔해 혼자 떠나는 여행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가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의 울창한 숲과 바다, 벌판 등을 누비는 자동차 여행이었다. 오롯이 나에 집중한 시간이었다. "보통 사람들에겐 평범한 얘기지만 내겐 여러 가지 모든 것을 경험해보는 챌린징이면서 동시에 '소확행'이었다"라는 소감을 밝힐 정도로 프로그램에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지난 5월 공개된 김다미 편에 이어 '잠적' 두 번째 시리즈인 김희애 편은 오늘(2일) 오후 10시 30분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와 스카이티브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희애 편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김다미 배우는 젊고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의 느낌이라면, 김희애 배우는 데뷔 39년 차인 톱배우다. '선배님' 혹은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나조차 부담스럽고, 내가 과연 김희애 배우를 담을 그릇이 될까 하는 생각도 컸다. 그런데 그런 걱정과 달리 여행 내내 너무 편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잠적'을 알릴 수 있는 전환점이자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김희애 배우를 섭외했던 이유가 있나.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김희애 배우와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 TV 콘텐트이기 때문에 대중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소구력이 있어야 하고, 디스커버리 자체가 글로벌 채널이기 때문에 국내에만 머물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렇다 보니 정말 핫한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섭외하고 있었다. 처음에 (김희애 배우에) 제안하고 기대는 안 했다. 프로그램 자체의 히스토리가 긴 것도 아니고, 김다미 배우 편을 많은 분이 좋아해 준 것도 있지만 아직은 작은 콘텐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다미 배우 편을 봤다고 하면서 흔쾌히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잠적''잠적'

-출연하겠다는 소식에 기분이 너무 좋았을 것 같다.

"사실 희망사항이었다. 그런데 아직은 대배우에게 제안할 만큼의 포트폴리오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출연하겠다는 반응에 더 당황했다. 첫 만남 때 '왜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나온다고 한 건지 되레 물어봤다. 진행 방식이나 톤 앤 매너에 대해 말로 설명하려니 잘 되지 않았다. 근데 타이틀 두 글자로 가장 먼저 눈이 갔다고 하더라. 타이틀에 호기심이 생겼고, 혼자서 떠나는 거고, 뭔가 자극적인 콘텐트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장르를 지향하는 콘셉트라 마음에 들었다고 하더라. '너를 믿는다'라고 해서 어마어마하게 부담이 됐다.(웃음)"

-함께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김희애 배우의 매력이 있다면.

"외적으로 너무 아름답다.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준비가 철저하고 완벽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귀를 기울였다. 38년 정도의 연륜이면 '이제 너희들이 좀 알아서 해봐' 그럴 수도 있는데 해이해지는 모습이 없었다. 신인 배우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통 인터뷰를 진행할 때 질문을 준비해서 가는데 준비한 10개 중 3개도 하지 못했다. 내 질문이 뻔하게,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김희애 배우의 이야기엔 깊이가 있었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배우구나!'란 생각이 들며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화 형식으로 이어갔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김다미 편은 거제도, 김희애 편은 제주도로 향했다. 여행 계획에 있어 배우들의 의견은 어느 정도가 반영되나.

"우린 대본도, 구성도 없다. 현장에서 100% 진행하는 방식이다.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다만 출발하기 전에 목적지가 정해져야 하기에 배우랑 미팅을 하면서 가지치기를 해나간다. 목적지에 가는 이유, 왜 산인지 바다인지, 왜 시골인지에 대한 스토리를 담아야 하니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제작진이 자료조사를 한 다음에 자료조사를 토대로 그 안에 있는 걸 배우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리스트업만 할 뿐 동선을 짜거나 그런 건 없다. 다만 촬영 감독님과 내가 촬영 전에 답사를 가서 혼자만의 여행 콘셉트를 살리기에 적합한지 아닌지 살펴본다. 아무래도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것에 불편함이 없는지 최종적으로 판단한 후에 촬영을 진행한다."

-김희애 편의 관전 포인트를 키워드로 꼽아달라.

"'이야기'다. 흔히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있는 배우이고 인터뷰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듣지만 이번엔 김희애 배우의 진짜 자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야기 안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김희애 배우를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이 아니더라도 공감이 가능하다. 혼자만의 첫 여행이기에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울 것이다."

-'시네마틱 로드무비'라는 장르처럼 실제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더라. 연출할 때 어떤 점에 집중하나.

"이 콘텐트를 기획할 때 최대한 출연자에 집중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에 시선이 가지 않고 출연자와 환경에만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 자막도 넣지 않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방영 중인 자막 없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다만 질문할 때 내 목소리가 나가는 게 싫어서 질문 자막은 있다. 그 이외엔 없다. 언제부턴가 자막 없이 TV를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것조차 내성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를 볼 때 자막이 없다고 불편해하지 않지 않나. 어떤 영상을 볼 때 자막을 보게 되면 영상으로 시선이 가지 않는다. 놓치게 된다. 오롯이 화면에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고,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콘텐트 시장 자체가 많이 변했지만 본질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할 때도 특별한 비법이 있었을 것 같다.

"영화 쪽 스태프들과 함께하고 있다. 촬영 감독님은 찍을 때 단렌즈를 활용한다. 영상미를 구현하기 위해 렌즈에 집중하고, 현장 촬영 인원은 최소화해서 진행한다. 연출, 촬영 감독, 오디오 감독 외에는 못 들어온다. 최대한 출연자에 밀착해서 찍으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혼자만의 공간은 아니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찰 카메라 방식은 싫었다. 엿보는 느낌보다 진짜 그 사람이 느끼는 표정과 눈빛을 담고 싶었다. 근데 처음엔 출연자들이 정말 아무것도 안 시키고 제작진이 바라만 보니 당황하고 그러는데 금방 또 적응을 하더라."
 
'잠적''잠적'

-김다미 배우에 이어 김희애 배우를 섭외했다. 화려한 라인업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요즘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잠적'이라는 키워드 자체를 원하지 않나. 사실 내가 하고 싶어서 기획을 하게 된 것이다.(웃음) 그리고 진정성인 것 같다. 나 역시 자극적인 콘텐트를 좋아하고 자주 보긴 하지만 매일 그것만 볼 수는 없지 않나. 스스로 전환이 되는 매개체가 필요해 그런 콘셉트로 만들었다. 그리고 좀 많이 매달렸다. 내가 왜 함께 작업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준비하는 편이다."

-과거 자동차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 XTM '탑 기어 코리아' 시리즈를 연출했었는데, 디스커버리채널로 이적해 선보인 첫 프로그램은 '잠적'이다.

"쌍둥이를 키워봐라.(웃음) 내 로망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근데 막상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렇다고 뻔한 패키지나 유튜브 추천지는 가고 싶지 않았다. 진짜 혼자서 나한테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딜 갈지 생각해봤는데 진짜 갈 곳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준비가 됐나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콘텐트화가 되고 기왕 잠적할 거면 사람들이 알만한, 궁금해할 만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배우란 직업군이 떠올랐다. 하지만 배우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직업군을 넓혀나가 볼 생각이다."

-'잠적'에서도 자동차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더라.

"자동차 콘텐트의 연장선이다. 지금까지는 차를 보여주는 콘텐트였다면, 이젠 차에 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타는 사람, 즉 드라이버말이다. '어떻게 하지?'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잠적'이란 기획을 떠올리며 자동차랑 연관 지어 풀어냈다. 혼자만의 여행이고 차 안엔 운전자 혼자만 있으니까 매치가 잘 되더라."

-매달 시리즈를 이어간다고 들었는데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개인적으로 가수 김동률이나 배우 한석규를 섭외하고 싶다. 본업 외에 대중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지 않았나. 물론 거절당하겠지만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요즘은 채널 플랫폼이 많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기다려서 보는 시대가 아니라 찾아보는 시대가 됐다. 향후 '잠적'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라이브러리가 쌓이면 썸네일이 매력적이겠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궁금한 배우나 뮤지션, 셀럽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면 골라서 볼 수 있는 그런 좋은 카테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지향한 콘텐트는 아니다. 사람들한테 필요한 콘텐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중간중간에 한 번씩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리프래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기자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