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크로스체크] 80㎝ '기울어진' 일상…터널 위 '피사의 사탑' 아파트

입력 2021-08-28 18:54 수정 2021-08-28 20:4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80㎝ 넘게 기울어져 '피사의 사탑'이란 별명이 붙은 아파트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그 원인으로 아파트 아래를 관통하는 터널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곳뿐 아니라, 초등학교 아래를 지나는 터널 공사를 두고 3년째 싸움을 벌이는 지역도 있는데요.

갈수록 커지는 도심 터널 논란, 윤재영·서준석 기자의 크로스체크가 짚어봤습니다.

[윤재영 기자]

콘크리트 벽에 금이 갔습니다.

주차장 아스팔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땅에 가려져 있던 페인트칠이 안 된 부분까지 드러났습니다.

[조기운/삼두1차아파트 입주자 대표 : 여기까지 (땅이) 있었던 사진이 있어요. 아파트 전체가 다 이렇게 내려앉아 버려요.]

1984년 지어져 260여 세대가 사는 두 동짜리 아파트, 이곳 관리사무소에서 지도를 찍으면 '도심 터널' 위라는 안내가 뜹니다.

아파트 바로 밑에 인천-김포 고속도로 일부인 터널이 지나기 때문입니다.

안전 감정 결과 아파트는 최대 82㎝가 기울었고, 기울기만 봤을 때 최하등급인 E등급이 나왔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2015년 말부터 1년여간 진행한 아파트 밑 터널 공사 때문에 생긴 일이며, 그런데도 아무런 조치나 보상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염한순/주민 : 그 사람들이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야. (주민이) 다 노인네예요, 그니까 무시하고 밑에 뚫은 거잖아요.]

[정모 씨/주민 : 어느 때 어떻게 무너질지도 모르고 두려우면서 살고 있는 거야. 집값이 뚝 떨어져서 팔고 어디에 전세도 못 가. 뭐 무슨 대책을 해줘야지 우리를.]

게다가 주민들은 지하 발파가 시작되기 전까지 공사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합니다.

[조기운/삼두1차아파트 입주자 대표 : 갑자기 천둥 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우리 아파트 밑이냐고 다들 놀라더라고요. 주민에게 설명회 하고 동의받고 보상을 해야 되는데 절차가 하나도 없었고…]

주민들은 시공사와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4년이 되도록 1심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공사는 소음과 건물 기울기 기준을 충족하면서 공사했단 입장이고, 국토부도 주민 협의 절차를 거쳤지만, 합의가 안됐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이 의뢰한 감정서에도 아파트 문제는 건물 노후화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 주민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터널로 인한 지하수 유출 때문에 아파트가 기울었다고 진단합니다.

공사 전에도 우려가 제기됐고, 실제 터널 공사 시점 지하수 유출량은 전보다 3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이찬우/한국터널환경학회장 : 지하수 유출이 생기면서 토사 유실도 병행해서 발생을 하다 보니까… 지하수 유출 위험성을 간과했다…]

근본적으로는 공사 관련 정보가 주민에게 더 투명하게 제공돼야 한다고도 지적합니다.

[이찬우/한국터널환경학회장 : 문제가 생기면 주민들이 증거를 갖고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무책임한 공사를 못 하죠. 그런데 지금은 정보의 불형평성 때문에 주민들은 몰라요.]

5년 전 시작된 이곳 인천 주민들의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도심 지하터널을 둘러싸고 지금 막 싸움을 시작하는 곳도 많습니다.

[서준석 기자]

아파트 사이 공원에 아이들의 애착 인형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곳을 관통하는 도심 터널 공사를 반대하는 겁니다.

나무에는 이렇게 공사가 불가하다는 경고문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 바로 인근에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광명 고속도로 '온수 터널'은 항동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관통합니다.

학생들의 통학로에는 터널 건설을 위한 '수직 통로'가 설치되는데, 이 통로에는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수시로 오가게 될 예정입니다.

[송혜미/학부모 : 바로 앞이 학원가이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은 늦게까지 공부하고 오고 그럴 때 덤프트럭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면 아이들 안전을 책임질 수 없잖아요.]

해당 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된 것은 2003년입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노선 계획이 변경되는 사이, 맹지에 가까웠던 항동지구는 이제 새 아파트들이 여러 채 들어선 '미니신도시'가 됐습니다.

최근 토목 전문가들이 2년 전 진단한 안전보고서가 공개되며 주민들이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부 구간에 '단층 파쇄대', 즉 암석이 잘게 부서진 곳이 있다며 붕괴위험의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 인근 항동저수지와 역곡천에 지하수가 과다유출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서 보고서에서 지적된 지역의 설계를 모두 보강했다는 입장입니다.

또 터널의 심도도 기존 37m에서 52m까지 높였고, 소음과 진동에 대비한 대책도 모두 마련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송혜미/학부모 : (터널 시공사는) 법적인 수준에 딱 맞춰서 공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에 위험이 생기면 그것은 자기네 책임은 아니래요. 이것을 시공한 아파트(건설사) 책임이래요. 그러니깐 황당한 거죠.]

이에 국토부는 "터널 시공사로부터 발파로 인해 아파트에 균열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영익)

관련기사

[단독] '피사의 사탑'처럼 기운 가림막…또 철거 붕괴 사고 벌써 장마철인데…기울어져 1년 방치된 10층 건물, 왜 [단독] 광주 참사 벌써 잊었나…철거 현장서 또 붕괴사고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