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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다같이 부자되자" 선언한 시진핑, 무엇을 노리나

입력 2021-08-25 07:08 수정 2021-08-25 18:57

"누구든 먼저 부자되자" 덩샤오핑 '선부론' 옛말
불공정 분배 심화…상위1%가 국부 30% 차지
빈부 격차, 사회 혼란 야기해 권력 위협할 수도
中 일당 체제 한계…분배 정의 제도화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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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먼저 부자되자" 덩샤오핑 '선부론' 옛말
불공정 분배 심화…상위1%가 국부 30% 차지
빈부 격차, 사회 혼란 야기해 권력 위협할 수도
中 일당 체제 한계…분배 정의 제도화는 미지수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공동 부유(共同富裕)'라는 뜨거운 감자를 시장에 던졌습니다. 발표 하루 만에 중국의 대표적 기술기업 텐센트가 1000억 위안(약 18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발빠르게 대응했습니다. 권부에 먼저 눈도장을 찍은 겁니다. 이번엔 텐센트가 빨랐지만 사정은 다른 빅테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핀둬둬·메이퇀·샤오미 등 중국의 6개 빅테크 기업이 지난 1년 동안 총 2000억 홍콩달러(약 30조 원)를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권부 깊숙한 기류 변화를 재빠르게 읽고 기업들이 바람보다 먼저 숙이고 납작 엎드린 결과죠. 대형 빅테크를 선두로 다른 업종의 공룡 기업들도 차례대로 '자발적인' 납부 대열에 합류할 걸로 보입니다.

'공동부유' 발표에빅테크, 기부로 호응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공동부유'. 북유럽의 사회주의 복지국가가 떠오르는 말입니다. 지난 30년간 고도성장을 달려온 중국이 축적한 부를 나누겠다는 말입니다.

가격 정책 등 제도를 통해 시장에서 나누고, 복지 정책을 통해 다시 나누고, 마지막으로 기부 형식으로 또 나눈다는 겁니다. 경제 활력은 떨어지겠지만 이런 비용을 치러서라도 사수해야할 방어선이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중국의 빈부 격차가 심각합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동부유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이 지점을 짚었습니다. 신문이 소개한 크레디스위스의 보고서를 함께 보겠습니다. 중국의 '가진 자'들에게 부의 쏠림이 얼마나 심한 지 숫자로 웅변합니다.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중국인 6억명, 월수입 18만원뿐


리커창 총리는 14억 중국인 중 6억 명이 월수입 1000위안(약 18만원)의 빈곤 상태라고 실토했습니다. 상위 1%가 가진 자산의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 30.6%였다고 합니다. 20년 전(20.9%)의 50%가 늘어난 겁니다. 이따금 공개되는 부패 공직자들의 재산 규모가 가뿐히 조 단위를 넘어서곤 했지만 극소수 최상위 계층이 차지한 부가 30%에 달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상적으로 부를 축적한 경우가 많겠지만 그 반대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불공정한 분배는 사회의 근간을 흔들어 정권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당이 권력을 독점한 중국에서는 이를 합리화하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불공정이 전사회적으로 만연한 상태에서 권력 독점의 명분을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니계수가 어마어마한 위험 지경에 있습니다.

중국은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2002년부터 10년간 공식 발표하지 않았죠. 그 이후 들쑥날쑥 발표하다 2017년 이후 공식적으로는 함구 중입니다. 지니계수를 발표하기 힘들 만큼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추론이 가능하죠. 크레디스위스 보고서는 중국의 지니계수(자산 기준)가 2000년 0.599에서 지난해 0.704로 뛰었다고 집계했습니다.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민간금융 연구소의 집계인 만큼 중국 당국의 발표 수준보다는 높게 나옵니다. 일각에선 당국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지니계수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0.5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지니계수는 분배의 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에서 1로 갈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2019년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0.339입니다. OECD 평균은 0.32입니다.

■ 자칫하면 계층 불만 자극분배 딜레마 빠진 中

중국 개혁·개방 초기였던 1984년 지니계수는 0.227이었습니다. 분배는 잘 됐지만 분배할 게 별로 없던 때의 분배였습니다. 일단 파이를 키워 분배하자는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이 나온 배경이었죠. 이 선부론도 순탄했던 건 아닙니다. 보수 좌파의 견제로 개혁·개방의 물줄기가 끊어질 뻔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불공정 분배의 압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지니계수가 다시 압박 요인이 됐습니다.

나눌 게 없어 바꾼 경제정책이 나눌 게 많아졌지만 쏠림이 심하자 다시 급하게 정책 선회를 하고 있습니다. 개혁·개방도 권력 독점을 지키기 위해 결정한 정책입니다. 공동 부유라는 노선도 정치적 고려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내년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기로에서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우회해선 답이 안 나온다는 정책적 인식도 작용했을 겁니다 . 비대해진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과 부의 쏠림을 재조정해 당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을 겁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배를 하겠다고 마스터플랜을 내놓지 않아 궁금증만 커지고 있지만 방향성이 나온 이상 개혁·개방 40년 역사처럼 이번에 선회한 정책 노선도 한참 갈 겁니다.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밑천 삼아 파이를 키우는 성장에는 성공한 중국입니다. 중국공산당은 역량을 인정받아 인민으로부터 권력 독점을 추인 받았습니다. 문제는 시장과 노동력이라는 중국 자체의 잠재력을 지렛대로 삼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해가 다른 계층의 이익을 조율하고 설득해 제도적으로 솔루션을 구축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정책 수행에서 견제와 균형을 구현해야 하는데 성장할 때와 다른 분배 시기에 당의 결정이 법을 압도하는 현행 시스템으로 이 도전을 돌파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자칫 계층의 불만을 자극해 사회 불안정 또는 더 한 지경의 사회 혼란을 부르는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회피할 경우 지니계수가 가리키듯이 권력 기반이 기층부터 허물어질 수 있습니다.

밖에선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안갯속 정국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언제든 불똥이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레드라인을 그은 신장위구르 지구로 튈 수 있습니다. 안에선 불공정 분배를 놓고 딜레마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오늘 중국이 처한 가감 없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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