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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으로 버틴 1년 반…'번아웃' 간호사들 떠난다

입력 2021-08-24 20:51 수정 2021-08-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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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이 하나둘 병원을 떠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 1년 반이 됐지만, 간호 인력은 늘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좀 더 고생해달라는 위로나 격려만으로는 무너지는 의료 현장을 지키기 어려워보입니다.

어환희 기자입니다.

[기자]

"현장 간호사의 피로, 스트레스로 사직이 이어지고 있고…"
"간호사 부족은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진다"
"1년 반 동안의 SOS, 정부는 간호사들에 답하라"
취재진이 찾아간 벼랑 끝 간호사들

9년차 간호사 A씨는 지난 5월, 일을 그만뒀습니다.

[A씨/9년차 간호사 : (그때 제 모습은) 다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맨날 우울해하고 잠만 자고. 극단적인 상태였어요.]

요즘은 심리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1년 넘는 코로나 업무로 망가진 몸은,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지만,

[A씨/9년차 간호사 : (이석증은 어떠세요?) 바이오리듬이 조금씩 맞춰지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마음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습니다.

[A씨/9년차 간호사 : ('우울한 마음이 든다' 생각 드실 때는 언제든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 같고…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갑자기 울컥했어요.]

웬만한 상황을 다 겪어본 베테랑 간호사에게도 코로나 업무는 공포가 됐습니다.

[B씨/15년차 간호사 : (확진자가) 폭력적인 모습 보이면서 퇴원이나 흡연을 요구해가지고…(내가 왜) 폭언을 듣고 있을까. 일상이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불면도 오고 감정 쓰레기통인 것 같은 제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드니까…]

[C씨/5년차 간호사 : 누가 너한테 간호사 하라고 했냐, 보호복을 막 뜯으려 하셨어요. 고글도 벗겨질 뻔했고… '덕분에 캠페인' 감사하지만 실상 내부에 들어와 보면 폭언, 폭설 난무하고.]

1년 반 동안, 지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쉼표가 없었습니다.

[B씨/15년차 간호사 : 무급휴가라도 좋으니 쉬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인력 없어서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생활과 심리 상태가 나빠졌다"는 의료진은 10명 중 7명 꼴입니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해보다 올해 정신적으로 '매우 지쳤다'는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번아웃'은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인데요.

문제는 5년차 아래 간호사들이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C씨/5년차 간호사 :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도 다 나갔어요. 관리와 액팅(실제 간호업무)을 중간에서 보완해줄 수 있는 그 연차가 비다 보니까…]

[D씨/5년차 간호사 : 최근 본 사직은 (경력 인정 연차를) 안 채우고 그만두신대? 이런 경우가 많았어요. 최종적으로는 그 부담이 환자한테 간다고 생각…]

실제, 코로나 병동 업무를 해본 뒤 '절대로 같은 일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간호사는 낮은 연차 일수록 그 수가 더 많았습니다.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D씨/5년차 간호사 : 4차 대유행되면서 (간호사 1명당) 7~8명씩 보고 있는 상황이고…돌파감염 많아지면서 중증도가 높은데 환자를 많이 보게 되니 그게 많이 힘들죠.]

몇 명을 담당한다는 기준이 없어서 간호사 한 명당, 많게는 10명 넘는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곳도 있습니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연구위원 :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간호사 인력 개선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서 언제 무슨 사고가 터질지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인 거죠.]

보건의료노조는 "인력 충원 및 기준을 마련하라"며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이지수 /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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