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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中언론 "미국이 버린 아프간, 대만의 미래?"…요동치는 대만해협

입력 2021-08-19 07:02 수정 2021-08-19 09:52

미국 세계 전략 변화 못 읽은 아프간의 비극
대만 "美 믿을 수 있나…믿을 건 자신 뿐"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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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계 전략 변화 못 읽은 아프간의 비극
대만 "美 믿을 수 있나…믿을 건 자신 뿐" 술렁

카불의 도심 상점가를 걸어가는 행인들. 카불 함락으로 상업광고가 도배했던 상점가는 이제 옛말이 됐다.〈사진=HKET 캡처〉카불의 도심 상점가를 걸어가는 행인들. 카불 함락으로 상업광고가 도배했던 상점가는 이제 옛말이 됐다.〈사진=HKET 캡처〉

'지옥의 탈출'이 벌어졌던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공항에 미군의 스텔스헬기가 착륙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스텔스 호크'로 불리는 특수전용 비밀 헬기인데 아직 실전배치 여부도 공식 확인 안된 극비의 병기입니다.

2011년 CIA가 빈 라덴을 체포·응징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할 때 썼던 침투용 장비인데 이 헬기가 대낮에 카불 공항에 나타난 겁니다.

'스텔스 호크'로 불리는 특수전용 비밀 헬기가 카불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대낮에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영상=래딧〉'스텔스 호크'로 불리는 특수전용 비밀 헬기가 카불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대낮에 외부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영상=래딧〉
이 헬기의 등장은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씰이나 데그루브가 아프간에서 작전 중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보통 요인 암살 또는 구출을 위해 삼엄한 영공 경계를 따돌리는 수송 수단이라는 점에서 탈레반 몰래 빼내야 하는 VIP가 있거나 탈레반의 최고위 요인이 표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대낮에 극비 수송장비가 외부에 공개된 이유는 다시 추가 소식이 들어오면 퍼즐을 맞춰보겠습니다.

빈 라덴 암살을 연상시키는 스텔스 헬기가 카불 공항에 등장한 스토리 이전에 카불 함락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줍니다. 카불 사태가 주는 함의를 함께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헤매던 미국이 기습적으로 발을 뺐습니다. 그 결정의 후폭풍으로 아프간의 카불 정권이 순식간에 휩쓸려 날아갔습니다. 지난 4월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내 미군 철수를 공식화하고 100여 일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정부 수반은 줄행랑을 쳤고 미군이 조련한 특수부대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항복했습니다. 심리적으로 저항 의지가 무력화된 겁니다.

이란·러시아·인도·중국의 이해가 맞물린 지정학적 위상 때문에 미국이 함부로 철군 결정을 못 할 것이란 방심이 허를 찔렸습니다.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하고 있어야 할 아프간 정부로선 뼈아픈 대목입니다. 흡사 애치슨라인(Acheson line)을 연상시킵니다.
카불 상공을 헬기가 오가며 급박한 현실을 전하고 있다.〈사진=HKET 캡처〉카불 상공을 헬기가 오가며 급박한 현실을 전하고 있다.〈사진=HKET 캡처〉

애치슨라인은 1950년 1월 12일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발표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을 말합니다. 알류샨열도-일본열도-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가상 방어선입니다. 한국·대만·인도차이나반도는 제외됐습니다. 대만·한국·베트남은 안팎에서 미군의 군사지원이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고 인식되던 때였습니다. 결국 북한을 비롯한 중국·소련의 오판을 불렀죠. 애치슨라인처럼 아프간에 대한 미군의 속내가 드러나자 탈레반도 전격전을 벌여 순식간에 카불을 함락한 겁니다.

미국도 '제2의 베트남전'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습니다. 카불 철수가 사이공 철수와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습 철군은 오판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시리아에서 쿠르드족을 외면한 미국이 다시 아프간에서 발을 빼면서 미국의 대외관계를 둘러싼 신뢰 공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 병사들.〈사진=HKET 캡처〉아프간 수도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 병사들.〈사진=HKET 캡처〉

사정이 이쯤 되자 중국의 관변 미디어들은 미국과 대만의 틈새를 노리고 노골적으로 대만을 흔들고 있습니다. 거의 협박조에 가깝습니다. 환구시보·신화통신·환구시보 영문판 등이 선봉에 섰습니다. 요지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카불 함락은 사이공 함락을 연상시킨다. 미국이 카불 정권을 버린 것은 아시아 일부 지역, 특히 대만에 큰 충격을 줬다. (아프간 상황이) 대만의 운명에 대한 모종의 전조인가.”

“대만이 아프간과 다를 것이란 건 대만의 착각.”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안 온다.”

“어제는 베트남, 오늘은 아프간, 내일은 대만?”

카불의 탈레반 병사들.〈사진=HKET 캡처〉카불의 탈레반 병사들.〈사진=HKET 캡처〉
대륙 관변 매체의 으름장과 조롱. 대만 여론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발끈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실상은 기습적인 미군의 철수 행보 앞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만 믿고 매달리다간 '훅 간다'는 경각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만의 중국시보는 16일 사설에서 “아프간의 비극적 정국은 대만에는 섬광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물론 아프간과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와 전략적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운명을 맞지는 않을 것이란 자위성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이 침공할 경우 일본이 참전한다고 공언한 이상 공산당이 쉽게 개전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사진=대만 자유시보 캡처〉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사진=대만 자유시보 캡처〉
불침항모인 대만이 대륙의 손에 떨어지면 미국은 서태평양의 제해권을 내줄 수밖에 없으니 아프간과 위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일본도 전에 없는 안보 위협에 노출되기에 대만 지원 공언이 허언은 아닐 것이라는 거지요.

안보 우려로 여론이 술렁일 때는 정치 리더들이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대만의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여과 없는 현실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여당인 민진당 소속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은 “아프간 사태의 교훈이 있다. 내부가 무너지면 밖에서 아무리 도우려 해도 방법이 없는 것”이라며 국민 단합을 호소했습니다.

친대륙 성향의 국민당의 마잉주(馬永九) 전 총통은 언론에 나와 “대만을 도와주는 손길은 환영하지만 대만은 스스로 지키는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믿을 건 자신뿐이라는 냉철한 현실주의입니다.

안보전문가인 린위팡(林郁方) 대만 전입법의원(국민당 국회의원)은 “국제관계에서 양국의 국익이 일치하는 나라가 어딨나”라며 “안보를 미국에 의지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대만은 스스로 생각하고 전략을 짜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경각심을 환기시켰습니다.

카불의 미국 대사관이 폐쇄되기 전 국기 하강식을 거행하고 있다.〈사진=HKET 캡처〉카불의 미국 대사관이 폐쇄되기 전 국기 하강식을 거행하고 있다.〈사진=HKET 캡처〉
20년에 걸친 미국의 아프간 전쟁이 끝났다는 것은 이제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새로운 한 페이지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세계전략적 초점이 중국으로 옮겨간다는 것이지요. 바이든 대통령도 공공연히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게 미국의 첫번째 국가이익이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남중국해뿐 아니라 대만 문제도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지면 북·중 밀착도 강화됩니다. 대만 문제는 한반도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입니다. 천안함 폭침 때 남태평양을 순방하던 대만 총통도 밤 비행기로 급거 귀국했습니다. 중국을 가운데 두고 한반도와 대만의 안보는 이렇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오로지 힘의 논리만이 관철되는 살벌한 국제정치 세계에서 카불 함락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믿을 건 자신뿐이라는 자강불식의 의지와 함께 동맹 내부의 미묘한 동향에 대해 온 감각을 동원해 탐지하고 추적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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