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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사함 밖에 모르는 허준호 "매 작품 마지막이라 생각"

입력 2021-08-12 15:46 수정 2021-08-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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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관객들이 환호하고 작품이 애정하는 배우로 다시금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대부분의 답변이 기승전 '감사하다'로 끝날 만큼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배우 허준호(58)다.

1986년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데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영화계 중심에서 충무로를 이끌었던 허준호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잠시 주춤했던 시기를 거쳐 2016년부터 본격적인 컴백의 물꼬를 텄다. 스크린에서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을 기점으로 '국가 부도의 날'(2018)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결백'(2020) 등 작품에서 천의 얼굴을 뽐냈고,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안현대감을 통해 미(美)친 열연의 정점을 찍으며 배우 허준호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리고 만난 '모가디슈(류승완 감독)'는 허준호에게는 '감사'와 '감동' 그 자체였던 작품이다. 정식 시나리오도 받지 않았던 시기 류승완 감독과의 첫 미팅에서 출연을 결정지었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해외 촬영 현장 스케일에 4개월 내내 놀라며 '연기'라는 맡은 바 책임을 120% 소화해냈다. 류승완 감독은 숱한 해외 촬영을 경험했을 허준호가 모로코에 처음 도착했던 날 지어 보였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며 "연기를 할 땐 속된 말로 영화 찍는 기분이 났다. 스크린에서 허준호 선배의 얼굴을 보여 줄 생각에 먼저 행복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김윤석은 "허준호 선배 같은 배우가 오래오래 활동해 줬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내비쳤다. 그 바람을 지켜주려는 듯 허준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쉼 없는 열일 행보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허준호라는 배우를 찾아주는 것에 감사함만 느끼고 있는 나날이다. 그래서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 "연기 할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작품이 아쉬워 매일 마지막 촬영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현장은 재미있고, 대본을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시간도 즐겁다. 배우의 이미지는 오로지 관객들의 평가에 달렸다. 어떻게 봐주시든 감사하다. 앞으로 선보이게 될 캐릭터들의 얼굴은 조금 다양할텐데 도전할 수 있어 행복하고 기대된다."


 
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큰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스크린에 잘 걸렸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잘 되길 바라고 많이 떨린다."

-시나리오도 받기 전 출연을 결정했다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러브콜 자체가 그저 감사했다. 이렇게 큰 작품에, 처음에 불렸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더라. 어느 날 류승완 감독이 '밥을 먹자'고 했다. 첫 미팅 날 맛있는 밥집에 가서 밥을 먹는데 '모가디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아직 시나리오를 수정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과 류승완 감독의 생각을 듣는데 '이건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시작부터 애정이 남달랐겠다.
"그래서 책임감도 컸다. 현장에 가보니 내가 제일 큰 형인 것 같더라. (웃음) 준비된 현장과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끔 해야 하니까 신경쓰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4개월간 모로코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과거에 한창 활동할 때 해외 촬영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데도 이런 현장은 한 번도 만나지를 못했다. 해외에 나가도 혼자 셀카 같은 것을 잘 안 찍는 편인데(웃음) 이번에는 세트를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같이 간 우리 매니저에게 '사진 좀 많이 찍어 달라'고 부탁해서 혼자 서서 찍은 사진이 많다. 기록에 남길 수 있을 만큼, 남기고 싶은 만큼의 현장이었다."

-어떤 점이 달랐고, 또 좋았나.
"완벽했다. 내가 못하면 미안할 정도로 엄청난 준비를 해놨더라. 오랜시간 꿈꾸던 프로덕션이었고, 그 꿈이 이뤄지는 것 같아서 4개월간 즐겼다."


 
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간 해외촬영을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잠자리도 바뀌고, 현장에서 견뎌내야 한다는 자체가 힘들다. 촬영하는 시간이야 한국이나 해외나 비슷한데 그 외적 문제들이 힘들게 다가온다. 2~3주 정도 지나면 향수병 생기고 사고도 나기 시작하는데 이번 모로코 촬영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해외촬영 처음으로 아무 사고가 없었다. 제작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배우들과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나.
"현장이 완벽하다보니 다들 열정도 남달랐다. 누구하다 허투루 움직이지 않았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으면 (김)윤석 씨가 전화해서 '형, 올라와!' 하면 가서 같이 밥 먹고, 누가 똑똑거려서 보면 (조)인성이가 들어와서 커피 타주고 그랬다. 인성이 방에 모든 배우가 모여 작품 토의도 했고, 류 감독님 방에 가서 토론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가득했다. 술 한잔하면서도 촬영을 위해 절제해 가며 작품에 몰입하는 모습들이 너무 멋있었고, 나도 배우지만 보는 재미가 있었다. 김윤석 조인성 정만식 김재화 등 대단한 배우들의 모습을 옆에서 직접 본 것 아닌가. 하하. 굉장했고 즐거웠다."

-한국 영화의 발전이 느껴지기도 했을 것 같다.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등 세계에서 인정받는 좋은 작품들은 점점 많아져도 프로덕션은 그렇지 않았다. 근데 이제는 어느 반열에 오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정상인데 그러지 못했고 지금은 해낼 수 있어 칭찬하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 시국이 지나면 더 많은 영화가 멋진 세계를 펼쳐놓을 것 같아 기대된다. 경이롭다는 표현까지 쓸 수 있을 것 같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는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했다.
"우리 배우들이 잘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인 것 같고…. 어우…. 나는 아이들이 총들고 있는 모습에 자꾸만 먹먹해지더라. 지금도 그 장면들만 떠올리면 울컥 울컥한다. '그런 세상은 만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촬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살짝 쉬는 시간이 생겨 '그 친구들은 뭘 하나' 보면 총을 놓고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진짜 안타깝다.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간접적으로 느껴지고 공포까지도 올 수 있는 현장이었다.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그런 상황과 시대는 넘겨주지 말아야지' 싶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공항신이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자제 했어야 하고, 절제하고, 참았어야 했다. 근데 우리가 어떤 목적을 위해 마지막 장소에 도착했을 때, 감독님이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사전에 우리끼리 뭘 얘기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배우 전체가 서로의 눈빛만 보고 그냥 눈물바다가 됐다. 4명의 아이들도 같이 울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깊게 기억난다."

 
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림용수 대사 캐릭터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기본적으로 환자고, 열댓 명의 식구를 살려야 하는 리더다.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서 부탁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성격이 급하고 리더십도 없는 편이라(웃음) 가끔은 현장에서 살짝 빠져 있기도 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더라."

-특별히 노력한 지점이 있다면.
"4명의 아이들과는 일부러 더 친하게 지내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는데 그 녀석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촬영 외적으로 도움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진짜 좋아하긴 한다. 하하. 같이 연기한 북한 대사관 쪽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감독님과 계속 상의하면서 촬영 후에는 '괜찮았어요?'라고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기도 했다."

-인자하고 너그럽게 비춰지는 성격은 시나리오부터 설정돼 있었나.
"그대로 간 것도 있고, 분위기에 따라 디테일한 부분들은 조금씩 변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림용수 대사는 20여 년을 해외에서 생활한 인물이다. 아마 바깥 세상을 오래 봤던지라 조금은 더 생각이 깨어 있지 않았을까. 반면 구교환이 연기한 태준기 참사관은 북한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국가에만 충성하는 인물로 계산했다."

-림용수의 어떤 면모를 조금 더 부각시키고 싶었나.
"내 나름의 상상을 더 했는데, 20년 먼저 아프리카에서 외교 활동을 시작한 사람이니까, 첫 장면부터 한 대사(김윤석) 측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건 남한과 북한의 문제가 아닌 현실적 환경에 대한 이해였다. 무게감 있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 모두 류승완 감독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더라.
"류 감독은 속된 말로 미(美)쳤다? 좋은 의미의 '미쳤다'다. 현장에서 너무 멋있어 보였다. 작은 거인이다."

-김윤석과도 처음 만났다.
"그는 거물이다. 대배우 맞다. 내가 진짜 팬이었다. 공백기를 갖는 중간에도 '황해' '추격자' 등 윤석 씨 작품을 보고 '와~ 엄청난 배우다'라고 했었다. 작품과 현장에서는 '모가디슈'를 통해 처음 만났는데 되게 편했다. 윤석 씨는 리허설 때부터 다 보여준다. 리허설도 열정적으로 해주시는 모습에 '역시 대배우'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 촬영을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여러 번 이야기했다. '김윤석 봐서 너무 좋다'고 했다. 영광이었다."

-조인성은 어땠나.
"조인성도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다. 아주 어렸을 땐 전 소속사 사장과도 친해 주변에서 가끔 만나는 정도였다. 나이 차가 있다 보니 친하지는 못했다. 이전까지는 아기로만 봤던 인성이었는데 '더킹'이라는 작품을 보고 '이제는 중견 배우가 다 됐구나' 싶었다. 더 멋있는 연기 세계를 펼쳐나갈 조인성을 기대하게 됐다. 그렇게 '모가디슈' 현장에서 만났는데 정말 깊어졌더라. 한국 대사관 일원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을 다 아우르고 다니는 모습도 멋있었다. 그릇이 깊어진 인성이는 더 멋있어졌고 또 예뻤다. 보기만 해도 좋다."

-구교환은 한 팀이었다.
"교환이는 작품을 많이 안 하고 나와 만난 것 같더라. '모가디슈' 자체도 그렇고. 되게 열정적이었고 정말 무모할 정도로 달려드는 친구였다. 어린시절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면서 아주 귀여웠다. 하하. 요즘 바쁘고 잘되는 것 같아 흐뭇한데 살만 좀 쪘으면 좋겠다. 너무 안 먹고 빼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모가디슈'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허준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브라운관·스크린을 막론하고 쉼없이 활동 중이다.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감사하다. 계속 써주시고, 계속 불러주시고 하니까 감사한 것 밖에는 없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웃음)"

-젊은 시절과 비교했을 때 연기를 대하는 마음이나 태도, 몰입도에서 달라진 것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이제는 (연기) 할 날이 적어졌으니까. 할 수 있는 작품도 적어지고. 어렸을 땐 이런 생각도 안 했다.(웃음) 지금은 한 작품 한 작품이 아쉽고 하루하루 이뤄지는 촬영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정말 마지막 작품인 것 같아 더 소중하다. 가장 많이 바뀐 건 아무래도 현장이다. 재미있다. 제작자 분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시간제로 바뀌지 않았나. 단점도 있겠지만 내가 좋게 생각하는 지점은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분량을 해내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제한이 없던 예전보다 더 준비하게 되고 스태프들 못지않게 책임감을 느낀다.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꽤 즐겁다."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그것 또한 감사하다. (웃음) 배우가 무게감 있다는 평일테니까, 난 잘 모르겠지만 자꾸 그렇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 어떤 이미지도 노력으로 완성되는 것 아닌가. 무게감도 쌓아가야 하는데 계속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방송된 다큐 '마이웨이' 윤복희 편에 출연했다. 윤복희는 허준호에 대해 '바퀴벌레도 못 잡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던데, 무서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보여지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배우는 결국 작품으로 이야기 한다. 아무래도 악역을 많이 하다보니 그런 분위기가 각인된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윤)복희 엄마도 내가 그렇게만 비춰지는 것이 아쉬워 그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 나는 그저 주시는 작품 안에서 캐릭터에 매진하는 것이다. 관객의 관점은 배우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건 오로지 보는 분들의 평가에 맡기는 것이 맞다. 귀띔하자면 앞으로 나올 작품 중 더 악질의 악역도 있고 순한 옆집 아저씨 같은 역할도 있다. 도전의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 내 나름대로는 기대하고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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