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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없는 탄소중립 시나리오?…탄중위, 시나리오 3개안 발표

입력 2021-08-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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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오늘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안을 발표했습니다. 위원회가 공식 출범한지 두달여만에 우리나라의 첫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초안이 나온 겁니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안을 발표했다.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안을 발표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총 3가지입니다. 1안은 2050년 순 배출량 2450만톤, 2안은 1870만톤, 3안은 0톤을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입니다. 3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탄소중립'이 아닌 셈입니다. 1, 2안의 경우, 해외에 나무를 심거나 해외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오는 방식으로 남은 배출량을 해결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입니다.

부문별로는 전환과 수송의 감축이 두드러집니다. 에너지를 만들 때(전환)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82.9%에서 100%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 비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석탄뿐 아니라 다른 화석연료의 이용 역시 줄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에 새로 추가됐거나 아직 건설중인 석탄발전소 신규 7기의 경우, 2안과 3안에선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1안은 이들 7기의 가동을 전제로 하고, 2안은 이들을 폐쇄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3안은 석탄뿐 아니라 LNG 등 발전의 '탈화석연료'를 의미합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2020년 기준 6.6%에서 2050년 56.6~70.8%로 늘어납니다. 원자력발전은 시나리오에 따라 6.1~7.2%로 일정 비중을 유지합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56.6~70.8%까지 늘어나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탄소중립위원회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56.6~70.8%까지 늘어나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송의 경우, 시나리오 단계별로 전기차나 수소차 등 무공해차의 비중이 76~97%로 늘어납니다. 철도의 경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동력'으로 100% 전환하고, 해운과 항공에 있어서도 바이오연료 확대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게 됩니다. 다만 EU나 미국 등과 같이 '내연기관 퇴출'에 대해선 아무런 계획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내연기관 판매중단 시점 등은 별도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산업 부문은 다른 부문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1안, 2안, 3안 모두 2050년 배출량은 5310만톤으로 같습니다. 전환이나 수송의 경우 1안에서 3안으로 갈수록 감축 폭이 커진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산업 부문 감축의 핵심은 다배출 업종인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정유 산업의 전환에 달려있습니다.

철강 산업의 경우, 2050년까지 철강 제조에 쓰이는 석탄(유연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고로 역시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담겼습니다. 시멘트의 경우, 제조에 쓰이는 연료를 석탄에서 재활용 연료나 수소로 바꾸고, 원료 역시 혼합재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이게 됩니다. 석유화학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이오연료와 수소 등을 활용해 연료 및 원료 차원에서의 전환이 뒤따릅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안의 주요 배출 목표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안의 주요 배출 목표

여러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에 비해 지금보다 더 못한 목표치가 담긴 항목도 있습니다. 바로 '흡수'입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산림 등을 통해 흡수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지금의 4130만톤에서 2050년 2400만톤 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원회는 “우리나라 산림의 탄소흡수기능 증진을 위해선 수종 갱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산림 조성 방안에 대해선 해답을 내놓지 못 했습니다.

이번 시나리오 발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목표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 역시 많습니다. “2050년에 얼마”라는 숫자는 있지만, 2021년부터 2050년까지 30년에 이르는 시간, 어떤 기술을 통해 어떠한 경로로 줄여나갈지. '로드맵'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향후 이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관계자 및 대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이는 각기 다른 가정과 전제에 따른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3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로드맵'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여전히 논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국제사회에 공개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해외 각국은 이미 발표를 한 상황입니다. 위원회는 “10월 말까지 NDC 정부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내놓은 이번 시나리오의 상세한 내용은 [박상욱의 기후 1.5]를 통해 추가로 분석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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