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방탄소년단, 영어 노래 내면 왜 안 돼?

입력 2021-08-05 10:40 수정 2021-08-05 11:3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빅히트 뮤직 제공빅히트 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물론 누구나 영어 노래를 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싱글 '버터'(Butter)로 빌보드 '핫 100' 차트를 장기 집권하고 있다. 수록된 영어곡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로 10주 연속 정상의 자리를 굳혔다. '버터'는 9주째 1위를 유지, '올해 핫 100 최다 1위 곡'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일각에선 방탄소년단이 영어 노래를 냈기에 가능한 성과라면서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의심하고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이것이 방탄소년단의 올바른 행보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옳고 그름의 문제'로까지 언급했다. 매체는 "미국 음악 시장을 위한 방탄소년단의 음악의 현지화와 성공화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그룹은 '버터'로 그래미 상을 겨냥한 것이 맞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왔다"고 보도했다.

"언어보다 의미가 중요"
이에 멤버 RM은 현지시각으로 4일 공개된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모든 것을, 심지어 우리 자신까지도 초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게 음악의 힘이다. 일반적으로 언어, 주제, 국경의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2017년 방시혁 프로듀서가 말한 K팝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방시혁 프로듀서는 "해외시장을 의식적으로 공략한 적이 없다. 여러가지 요인이 합쳐졌다. 분석가들에게는 피곤하겠지만 하나의 성공전략으로 말 못한다"면서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산업 모델로, 미국 회사와 계약을 맺고 멤버들에게 영어로 노래하게 하는 건 이미 K팝이 아니다. 한국말로 노래하는 것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아미(팬클럽)에게는 의미, 진성성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노래로 위로받고 격려받는다"고 음악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는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 팬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탄소년단만의 유쾌함이 들어 있는 노래다. 진은 "팬데믹 이후로 방향성을 잡고 만들었다. '퍼미션 투 댄스'엔 수어를 이용한 쉬운 안무를 구성해 안무 챌린지도 하게 됐다"며 많은 참여를 독려했다. 제이홉은 "새로운 것을 시도한 결과가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관심도 생겼고 영어도 좋아졌고 실제로 재미도 있다"며 만족했다.

"방탄소년단이라 가능한 돌파구"
비영어권 음악에 대한 주류 미디어의 외면이 여전하다는 미국 내 비판 기사도 있다. 방탄소년단이 영어 노래로 그래미를 겨냥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 언급했다. vox는 "K팝이 인기 있는 장르가 됐음이 분명한데도 라디오에서 쉽게 들을 수는 없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제외하고 스포티파이 상위 10명의 K팝 가수 중 그 누구도 지난 1년간 미국 주류 라디오 재생에 근접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주류 방송국은 K팝을 무시한다"며 언어 장벽, 외국인 혐오 등이 그 이유라고 전했다.

차트 분석가이자 대중문화 평론가로 팟캐스트를 진행 중인 크리스 몰랜피는 "라디오 프로그래머들은 사람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나 랩을 틀고 싶어한다. 청취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곡을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외국인 혐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비영어권 노래들이 히트를 치기 시작한 지는 정말 몇 년 되지 않았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이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의 첫 빌보드 핫100 1위 곡인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미국 역사상 K팝 장벽을 깨기 위한 가장 의도적 시도였고 효과가 있었다. 수년 동안 끈기 있게 미국 팬층을 구축한 다음의 일"이라고 인정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가 시작된 지점은 영어 때문이 아니다. 한국어 가사인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으로 '핫 100' 위에 오른 적이 있으며, '불타오르네' 'DNA' '페이크 러브' '아이돌' 등 한국어 노래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2019년 2월 가디언은 "영어는 더이상 팝음악의 국제 공통어가 아니다"면서 방탄소년단이 '팝 2.0 시대'를 열었다고 조명했다. "케이티 페리,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와 같은 스타들은 멸종위기종"이라며 '왕년의 거물 팝스타들(massive pop stars)'라고 도발적으로 표현했다. 매체는 "이들은 198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모델에 적응한 것으로 라디오, MTV, 레코드 판매, 언론, 시상식 참석 등 산업을 기반을 토대로 유명세를 만들어 왔다. 요즘엔 스트리밍이 가장 대중적인 음악 청취 방식이 되고 있는 가운데, 10대들은 장르의 경계를 인식하지 않고 카디비부터 방탄소년단까지 모든 음악을 듣고 있다. 옛날 스타일의 음악 산업의 룰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SCMP는 넷플릭스 다큐 '디스 이즈 팝'(This is POP)에서 스웨덴 팝 그룹 아바 멤버 벤뉘 안데르손이 "영어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을 강조하고 "지역 시장을 능가하려면 영어로 노래해야 한다. 돈이 있는 미국 음악 산업은 여전히 ??지배적이며 전 세계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히트곡을 결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방탄소년단은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업계 정상에 올랐고 영어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여러 작품 중 하나다. 일본 시장에 맞춰 낸 일본어 앨범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언어로 노래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정리했다.

황지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jeeyoung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