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지하철역보다 못해"…쉴 수 없는 '무더위 쉼터'

입력 2021-08-02 20:3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앵커]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라는 게 있습니다. 더위에 취약한 이웃들이 와서 좀 쉬다 가라고 만든 겁니다. 그런데 들어갈 수 없거나, 찾기 어렵거나, 쉼터란 이름이 무색한 곳들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로 기상청에서 국민들에게 야외활동을 조심하란 재난문자도 보냈습니다.

같은 날 길에 노인들이 모였습니다.

줄이 길게 이어집니다.

무료 급식을 받으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실내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게 되면서 야외 급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지금도 매우 덥고 습한데요, 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 나오면 다섯 시간 그렇게 기다려요. 아침에 집에서 첫차를 타고 나와. 식권을 타야 해.]

수건으로 땀을 닦고, 부채질을 합니다.

연신 물을 마십니다.

공원 안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주변 길로 향합니다.

[갈 데가 없어요. 그늘이 없고 의자가 없어요, 어딜 갈래도.]

그늘도 뜨거운 한낮, 노인들은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역 입구부터, 구석진 곳까지, 곳곳에 앉아 쉽니다.

[복지회관 가서 서예나 하고 그런 거 했는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못 가니까.]

[집이 더 더워. 노인정도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서 (불안하고.)]

시원한 계단에선 자리를 깔고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밖에 덥잖아. 여기 안에 잠깐 앉아 있는 거야. 바로 지하철 타면 집에 가고 그러니까.]

무더위에 갈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해서 지자체에선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도 경로당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곳인데요.

지금 문은 닫혀서 열리지 않습니다.

주말엔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로당, 행정복지센터, 은행 등에 지정된 쉼터들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문을 연 한 쉼터는 텅 비었고, 의자와 테이블만 놓여 있습니다.

노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쉼터 대신 바로 옆 정자에 모였습니다.

[유병순/서울 냉천동 : 답답하니까 나와서 있는데 모기가 여간 많아? 힘들다니까 아주, 나와서 있는 것도. (쉼터가) 열었으면 얼마나 좋아.]

문을 연다 해도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경숙/서울 냉천동 : 주사 한 번 맞은 사람은 들어가지 말고 두 번 맞은 사람만 들어가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전 한 번 맞았으니까 (못 가지.)]

실제로 백신 2회 접종을 마쳐야 들어올 수 있다는 쉼터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엔 야외 무더위 쉼터로 와봤습니다.

분명 쉼터로 지정돼 있는 곳인데 주변에는 어떤 표시도 돼 있지 않고 그늘막 정도만 설치가 돼 있습니다.

앉아보면 의자도 뜨겁고, 더위를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호영/서울 명일동 : (무더위 쉼터인데)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아요. 차광막을 좀 크게 해주든지 해서 여기까지 그늘이 가려질 수 있게끔 해줬으면 하네요.]

한 쉼터는 공원 벤치가 시설의 전부입니다.

또 다른 쉼터도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쉼터 위치도 휴대폰 앱이나 인터넷에서 찾아야 해 접근이 어렵습니다.

[김찬동/서울 길음동 : 난 컴퓨터 모르고, 앱인가 그것도 잘 몰라요. (무더위 쉼터) 그런 게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쪽방촌 주민들도 요즘 매일이 힘겹습니다.

[쪽방촌 주민 : (집 구조상) 에어컨 자체를 놓지를 못하거든요. 잠 못 자죠, 계속 설치는 거지.]

가까운 건물 지하에 무더위쉼터가 있지만 편하지 않습니다.

[무더위 쉼터 관계자 : 일주일 내에 받은 그게 있어야 해. 코로나19 검사받은 확인증이 있어야 (쉼터에 들어올 수 있어.)]

[쪽방촌 주민 : 의자 한 서너 개 있어서 불편하고, 습하기도 하고. '아, 이건 내가 있을 만한 데가 못 되는구나' 하고 그냥 나왔어요.]

[박승민/동자동사랑방 활동가 : 24시간 이 비상시기에 시원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지원이 필요한 거고. 무더위 쉼터라고 만들어 놨다면 찾아가서 쉬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 놔야 하는 거죠.]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쉴 곳, 누군가에게는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위 취약계층을 위해 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정지윤)

관련기사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