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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독일, '강제 환기·실내 마스크' 원칙…코로나 초비상에도 숨통

입력 2021-08-02 16:58 수정 2021-08-02 17:24

길거리에선 마스크 없이…실내 방역 수칙 엄격
더워도 에어컨 튼 채 창문 열고 '강제 환기' 반복
지하 식당·카페 많은 한국, 자영업자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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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선 마스크 없이…실내 방역 수칙 엄격
더워도 에어컨 튼 채 창문 열고 '강제 환기' 반복
지하 식당·카페 많은 한국, 자영업자 지원 필요

독일 수도 베를린 길거리 풍경입니다.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녔습니다.독일 수도 베를린 길거리 풍경입니다.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녔습니다.
유럽이 비상입니다. 영국 등 주요국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2만~3만 명입니다. 그런데 독일은 2천 명대입니다. 인구는 약 8300만 명. 이웃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인구는 많은데 확진자 수는 적습니다. 한동안 1천 명 미만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독일도 최근 델타 변이 확산에 확진자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하루 확진자 약 3만 명이 쏟아지던 상황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독일은 이웃 나라들과 무엇이 달랐기에 몇 달 만에 극적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을까요.


■ 나들이 나온 시민들, 자유롭게 야외활동

취재진은 지난 7월 중순 독일을 찾아가 봤습니다. 길거리에서만은 코로나 전으로 거의 돌아간 모습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방역의 끈을 놓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실내 공간에선 전혀 달랐습니다. 방역이 매우 엄격했습니다. 어딜 가든 마스크가 필수였습니다. 심지어 FFP2 마스크가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습니다. 우리로 치면 KF94급 마스크 외엔 입장이 불가능한 겁니다. 취재진은 덴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출입을 제지당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썰] 독일, '강제 환기·실내 마스크' 원칙…코로나 초비상에도 숨통
독일은 FFP2 마스크가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습니다. 우리로 치면 KF94급 마스크를 껴야만 입장이 가능한 셈입니다. 독일은 FFP2 마스크가 아니면 입장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습니다. 우리로 치면 KF94급 마스크를 껴야만 입장이 가능한 셈입니다.
독일 시민 코넬리우스 쉐펠 씨는 "지금같이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간격을 두는 건 꽉 막힌 건물 안에 있는 것과 달리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시민 코넬리우스 쉐펠 씨는 "지금같이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간격을 두는 건 꽉 막힌 건물 안에 있는 것과 달리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독일도 30도 폭염…아무리 더워도 수시로 환기


특히 눈에 띄는 건 '강제 환기' 강조였습니다. 곳곳에서 수시로 문을 열고 환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음식점, 카페, 상점 등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같이 에어컨을 튼 상태로 문을 열었습니다. 코로나를 막기 위해 에너지 낭비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버스나 트램 같은 대중교통에서도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창문을 열었습니다. 내부 안내문엔 '가능할 때마다 창문 열고 환기하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영업 중인 식당, 카페, 상점 등의 모습입니다. 에어컨을 튼 상태에서 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문을 열고 영업 중인 식당, 카페, 상점 등의 모습입니다. 에어컨을 튼 상태에서 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독일 시민 다비트 자이넨 씨는 "사람들이 서로 뭉쳐 있지 않으면 맑은 공기 안에서 에어로졸 분포가 높지 않다는 걸 과학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시민 다비트 자이넨 씨는 "사람들이 서로 뭉쳐 있지 않으면 맑은 공기 안에서 에어로졸 분포가 높지 않다는 걸 과학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독일 베를린 대중교통 안에 붙어 있는 안내문입니다. '가능할 때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 대중교통 안에 붙어 있는 안내문입니다. '가능할 때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난주 JTBC 뉴스룸 보도 이후 몇몇 분들께선 "독일은 시원하니까 주기적으로 환기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우리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독일 일부 지역도 한낮엔 30도를 웃도는 폭염이었습니다. 취재진은 강렬한 햇살 때문에 호텔로 피신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남쪽 지방엔 폭우가 내리고, 북쪽 지방엔 폭염이 찾아오고, 말 그대로 기후 변화를 그대로 느꼈습니다.

우리보다 기후가 좋아서 선선해서 환기를 자주 할 수 있는 게 아닌 겁니다. 실제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주기적인 강제 환기가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에 모이고, 에어컨 틀고, 문 닫고 환기 안 하고, 진퇴양난의 상황인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작정 야외 활동을 막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역 수칙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사람들 간격을 띄우고, 환기를 잘하는 식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모이는 걸 피하는 게 최선이지만, 불가피하다면 공간을 띄우고 강제 환기를 하는 게 필수라는 겁니다.

백신만으론 역부족이스라엘, '실내 노마스크' 철회

물론, 환기 못지않게 중요한 건 백신 접종률일 겁니다. 현재 독일 백신 접종률은 1차 61%, 2차 접종 완료 52% 수준입니다. 베를린 시민 마니크 씨는 "많은 사람이 이미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 1차 37%, 2차 접종 완료 13% 수준입니다.

하지만 백신만으로 방역이 완성되진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높은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집단면역이 형성됐다며 세계 최초로 '실내 노마스크'를 선언했다가, 코로나 재확산에 다시 실내 방역 수칙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백신과 함께 생활 속 방역이 함께 가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실외는 느슨하게 풀어주되 실내는 엄격한 독일의 방역 수칙은 우리와는 작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 우리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최소한의 일상과 방역의 공존이 가능해지니까요.

취재진은 점심 시간대 서울 시내 식당과 카페 등을 둘러봤습니다. 손님이 드나들 때를 빼놓고는 문이 내내 닫혀있었습니다. 1시간 넘게 머물렀던 곳에서도 환기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여러 개 출입문을 갖춘 대형 음식점들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특히 손님 동선 관리를 이유로 출입문 하나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폐쇄해 제대로 환기가 이뤄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해수욕장과 공원 등 야외에서 음주 금지 같은 강력한 단속을 하면서 정작 꼭 필요한 환기는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겁니다.

문을 닫은 상태서 에어컨만 가동하는 식당과 카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문을 닫은 상태서 에어컨만 가동하는 식당과 카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동선 관리를 위해 출입문 1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문가들은 "환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선 관리를 위해 출입문 1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문가들은 "환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한국은? 문 닫고 에어컨 트는 식당·카페 수두룩

자영업자들은 상황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식당을 운영 중인 정국진 씨는 "날이 덥다 보니 손님이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시는 경우도 많고, 방역수칙 때문에 문을 닫을 수 없다고 말씀드리기도 하고, 그걸 맞추기가 참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에어컨을 튼 상태서 환기를 위해 문을 열면 전기요금이 더 나오는 것도 고민거리라고 했습니다.


특히 지하 매장들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창문이 없으니 따로 돈을 들여 환기 설비를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코로나로 손실이 큰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 식당에선 환기를 위해 선풍기만 계속 돌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전기요금 감면이나, 환기 설비 설치 등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하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선풍기 틀면 알아서 다 환기가 된다니까 그냥 틀어놓고 있다"면서도 "저희도 불안하다. (정부가 환기 설비를 위한) 지원을 어느 정도 해준다든가 이러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지하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선풍기 틀면 알아서 다 환기가 된다니까 그냥 틀어놓고 있다"면서도 "저희도 불안하다. (정부가 환기 설비를 위한) 지원을 어느 정도 해준다든가 이러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더워도 주기적으로 문을 다 열고 맞바람이 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에어컨을 튼 상태에서도 강제 환기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에너지 낭비를 감수하더라도 바이러스 확산만큼은 막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환기 관련 연구를 많이 했다. 실내에서 어떤 조건을 만들어야 안전한 지 연구를 상당히 많이 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의 감염 사례를 보면 대부분 환기 문제랑 관련 있는 집단 감염 사례가 많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JTBC와의 전화 인터뷰 중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봤습니다. 환기를 안 한 상태에선 비말이 한곳에 머물렀습니다. 이때 에어컨을 켜면 비말은 곳곳으로 퍼진 다음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나라 실내 상태가 대부분 이런 모습일 겁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위험 상황입니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성민기 세종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바이러스의 농도가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에어컨을 돌리면 공기 흐름에 따라서 바이러스 입자들이 더 많이, 더 멀리,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환기 없이 에어컨만 트는 게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취재썰] 독일, '강제 환기·실내 마스크' 원칙…코로나 초비상에도 숨통
문을 열고 수시로 환기를 할 때와 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비말이 어떻게 퍼지는지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수시로 강제 환기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문을 열고 수시로 환기를 할 때와 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비말이 어떻게 퍼지는지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수시로 강제 환기를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독일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참고할 게 있으면 참고해야 합니다. 독일 역시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강제 환기 문화는 우리도 배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야외 노마스크 정책도 고려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덥고 시원하고 편하고 불편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코로나와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어쩌면 함께 공존하면서 이겨내는 방법을 익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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