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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적지만 가장 까다로운 온실가스 감축…건물부문

입력 2021-08-02 09:32 수정 2021-08-02 09:32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90)
국제에너지기구 '2050 넷 제로' 보고서 분석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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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90)
국제에너지기구 '2050 넷 제로' 보고서 분석 6/6

IEA(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2050 넷 제로: 글로벌 에너지 부문을 위한 로드맵' 뜯어보기, 마지막 순서입니다. 지난 다섯 차례의 뜯어보기를 통해 많은 내용들을 살펴봤습니다. 발전 부문에 이어 산업 부문에서의 탄소 감축, 탈화석연료에 대해 알아봤죠. 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은 발전부문의 탄소중립은 그나마 쉬운 축(?)에 속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산업부문,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의 경우 산업 인프라의 교체 및 투자주기가 긴 만큼 늦어도 2030년까지 저탄소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이 타임라인을 지키지 못하면 자연스레 글로벌 2050 탄소중립의 흐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IEA의 분석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송부문의 '넷 제로'도 우리가 지금 관심 갖고 있는 '자동차의 전동화'는 시작일 뿐, 선박과 항공까지도 '감축의 쓰나미'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까지 살펴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적지만 가장 까다로운 온실가스 감축…건물부문


이번에도 이야기에 앞서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 바로 IEA는 여타 글로벌 환경단체와 같은 '친환경적'인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결코 '환경만 생각해 시민사회나 기업, 정부에 지나치게 가혹한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위의 항목들은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탄소중립이 가능한', 소위 '최소 요구 사항'입니다.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부문별 탄소배출 시나리오 (자료: IEA)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부문별 탄소배출 시나리오 (자료: IEA)


이번 주엔 에너지로 말미암아 뿜어져 나오는 온실가스 부문 중 마지막, 건물부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탄소 저감에 있어 가장 둔감한 부문이기도 하죠. 지난주에도 살펴봤던 이 그래프에서도 나타나듯 건물(연두색)부문의 배출은 주요 배출부문 가운데 가장 적습니다. 그렇다고 '탄소 감축'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감축하는 양도, 정도도 다른 부문보다 적더라도 말이죠. 탄소중립 측면에서 보면 건물부문은 도리어 발전부문보다도 '배출량을 0에 수렴하도록' 만들기 어렵습니다. 줄이고 또 줄여도 어딘가에선 최소한의 탄소를 뿜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건물의_탈화석연료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건물부문 연료 변화 (자료: IEA)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건물부문 연료 변화 (자료: IEA)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공부하는 학교, 일하는 회사 등 건물도 '탈탄소', '탈화석연료'의 대상입니다.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석연료(석탄, 석유, LNG 등)의 비중을 당장 2030년 30%까지 줄여야 합니다.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엔 2%까지 낮춰야 하고요. 전기의 비중은 2020년 33%에서 2030년 50% 가까이 늘리고, 2050년엔 66%까지 높여야 합니다.

물론 연료의 구성만 달라져서 될 일이 아닙니다.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2020년 현재 기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난방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히트펌프와 태양열을 이용함으로써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냉난방 설비의 효율 증대도 뒤따라야 합니다. 난방에 쓰이는 에너지는 지금의 25% 수준까지, 냉방에 쓰이는 에너지는 지금의 55% 수준까지 줄여야 합니다. 또한 건축의 효율을 높여 버려지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그때까지 전체 85% 넘는 건물이 '탄소 제로 건축물'로 새로 지어진 건물이거나 리모델링된 건물이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탄소 제로 빌딩 비율 및 냉난방 변화 (자료: IEA)2050년 넷 제로 달성을 위한 탄소 제로 빌딩 비율 및 냉난방 변화 (자료: IEA)


#많은_것들이_얽힌_건물부문
우리는 건물에서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난방, 온수, 냉방, 조명, 요리, 각종 가전제품… 각각의 것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종류도 다르죠. 어느 집에선 뜨거운 물을 이용해 온수와 난방을 모두 커버하는가 하면, 어느 집에선 가스보일러를, 또 어느 집에선 전기보일러를 쓰기도 하고요.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스 불로 조리를 하는 집도, 전기 인덕션으로 조리를 하는 집도 있죠. 감축의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건물부문의 전환은 곧 '건물의 리모델링(혹은 리노베이션)'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이는 곧 '당장 내가 사는 곳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자가, 전세, 월세, 반전세… 다양한 주거 방식이 뒤섞인 상황에서 그 변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세입자가 집의 제로에너지화를 원한다 하더라도 집주인이 원치 않을 수도, 집주인이 제로에너지화를 원한다 하더라도 당장 살 곳을 옮기기 힘든 세입자가 원치 않을 수도, 주택 보유자가 제로에너지화를 원한다 하더라도 이웃집이 원치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 시민이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를 보고 있다.한 시민이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를 보고 있다.

2021년 '현재의 기준'에서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더라도 2050년엔 오히려 발전부문보다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발전, 산업, 수송 등 다른 그 어떤 부문보다도 배출량 감소 곡선의 기울기가 가장 완만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부문보다도 정부의 역량, 정책 설계의 세밀함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가장, 시민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총 여섯 차례의 뜯어보기를 통해 224페이지에 달하는 IEA의 2050 넷 제로 보고서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봤습니다. IEA는 각 부문별 로드맵을 만들 때 개발도상국을 위한 로드맵과 선진국을 위한 로드맵을 나눠서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선진국엔 개도국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기술적 측면으로나 재정적 측면에서 개도국보다 더욱 빠른 감축에 나설 여력이 있고, 그럴 의무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우리나라는 이 보고서에서 '선진국', 'OECD 회원국'으로 분류됩니다. 꼭 IEA의 보고서만이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이 내야 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여러 나라들에 조속히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서울선언문'도, 개도국에 대한 ODA 지원에서 기후변화 관련 지원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모두 선진국에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의문과 걱정은 커졌습니다. 보고서 속 선진국의 모습과 한국의 현실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탄소중립 논의 상황만 지켜보더라도, 수출 의존도도 높은데 탄소 배출량마저 높은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보고서 속 개도국을 위한 로드맵조차 따라가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 달성 항목'이 담긴 이 보고서와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내놓을 '강화한 감축 목표'는 얼마나 다를까요. 판이한 로드맵을 갖고 둘 다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하진 않을 거라, 제목만 '2050 탄소중립'일 뿐, 내용은 '2080 탄소중립'이진 않을 거라 믿어 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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