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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탈레반 눈치 보는 중국, 밑빠진 독 물붓는 신세

입력 2021-08-01 07:02 수정 2021-08-01 20:02

탈레반에 "평화위해 힘써달라" 주문
美 떠난 아프간에 中 머니파워 제시

당근책으로 탈레반 적절히 관리 기대감
탈레반 기지인 산악접경지는 테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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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평화위해 힘써달라" 주문
美 떠난 아프간에 中 머니파워 제시

당근책으로 탈레반 적절히 관리 기대감
탈레반 기지인 산악접경지는 테러 구멍

2010년 아프가니스탄 무장 정파 탈레반의 공동 설립자로서 파키스탄에 체포돼 지하 감옥에서 잊혀진 인물.

ㆍ탈레반 지도자였던 오마르가 생전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기억 속에 소환.

ㆍ2018년 수감 8년 만에 석방.

ㆍ2020년 2월 미군ㆍ탈레반 도하 평화협정 막후 영향력 행사.


이슬람 의식을 수행 중인 무장 전사(warrior)들.〈사진=더롱워저널 캡처〉이슬람 의식을 수행 중인 무장 전사(warrior)들.〈사진=더롱워저널 캡처〉

누구일까요. 우리에겐 낯설지만, 아프간 이슬람 군벌 가운데 핵심 요인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입니다. 2018년 석방된 뒤 신병 치료 등 이유로 잠수를 탔던 그가 외교 현장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2021년 7월 28일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중국 외교부〉2021년 7월 28일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중국 외교부〉

메마른 아프간의 산악지대가 아니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외항인 톈진에 나타났습니다.

28일 중국 외교부 발표입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톈진(天津)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이슬람 존칭)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났습니다.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 방향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사진=구글맵 캡처〉〈사진=구글맵 캡처〉

미군 철군 이후 아프간과 중국의 지정학이 맞물려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왕이 부장은 이 만남에서 중국의 관심사를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외교 현장의 언론 발표는 각종 수사와 애매모호한 외교용어로 범벅이곤 하죠. 무슨 암호 풀이하는 것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발표문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 때문인지 직설적이고 아주 박진감 넘칩니다.

중국의 관심사는 일목요연합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잘 관리해서 테러 세력이 중국으로 못 넘어오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탈레반은 수권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국가 재건에 필요한 물적ㆍ인적 지원을 확실하게 도장 받아가겠다는 거지요. 투자 많이 해달라는 겁니다.

아프간과 중국을 이어주는 전략 요충지, 와칸회랑.〈사진=바이두 캡처〉아프간과 중국을 이어주는 전략 요충지, 와칸회랑.〈사진=바이두 캡처〉

왕 부장 얘기를 보겠습니다. 왕 부장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거명하며 “중국의 국가안보와 영토보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ETIM은 위구르족으로 구성된 분리독립 세력입니다. 아프간을 거점으로 중동 일대에서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어 왕 부장은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 탈레반 실권자 "아프간 영토 이용해 중국에 해 끼치지 않겠다"

바라다르는 “중국이 아프간 재건에 더 많이 참여해 경제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기 바란다”며 “적당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끝나면 탈레반 하고 싶은 말만 한 것이니 중국이 원하는 말도 해줘야 합니다. 다시 바라다르의 립서비스를 보겠습니다.

바라다르는 “평화 쟁취를 위해 각 측을 광범위하게 포용하고 아프간 국민이 수용하는 정치구조를 구축할 것”이라며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의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관전 포인트. '아프간의 영토를 이용해…'라고 밑자락을 깔고 있습니다. 아프간을 기반으로 외부 이슬람 세력이 테러를 수출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말에는 숨은 코드가 있습니다.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선의 복잡미묘함을 깔고 한 말입니다. 아래 그래픽을 보겠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자료입니다. 오른쪽 FATA로 명명된 지역은 파키스탄 영토 안에 있습니다. 험준한 산악 지대입니다. 산이 깔고 앉아 있는 면적이 크다 보니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국경이 이 산악 지대를 지나갑니다.

파키스탄 영토 안에 있는 FATA 지역. 탈레반의 모태인 파슈튠족은 파키스탄과 아프간 접경인 FATA 일대에서 살고 있다. 탈레반은 미군의 공격을 피해 파키스탄 영토 안의 FATA 지역으로 피신했다.〈사진=미국 DNI〉파키스탄 영토 안에 있는 FATA 지역. 탈레반의 모태인 파슈튠족은 파키스탄과 아프간 접경인 FATA 일대에서 살고 있다. 탈레반은 미군의 공격을 피해 파키스탄 영토 안의 FATA 지역으로 피신했다.〈사진=미국 DNI〉

FATA 일대는 미군의 공격을 피해 달아난 탈레반 세력이 전력을 보존한 피난처였습니다. FATA 지역은 19세기 영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하면서 당시 영국령 인도(*나중에 파키스탄으로 나눠짐)와 아프간의 경계선이 됐습니다. 문제는 아프간 접경과 FATA 지역에 거주하던 파슈툰족이 탈레반의 모태라는 점입니다. 탈레반의 거점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내 FATA 양쪽에 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도 강하게 통제할 수 없는 FATA는 탈레반의 '해방구'적 성격이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의 FTAT. 〈사진=USIP〉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의 FTAT. 〈사진=USIP〉

미국 평화연구소(usip)는 '2001년 9ㆍ11사태 이후 이 FATA 지역이 탈레반,알카에다, 아랍ㆍ체첸ㆍ우즈벡ㆍ위구르 전사들과 연계된 그룹의 피난처가 됐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제 테러리즘의 배양소이자 수출기지였던 겁니다.

이슬람 수니파인 탈레반이 '형제의 의리'를 거스르면서 중국에 밀착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구조적으로 그렇습니다.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서 일어나는 테러는 막겠다”는 바라다르의 언급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FATA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복선이 깔려 있는 거죠.

〈사진=BBC 그래픽뉴스 캡처〉〈사진=BBC 그래픽뉴스 캡처〉

엊그제 BBC 그래픽 뉴스에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이 공개됐습니다. 중국과 맞붙어 있는 전략 지역인 와칸회랑은 탈레반이 통제하고 있군요. 중국이 당근을 내세워 아프간의 탈레반은 관리할 수 있을 겁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마지노선을 넘지말라"고 주장했다. 〈사진=중국 외교부〉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마지노선을 넘지말라"고 주장했다. 〈사진=중국 외교부〉

미군도 해법을 못 찾고 물러선 FATA 지역입니다. 중국 왕이 부장이 '탈레반의 해방구'인 FATA를 모를 리 없습니다.


FATA에서 발진한 세력이 아프간을 교량 삼아 북쪽의 스탄 국가들을 우회한 뒤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악몽입니다. 중국이 핵심이익이라고 선포한 신장위구르 지역이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익이 될지 여부는 비용 변수까지 고려해야 알 수 있습니다. 핵심이익 수호를 위해 중국이 어떤 대가까지 감수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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