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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지난 11일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오랜 경제난과 코로나 19로 지친 시민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면서 집결했고 500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쿠바 시민들의 시위는 일단 진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쿠바 시위대를 지지하는 동조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건물을 향해 무엇인가를 던집니다. 지난 26일 한밤중 프랑스 파리에 있는 쿠바 대사관이 화염병 공격을 받았습니다. 건물 외벽이 불에 타서 검게 그을렸는데 쿠바 시위대 지지자가 벌인 행동입니다. 대사관 직원들이 급하게 소화기를 들고나와 불을 끄면서 다행히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쿠바 대사관 앞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쿠바의 자유를 외치면서 거칠게 항의합니다. 최근 3주 동안 이처럼 세계 곳곳의 쿠바 대사관이 공격을 받았고, 여러 도시에서 쿠바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가 잇따랐습니다. 지난 11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40여 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은 1994년 이후 27년 만입니다. 미국의 경제 봉쇄 조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쿠바의 주 수입원인 관광산업이 막혔고,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음식과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워서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것이 일상이 되자 생계 불안에 대한 불만이 체제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습니다. 시위에 나선 시민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반정부 시위 참가자 : 우리는 탄압에 맞서기 위해 여기 왔어요. 정부가 우리를 굶어죽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바나가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에겐 집도 없고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힘있는 사람들은 돈이 많아 호텔을 짓고 있죠. 그들이 우리를 굶어죽게 만들고 있어요.]
이날 시위는 경찰과의 무력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시위대가 돌을 던지면서 경찰차를 부쉈고 경찰이 무력진압에 나서면서 1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이날 시위에서는 "대통령 사임"과 "공산주의 종식"을 외치는 구호까지 등장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겔 디아스 카넬 쿠바 대통령은 반체제 인사들과 시위 참가자 500여 명 체포를 지시했고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면서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개입설을 부인하며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두 대통령의 말 연달아 들어보시죠.
[미겔 디아스카넬/쿠바 대통령 : 우리는 어떤 반혁명주의자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돈을 받고 미국 정부에 매각된 용병이 이념 전복 전략에 휩쓸려 우리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은 보편적 권리를 주장하는 쿠바 국민들을 지지합니다. 우리는 쿠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와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쿠바 시위에 대해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20여 개국은 쿠바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놨고, 쿠바의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좌파 정권이 들어선 멕시코는 쿠바에 대한 경제 봉쇄를 끝내야 한다며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웃국가 칠레에선 쿠바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쿠바 시위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서로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상에서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 쿠바를 둘러싸고 다시 한번 세계가 분열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쿠바는 1959년 공산혁명 이후 60년 동안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62년간의 카스트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생필품과 백신 부족에서 시작된 국민들의 분노가 쿠바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