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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마저 입단속 강요…'친족 성폭력' 애타는 구조신호

입력 2021-07-26 20:23 수정 2021-07-2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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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친족 성폭력은 집계된 것만 해마다 700건이 넘습니다. 가족들이 쉬쉬해서 묻히는 경우도 많고, 어른이 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봐도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26일) 추적보도 훅에선, 그 피해자들의 애타는 구조 신호를 들어봤습니다.

최수연 기자입니다.

[기자]

[A씨/친족성폭력 피해자 : 8살 때부터 18살까지 10년의 성폭력을 행했고, 멈춘 이유가 대학 가기 위해서… (고3 때 공부하라고)]

A씨를 괴롭힌 건 친아버지였습니다.

엄마도 알고 있었습니다.

[A씨/친족성폭력 피해자 : 엄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오히려 저한테) 이제 와서 뭐 어떻게 하겠냐… 부모를 용서하지 않으면 네가 불행한 거라고 했어요.]

또 다른 피해자도 취재진을 만나 힘들게 입을 뗐습니다.

가해자는 친척,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입단속만 시켰습니다.

[B씨/친족성폭력 피해자 : (부모님한테 털어놨는데) 그걸 왜 이제 와서 얘기를 하냐. 이제 와서 어쩌라고.]

친족 성폭력에선 이렇게 피해자에게 집요한 침묵이 강요됩니다.

사실을 털어놓으면 온 집안이 나서 오히려 '가족파탄범'이란 멍에를 지우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친족 성폭력을 이렇게 부릅니다.

'영혼의 살인'

[정운선/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다른 학대보다 '영혼의 살인'이라는 얘기는 (친족성폭력의 경우) 은밀하게 이뤄지잖아. 옆에서 알기가 어려우니 더 오래 지속되죠?]

무서운 건 이런 '영혼의 살인'이 결코 드문 일이 아니란 점입니다.

경찰청이 집계한 친족 성폭력 사건만 지난 4년간 3000여 건, 매년 700건이 넘습니다.

침묵을 강요당한 사건을 포함하면 실제는 더 많을 걸로 보입니다.

혼자서 견뎌야 하는 피해는 더 깊은 상처를 남기게 마련입니다.

일상은 산산이 부서지고,

[A씨/친족성폭력 피해자 : (어려서 당한) 피해들이 일상 속에서 튀어나오는 거예요. 전철 지나갈 때 덜커덕 소리가 그런 소리로 들린다거나…]

의식하지 못한 채 학대를 대물림하기도 합니다.

[C씨/친족성폭력 피해자 : (친족성폭력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이 되면 반드시 (성인이 된 뒤 자기) 자녀 학대와 무관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우리 아이를 학대를 했어요.]

그나마 이런 문제들의 뿌리를 직시할 수 있게 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반백 년 만이라… 50년]

[40년 만에 처음 말해]

친족 성폭력의 또 다른 특징은 주로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피해를 겪게 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를 지킬 힘과 의지를 갖추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A씨/친족성폭력 피해자 : (신고를 하지 못한 건) 가족에 대해서 피해가 갈까 봐… 아이 자체도 가족이란 걸 잃고 싶어 하지 않는 본능적인 마음이 있어요.]

이러다 보니 평균 10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상담을 받고 고통을 털어놓는다는 게 관련 기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현재 친족 성폭력의 경우 처벌법의 공소시효는 고작 10년.

힘들게 용기를 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영아/친족성폭력 피해자 쉼터 '나는봄' 소장 : 우리 아이들이 정상적인 발달 수준을 못 겪어요. 그게 한 5년이나 7년 정도 유예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고소하려고 해도 공소시효가 걸리기 때문에.]

다행히 친족 성폭력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법안이 지난 1월 발의되긴 했지만, 다른 법안들에 밀려 아직 심사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황.

[양정숙/무소속 국회의원 : 일반인에게는 10년이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피해자들에게는 굉장히 짧은 시간입니다.]

피해자들은 또 한번의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국회를 향해 이렇게 호소합니다.

[B씨/친족성폭력 피해자 : 저희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해자를 벌할 수 있는 기회…]

(자료제공 :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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