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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가라"던 노회찬의 당부…정의당 현주소는?

입력 2021-07-23 18:01 수정 2021-07-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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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3일)은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서거 3주기가 되는 날이죠. "당은 앞으로 나아가라", 노 전 의원의 유언인데요. 3년이 흐른 지금, 정의당이 내년 대선을 잘 치르기 위해서 나아갈 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박준우 마커의 '줌 인'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유서에 적힌 마지막 문구입니다. 오늘은 노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지 3년째 되는 날입니다. 3년이 지난 지금 노 전 의원의 마지막 당부처럼 정의당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은 특정인이 아닙니다. 줌 인 최초로 한 정당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하는데요.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정당, 바로 정의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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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대 총선 이후 지금까지 정의당이 걸어온 길을 잠시 보셨는데요. 지금까지만 놓고 본다면 정의당이 노 전 의원의 유지를 잘 받들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마주한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인데요. 정의당의 위기는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불거진 조국 사태부터 시작됐습니다. 정의당은 조국 전 장관의 임명에 찬성했었죠. 조 전 장관 일가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의혹에 대한 비판과 검증 대신 검찰의 수사 행태에 화살을 돌린 겁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 (2019년 9월 26일) :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사생결단하듯 무리한 수사를 밀고 가고 있습니다.]

[윤소하/당시 정의당 원내대표 (2019년 9월 26일) : 검찰의 수사가 자칫 '비 올 때까지 기우제 지내는 격', 아니면 '우물물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겠다'는 먼지털이식 수사에서는 여론의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후 정의당 내에선 권리당원의 탈당러시가 이어졌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때 탈당계를 제출했습니다. "당에서 받은 감사패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지도부를 거칠게 비판했는데요. 여기에 외부 요인으로 인한 악재까지 덮쳤습니다. 정의당이 사활을 걸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좌초된 겁니다. 선거법은 통과됐어도 거대 양당의 꼼수로 연비제의 취지가 크게 퇴색됐는데요. 총선을 앞두고 믿었던 민주당마저 당시 미래통합당의 뒤를 쫓아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죠. 민주당은 정의당에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제안했는데요. 정의당은 원칙을 택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 (지난해 3월 18일) :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는 그런 꼼수 정치에 정의당이 몸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의당은 원칙을 지켜갈 것입니다.]

양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았다면 예상됐던 정의당의 의석수, 10~15석이었는데요. 선거 결과 정의당은 20대 국회 때와 똑같은 6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민주당은 176석의 거대 여당이 됐죠. 21대 국회 개원 이후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요.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대안적 진보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원외인사인 김종철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서 재도약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듯했는데요.

[김종철/당시 정의당 대표 (지난해 10월 9일) : 이제 거대 양당이, 정의당이 내놓는 의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제가 그것을 꼭 해낼 것입니다. 양당은 긴장하기 바랍니다.]

하지만 부활의 봄기운도 잠시, 김종철 대표가 불과 취임 3개월만에 물러나게 됩니다.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 퇴진한 겁니다.

[배복주/정의당 부대표 (1월 25일) :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1월 15일 발생한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 장혜영 의원입니다.]

평소 성평등을 외쳐왔던 정의당으로서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 사건이었죠. 결국 4·7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으로 공당으로서 책임을 졌습니다.

[정호진/정의당 수석대변인 (2월 3일) : 결과적으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것이 책임 정치의 대원칙을 지키는 것이자, 공당으로서 분골쇄신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그늘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입법 성과도 있었습니다. 2017년 노회찬 전 의원이 최초 발의했던 법안이죠.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노회찬/당시 정의당 의원 (2017년 8월 23일) : 잇따른 기업 재해에도 불구하고 그 제1책임자인 경영자와 기업에서 마땅한 처벌과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우리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사망사고의 위험으로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지난 1월 중대재해법이 통과됐는데요. 정의당과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이 한 달 가까이 단식 농성을 벌인 끝에 이뤄낸 일이었습니다. 반쪽짜리 입법이란 비판도 있었지만요. 정의당으로서는 당론 1호였던 만큼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었죠. MZ세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패션 정치로 관심을 받았던 류호정 의원입니다.

[류호정 (워크맨 72회) : (우리 류 의원은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 특별히 롤모델은 없고요. 제가 롤모델이 되면 좋지 않을까요?]

류 의원, 분홍색 계열의 원피스를 시작으로 노랑색 브이넥 원피스, 멜빵 바지 차림 등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시선을 끌었었죠. 멜빵 바지가 노동자 작업복에서 유래한 것으로 안다며 편해서 입는다고 답했었는데요. 국회 본관 앞에서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하며 등이 파인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시위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물론 등에는 타투가 그려져 있었고요. 가장 최근에는 영화 '킬 빌'의 여배우 우마 서먼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채용비리 척결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요.

[류호정/정의당 의원 (지난 21일) : (킬비리 집행검을 받아주시고 센터장으로서 채용비리를 뿌리 뽑으시겠습니까?)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법안소위에서 어떤 법안을 논의할 건지는 교섭단체 간사들이 협의해서 정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교섭단체가 아니고 또 더욱이 이 법안 같은 경우에는 법안소위에 있는데 법안소위에 정의당 의원님이 안 계세요. 그러니까 법안을 발의해도 논의되기가 참 쉽지가 않은 거죠. 그러다 보면 결국은 이렇게 국민들께 쇼라는 말을 들어가면서 이렇게 이야기 외치는 수밖에 없어지는 상황이 있습니다…]

같은 MZ세대인 장혜영 의원은 최근 눈물의 연설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1세대 1주택에 대한 재산세율 특례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죠.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토론 자리였는데요. "국회의 과세 포기 선언이자 집값 안정 포기 선언"이라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장혜영/정의당 의원 (지난달 29일) : 집 없는 사람들의 마음, 아십니까. 투룸으로 가려다가 원룸으로 가고 볕 드는 원룸에 있다가 반지하로 가고 아니면 옥탑으로 고시원으로 가고 직주 근접은 꿈도 꿀 수 없는 지역으로 자꾸만 밀려 나가는 청년들의 설움을 정말로 이해하고 계십니까.]

이런 개별 의원들의 활약 속에서도 정의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올해 정의당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3~6% 사이 박스권에 갇힌 모습입니다. 일찌감치 대선준비단을 꾸리면서 대선 버스도 다른 정당에 비해 먼저 출발했지만 대중의 관심은 미미한 상황입니다. 대선 주자는 역시 '어대심'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어차피 대선 후보는 심상정 의원이란 건데요. 이정미 전 대표 등도 거론되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새 얼굴'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류호정, 장혜영 의원은 만 40세 이상만 출마할 수 있게 한 헌법 규정에 길이 막혔습니다.

[류호정/정의당 의원 (지난달 14일) : 피선거권도 없는데, 제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준비단 단계에서부터 정의당의 대선이 잘 알려지도록, 아주 시끄러울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로 성실히 궁리해보겠습니다.]

정의당,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고 있죠. 노동 분야의 의제를 주로 선점해왔는데요.

[6411버스라고 있습니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강남의 빌딩에 출근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투명인간입니다.]

6411 버스의 투명인간을 위한 정당이 정작 존재하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정당이 돼선 안 될 일이겠죠. 투명정당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야 투명인간을 위한 목소리도 더욱 커지지 않을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앞으로 나아가라"던 노회찬의 당부…정의당의 현주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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