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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설치' 에어컨 샀는데 고장제품… 쿠팡은 '나 몰라라'

입력 2021-07-21 13:26 수정 2021-07-21 14:16

공정위 "쿠팡 약관 면책 과하다" 시정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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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 약관 면책 과하다" 시정 명령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주부 고홍주 씨는 10년 넘은 에어컨을 바꾸고자 평소에 즐겨 이용하던 쿠팡에서 에어컨을 구입했습니다.

고씨는 '로켓프레시'나 '로켓배송' 등을 이용할 때면 빠른 배송도 좋았지만,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 환불 등 쿠팡의 조치에도 크게 만족해왔다고 하는데요. 에어컨은 설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비해 쿠팡이 선보인 '로켓설치'라면 빠르게 설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한 몫 했습니다.
 
인터뷰 중인 소비자인터뷰 중인 소비자

7월 13일 오후에 결제한 고씨는 15일에 설치를 받아볼 예정이었으나 두번이나 지연된 통에 결국 19일에야 설치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설치한 에어컨은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불량품이었습니다. 설치기사 역시 제품 불량은 자기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쿠팡이나 제조사에 문의해보라는 말만 하곤 에어컨은 두고 떠났다고 합니다.

설치기사는 설치비를 요구했지만, 고씨는 고장난 에어컨 설치에 절대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업체와의 원활한 상담지원이라지만 결국 문제는 고객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업체와의 원활한 상담지원이라지만 결국 문제는 고객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
제품 하자시에도 고객은 설치비를 내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 면책 조항 때문에 쿠팡이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이유이다. 제품 하자가 쿠팡 탓은 아니나 소비자 탓도 아니므로 소비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제품 하자시에도 고객은 설치비를 내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 면책 조항 때문에 쿠팡이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이유이다. 제품 하자가 쿠팡 탓은 아니나 소비자 탓도 아니므로 소비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후 고씨는 쿠팡 고객센터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실망스런 답변만 받았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쿠팡은 제조사에 문의해 A/S를 받으라고 했다고 하는데요. 고씨는 "새 제품을 샀는데 무슨 A/S냐, 교환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에선 교환은 불량판정을 받아야 한다며 고객이 역시 직접 제조사에 문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는군요.

이렇게 고씨는 제조사 측에 연락해보고자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화 연락을 받고 있지 않아 카카오톡 메신저 상담을 통해 어렵게 연락을 취했는데 다음 주나 되야 수리기사가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결국 지난 주에 설치됐어야 할 에어컨, 취재진이 방문한 20일에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채 덩그러니 고씨 집 거실에 놓여 있더군요. 고씨와 초등학생 자녀들은 찜통 더위에 거실 문은 다 열어두고 선풍기를 틀거나 부채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씨는 "쿠팡을 평소 이용하면서 만족해왔기에 '로켓설치'란 점과 A/S 책임자도 쿠팡이라고 돼 있어 믿고 구매했는데, 막상 제품 하자에는 모든 책임을 판매자나 고객이 해결하든 제품 제조사에 문의하라는 식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황당해 했습니다.

 
A/S 책임자는 쿠팡 고객센터라는 내용이 상품 상세페이지에 분명 적혀 있다.A/S 책임자는 쿠팡 고객센터라는 내용이 상품 상세페이지에 분명 적혀 있다.
제품 자체의 하자는 쿠팡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좀 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줬더라면 소비자가 언론에까지 제보할 정도로 억울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사례는 쿠팡의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떠넘긴 경우에 해당합니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광표 씨는 지난 15일, 고향 전북 완주의 부모님 댁에 에어컨을 놓아드리고자 쿠팡에서 에어컨을 구입했습니다.
 
인터뷰 중인 소비자인터뷰 중인 소비자

그런데 구입 직후 배송지가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로 돼 있는 것을 확인하곤 곧바로 쿠팡 고객센터에 연락해 배송지 변경을 요청했고, 쿠팡 측에선 배송지가 잘 수정됐다는 답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18일에 설치하기로 한 에어컨. 하루 전 김씨는 에어컨 설치기사로부터 주소 확인 전화를 받게 되는데, 여전히 자신의 집으로 배송지가 돼 있었다고 합니다.

배송지가 지방이라고 얘기하자, 설치기사 측은 배송지 변경을 임의대로 할 수 없다며 쿠팡에 문의하라고 얘기했고 김씨는 쿠팡 고객센터에 연락해 어떻게 된 거냐고 따졌다고 하는데요.

고객센터에선 주문을 취소하고 재주문을 하든 이전설치를 요청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특가로 나왔던 제품이라 이미 품절됐고 동급 사양의 제품은 20만원 정도 비쌌고 이전설치에도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 김씨는 자신이 실수한 것도 아닌데 왜 비용을 더 내야 하느냐며 따졌더니 상급자가 연락을 취해 "우리 쪽 상담사가 실수한 것 같다"라면서 에어컨 제조사 측에 알아보겠다고만 하고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상항이라고 합니다.
 
김씨가 구입한 에어컨 영수증. 현재는 품절 상태이다.김씨가 구입한 에어컨 영수증. 현재는 품절 상태이다.
동급 모델의 가격은 현재 훨씬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취소 후 재주문을 하더라도 손해보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동급 모델의 가격은 현재 훨씬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취소 후 재주문을 하더라도 손해보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씨는 "200만원이나 결제하고 취소를 할 수도 없고 마냥 쿠팡 측 연락이 오기만 기다리는데 진이 빠진다"며 "명백히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으면서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앞으론 쿠팡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취재진 앞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이른바 익일 배송, 그리고 '묻지마 환불' 등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160조원 규모의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2016년 4%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기준, 13%까지 올라 네이버에 이어 업계 2위까지 올랐죠.

하지만, 그 이면엔 약관상 쿠팡은 어떤 손해도 보지 않도록 돼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본인들의 과실이 있어도 책임지지 않는 면책 조항이 과하게 담겨 있었던 건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약관이 지나치게 면책 조항을 담고 있어 부당하다며 오늘(21일)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진 쿠팡은 약관상 소비자인 회원들과 판매자 간의 모든 행위에 대해 "일체의(모든) 책임은 해당 당사자들이 부담한다"고 규정해 왔는데요. 공정위는 '일체의' 라는 표현을 삭제한 뒤, "회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선 회사가 책임을 진다"라는 표현을 약관에 넣도록 했습니다.
 
쿠팡의 소비자 이용약관상 면책조항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쿠팡의 소비자 이용약관상 면책조항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앞서 예시로 든 고씨나 김씨의 사례에서처럼 하자가 있는 물건이 판매된다든가, 거래 중개인인 쿠팡 측의 실수가 있는 경우에 생기는 소비자 피해에 있어서 쿠팡이 약관상 면책 조항을 들이밀 수는 없게 된다는 거죠.

다만, 공정위의 약관 시정명령은 소급하여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김씨나 고씨같은 피해자들은 당분간은 쿠팡 측의 신의성실 원칙을 기대해보거나 아니면 본인들이 어느 정도 유무형의 손해를 감내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공정위는 이와 더불어 그동안 판매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아이템위너' 제도에 대해서도 약관 시정명령을 내렸는데요.

판매자가 물건을 팔 때 올리는 이미지 등 컨텐츠가 쿠팡 소유가 되면서 최저가를 써내는 판매자에게 해당 이미지와 판매글 등이 넘어가는 상황에 대해 공정위는 컨텐츠들은 쿠팡의 소유이며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한 부분 전체를 통으로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컨텐츠는 어디까지나 판매자의 소유임을 분명히 하도록 약관에 넣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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