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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회 칸] 막내린 영화 축제…봉준호·'비상선언' 韓영화인 활약(종합)

입력 2021-07-18 09:06 수정 2021-07-1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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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 영화제 폐막식. 사진=폐막식 생중계 캡처제74회 칸 영화제 폐막식. 사진=폐막식 생중계 캡처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가 17일(현지 시간) 열하루간의 축제를 마치고 폐막했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이 탄생했고,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한국 영화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지난해 정상 개최를 포기했던 칸 영화제는 올해 아쉬움을 달래듯 화려하게 치러졌다.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방역에 집중하며 큰 사고 없이 진행됐다.

한국 영화는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비경쟁 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가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됐다. 홍상수 감독을 비롯한 '당신 얼굴 앞에서' 팀은 불참했고, '비상선언'의 한재림 감독·배우 송강호·이병헌·임시완은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제74회 칸 영화제 포스터. 제74회 칸 영화제 포스터.

봉준호 감독이 연 영화 축제
 
제74회 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사진=칸 영화제 공식 SNS제74회 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사진=칸 영화제 공식 SNS

봉준호 감독은 올해 칸 영화제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로 등장했다. 영화제 측이 꽁꽁 숨기다 개막 직전 '봉준호가 칸에 돌아온다'고 깜짝 발표해 전 세계 영화팬을 놀라게 한 것. 지난 6일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에서 열린 개막식에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한 그는 "작년에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가 열리지 못했다.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에 한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티에리 프리모 칸 집행위원장이) '연결해달라'는 말을 해줬다. 영화제는 잠시 멈췄을지언정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기차가 달린 이후로 수백 년 동안 이 지구상에서 영화는, 시네마는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비에르토(Abierto), 우베르(Ouvert), 선언합니다, 오픈(Open)!"이라며 스페인어·프랑스어·영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4개 국어로 개막을 선언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계 인사를 초청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차기작에 관해 이야기했다. 특히 두 번째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심해 생물과 인간들이 얽혀있는 드라마를 다루는 '풀 CG' 애니메이션에 관해 설명했다. 봉 감독은 "올 1월에 (애니메이션 영화의) 시나리오와 스크립트는 완성해놓고, 지금 비주얼 이펙트 팀들이 열심히 디자인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나도 관여하고 있다"면서 "아마 2025년이나 2026년 즈음에, 늦어도 그때는 완성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심해 과학 서적에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며 "아내가 서점에 가서 사진이 아름답다고 이 책을 사 왔다. 심해 생물체가 나와 있고 컬러도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이 책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이고, 이미 준비한 지는 2~3년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비상선언' 향한 10분 기립 박수
 
영화 '비상선언'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에 참석한 배우 임시완·이병헌·한재림 감독·배우 송강호. 사진=쇼박스영화 '비상선언'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에 참석한 배우 임시완·이병헌·한재림 감독·배우 송강호. 사진=쇼박스

충무로의 기대작 '비상선언'이 칸에서 첫 공개됐다. '비상선언'은 16일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식 상영되며, 축제의 막바지를 장식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 재난 영화다.

상영 중 4번의 박수가 터져나왔고, 상영이 끝난 후 뤼미에르 대극장 전원이 기립해 보내는 박수가 10분간 이어졌다. 이에 한재림 감독은 "장면마다 박수를 치고, 영화를 즐기는 모습에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다"고 말했고, 이병헌은 "이런 좋은 경험을 다시 한번 하게 돼 너무 영광이고 감동스럽다"고 밝혔다. 임시완은 "긴장하면서 봤다.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해 정말 영광이었다. 정말 감사하다"며 함께 칸 영화제에 참석한 감회를 전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 심사 일정으로 인해 '비상선언' 월드 프리미어의 전체를 함께하지는 못한 송강호는 "서울에 가서 꼭 보겠다. 재밌었다면 좋겠다"며 유쾌한 이야기를 건넸다.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

긴 러닝타임이 약점으로 꼽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호평이 이어졌다. 프랑스 영화전문월간지 시네마티저(CINEMATEASER)는 "강렬하면서도 굉장히 현대적인 재난영화"라고 평했고, 미국 뉴욕 옵저버(NY OBSERVER)는 "무서울 정도로 시의적절한, 경이로운 긴장감의 항공 재난 영화"라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2시간 30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렸다"고 호평했다.

한국 영화인 대표한 송강호·이병헌
 
제74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들. 사진=칸 영화제 공식 SNS제74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들. 사진=칸 영화제 공식 SNS

송강호와 이병헌은 이번 영화제에서 1인 2역을 해내며 한국 영화인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송강호는 개막부터 폐막까지 심사위원으로 활약했고, 이병헌은 폐막식의 시상자로 나섰다. 또한, 두 배우 모두 '비상선언'의 주역으로 관객과 만났다.
 
제74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한 배우 송강호. 사진=폐막식 생중계 캡처.제74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한 배우 송강호. 사진=폐막식 생중계 캡처.

송강호는 심사위원장인 미국의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을 비롯해 프랑스 배우 마티 디옵(Mati Diop), 미국 여배우 매기 질렌홀(Maggie Gyllenhaal), 오스트리아의 예시카 하우스너(Jessica Hausner) 감독,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Melanie Laurent), 브라질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Kleber Mendonsa Filho) 감독, 프랑스 배우 타하르 라힘(Tahar Rahim) 등 8명의 심사위원들과 함께 했다. 개막식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이후 재회해 눈길을 끌었고, 폐막식에서는 감독상 수상자의 이름을 호명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제74회 칸 영화제 폐막식 시상에 나선 배우 이병헌. 사진=폐막식 생중계 캡처.제74회 칸 영화제 폐막식 시상에 나선 배우 이병헌. 사진=폐막식 생중계 캡처.

이병헌은 폐막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시상했다. "여기에 오게 돼 기쁘다. 수상자 모두 축하드린다"며 서툴지만 차분하게 불어로 인사를 건넸고, 유창한 영어로 "칸 영화제는 나에게 아주 특별하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제를 열었고, 송강호가 심사위원"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과 성이 같다"는 재치있는 농담으로 웃음을 선사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덴마크 요아킴 트리에(Joachim Trier) 감독의 '더 워스트 펄슨 인 더 월드(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에 출연한 배우 르나트 라인제브(Renate Reinsve)에게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건넸다.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여성 감독의 '티탄'

 
제7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소감을 말하는 '티탄'의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 사진=폐막식 생중계 캡처제74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소감을 말하는 '티탄'의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 사진=폐막식 생중계 캡처
프랑스 출신 감독 줄리아 듀코나우(Julia Ducournau)의 공포 영화 '티탄(Titane)'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티탄'은 연쇄 살인마를 소재로 한 공포 영화다.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은 이로써 28년 만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 감독으로 칸 영화제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티탄' 포스터.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티탄' 포스터.

심사위원대상은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Asghar Farhadi) 감독의 '어 히어로(A Hero)'와 핀란드 주호 쿠오스마넨(Juho Kuosmanen) 감독의 '컴파트먼트 넘버. 6(COMPARTMENT NO. 6)'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감독상은 '아네트(Annette)'로 돌아온 프랑스의 거장 레오 카락스(Leos Carax)였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호평을 받았던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변 없이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더 워스트 펄슨 인 더 월드'의 르나트 라인제브가 여우주연상을, 호주 출신 저스틴 커젤(Justin Kurzel) 감독의 '니트램(Nitram)에 출연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Caleb Landry Jones)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스라엘 나다브 라피드(Nadav Lapid) 감독이 만든 '아헤드의 무릎(Ahed's Knee)'과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감독의 '메모리아(Memoria)'가 심사위원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됐다. 명예 황금종려상은 이탈리아의 거장 마르코 벨로치오(Marco Bellocchio) 감독에게 돌아갔다.

한국 장편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한국 영화의 수상 소식도 전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윤대원 감독의 '매미'가 학생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La Selection de la Cinefondation)에서 2등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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