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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2년째 희망고문…'벼랑 끝' 자영업, 그 뒤 제도적 문제

입력 2021-07-17 19:21 수정 2021-07-1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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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자영업자
"앉아서 죽을 순 없다"

"지금 매출이 창피한데…오늘 10만 원도 못 팔았어요"
"저희가 살 수가 없어서요. 생계가 막막해서…"

[앵커]

저녁 6시부턴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는 사실상 야간 통금이 시작된 지 오늘(17일)로 엿새째입니다. 원래 7월은 자영업자들에겐 '희망'이었습니다. 정부가 7월부턴 거리두기를 대폭 풀겠다고 발표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4차 대유행이 찾아오고, 크게 완화된다던 거리두기는 가장 강력한, 4단계까지 올라갔습니다.

이젠 정말 한계라고 말하는 자영업자들의 현실, 그리고 정부가 약속한 '손실 보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두 기자가 함께 취재하는 코너 '크로스체크' 서준석 윤재영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서준석 기자]

여행사 대리점을 하는 강순영 씨의 사무실 절반은 어느새 세탁소가 됐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0'이 되자 임대료라도 벌기 위해 반을 나눈 겁니다.  

한때 7명의 직원이 생활하던 사무실엔 이제 강씨 혼자 남았습니다.

[강순영/여행대리점 운영 : 서글펐죠. 서글프고 속상하기는 했는데…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버텨야 하니깐.]

코로나가 삶의 기반을 집어삼킨 지 꼬박 1년 6개월이 됐습니다.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주 한 주 견뎌왔습니다. 

언젠가는 직원들을 다시 부를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 방역수칙 완화가 예고되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강순영/여행대리점 운영 : 문의들이 조금 있었어요. 본업이 여행업이니깐 문의가 들어오는 순간,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고 고객님들과 대화도 하고 예약도 받는 상황이었고…]

하지만 '4차 대유행'이 시작됐고 희망은 더 큰 절망이 됐습니다.  

[강순영/여행대리점 운영 : 모든 예약이 취소됐어요. 그나마 있던 3건의 예약도. '희망고문' 하는 것 같아요. 쭈욱 안 좋아서 조금 좋아지다가 다시 내려가고. 이게 저희한테 4~5차례 됐거든요.]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1년 반 동안 420일 넘게 가게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집합금지' 업종으로 분류돼 아예 장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매달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 등은 매달 꼬박꼬박 내야했습니다. 

다른 자영업자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A씨/유흥주점 운영 : 조금 있으면 문을 열게 될지 안 열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디 가서 일을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렇게 매주매주를 버티기를 어느새 2년 째 입니다.  

7월부턴 다시 장사를 할 수 있을 거란 예고에 A씨는 오랜만에 청소도 하고, 냉장고도 채웠습니다. 

하지만 다시 4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는 오히려 강화됐습니다. 

요즘은 혼자 가게에 나와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게 그의 하루입니다. 

[A씨/유흥주점 운영 :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그냥 가게 나왔다가… 사람이 바보가 돼 가는 것 같아요.]

자영업자들은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나아 질 수 있다'는 희망이 이제는 고문처럼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밤거리에 나선 이유입니다. 

[윤재영 기자]

자정이 넘은 시각. 비상등을 켠 승용차가 차선을 메웠습니다. 

차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섰습니다. 경적도 계속 울리고 있습니다. 

바로 옆엔 경찰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고 섰습니다. 

차를 끌고 나온 건 정부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입니다. 

[최모 씨/코인노래방 운영 : 돈 3만 원 벌고 오고 이게 뭐야, 이게.]

[박모 씨 : 보상도 대책도 어떤 것도 없었어요. 계속해서 강요만 하잖아요.]

4단계 조치 후 첫 금요일 밤 명동.

거리는 적막하고 점포들은 텅 비었습니다. 

문에는 전기세 체납 고지서, 4개월분 155만 원이 밀려 전기를 끊는단 통지입니다. 

문 연 식당에 가보니 곧 폐업한다고 합니다. 

[폐업 앞둔 식당 점주 : 요번 달까지만 하고 안 해요, 우리도. 계약기간 때문에 있는 거지.]

지원금도 보상도 이젠 기대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폐업 앞둔 식당 점주 : 돈 준다 뭐 한다 하는 것도 웃겨. 또 거짓말하려고. 지금은 그거(손실보상금) 준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구나.']

신뢰를 무너뜨린 건 오락가락 방역정책뿐만 아니었습니다. 

몇 차례의 지원금, 또 '제대로 손실 보상하겠다'는 말도, 희망고문이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지급된 4차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2020년에 2019년보다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소외됐습니다.  

2020년 초 가게를 확장했던  한 호프집은 지난해 11월 영업제한 조치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습니다. 

하지만 2019년과 비교해서 연 매출이 늘었단 이유로 지원금을 못 받았습니다. 

[박연준/호프집 점주 : (2019년) 3.5평에서 혼자 포장만 하다가 20년 4월 말에 12평 정도로 가게 확장을 했어요. 당연히 매출이 더 나오겠죠.]

신청하고 거부되기까지 4개월을 기다렸습니다. 

[박연준/호프집 점주 : 매출 감소된 자료라든지 모든 걸 다 보냈거든요. 보질 않더라고요. 지원금이란 게 한 달을 더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데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안 주고…]

2019년 말 창업한 자영업자들도 억울합니다.

[카페 점주/2019년 12월 21일 개업 : 2019년 12월 21일이 개업일이에요. 11일 영업을 한 거고요. 365일하고 대결을 하는 거잖아요.]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이 경우 일매출을 연매출로 환산하겠다고 했습니다. 

2019년 매출을 영업일수로 나눠 365를 곱한 뒤 2020년 매출과 비교해 2020년 매출이 더 적으면 지원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은 여전합니다.

[식당 점주/2019년 12월 18일 개업 : 처음에 오픈하면 매출이 작을 수밖에 없어요. 가장 피해가 심했던 게 20년 12월, 21년 1~2월이잖아요. 그때랑 직전 3개월 비교하는 게 맞죠.]

5차 지원금이 나온다지만, 반복될까 불안합니다. 

이달 초엔 손실보상법이 통과됐습니다.

정치권이 몇 차례 약속했던 소급적용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알려진 예산 1조2천억 원으로는 가게당 한 달 40만 원 꼴, 전기세 수준입니다.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 보상은 찾기 어렵습니다. 

불신은 더 깊어졌습니다.

[폐업 앞둔 식당 점주 : 오늘에 와서야 바보 같았어. 진즉 왜 그만두지 못했나. 나는 믿었어, 정부를. 지금은 희망도 없고 꿈도 없어. 꿈도 꾸고 싶지도 않아. 소상공인은 최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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