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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감당할 수 있겠나" 중앙아시아서 시험대 오른 中

입력 2021-07-17 07:02 수정 2021-07-17 17:00

아프간 무장단체 ETIM, 위구르 독립 주장
"신장 지역에 동투르키스탄 건국이 목표"
'스탄3국' 통해 유입 땐 중국몽이 악몽으로

미군 철수한 아프간 체제 안정 원하는 中
내버려두지도, 뛰어들지도 못하고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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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무장단체 ETIM, 위구르 독립 주장
"신장 지역에 동투르키스탄 건국이 목표"
'스탄3국' 통해 유입 땐 중국몽이 악몽으로

미군 철수한 아프간 체제 안정 원하는 中
내버려두지도, 뛰어들지도 못하고 속앓이

내전으로 혼동의 소용돌이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픽업 트럭에 설치된 기관포가 불을 뿜고 있다. 아프간 정정 불안을 상징한다.〈사진=AP 연합뉴스〉내전으로 혼동의 소용돌이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픽업 트럭에 설치된 기관포가 불을 뿜고 있다. 아프간 정정 불안을 상징한다.〈사진=AP 연합뉴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바쁩니다. 왕이의 행보는 다자협력에 호소하는 한편 러시아 중시에 방점을 찍습니다. 이빨이 빠졌다해도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앞마당입니다. 이 곳을 딛고 19세기 대영제국과 '그레이트 게임'을 벌였습니다. 중국은 전통의 맹주에게 SOS를 칩니다. 미군 철수로 탈레반이 득세하게 될 아프간 정정 불안이 발등의 불이기 때문입니다.

왕이는 이틀 연속 나라를 바꿔 이동하며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했습니다.

7월 15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부장이 만나 아프간 문제 등 역내 안보 현안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고 합니다. 전날 왕이와 라브로프는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만났었지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신화통신 캡처〉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신화통신 캡처〉

왕이가 움직인 긴박한 동선을 보면 중국의 심중이 읽힙니다.

왕이는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일정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양자 회동을 하고 다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주 멤버인 SCO에서 소통 핫라인을 점검합니다. 여차하면 당장에라도 가동할 수 있는 외교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미리 확인하고 확답을 받아놓겠다는 행보인 거지요.

순방 3개국은 아프간과 접경하고 있는 6개국 가운데 세 나라입니다.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입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스탄'을 공유하는 이슬람 국가들로 아프간을 고리로 중국의 서부 신장위구르 지역과 연결돼 있습니다.

아프간과 중국 신장위구르 지구가 75km 와칸 회랑으로 연결돼 있다. 아프간은 북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동으로 파키스탄, 서로 이란과 접경을 하고 있다. 중국은 북쪽 3개국이 취약 지역으로 보고 있다. 〈사진=구글맵 캡처〉아프간과 중국 신장위구르 지구가 75km 와칸 회랑으로 연결돼 있다. 아프간은 북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동으로 파키스탄, 서로 이란과 접경을 하고 있다. 중국은 북쪽 3개국이 취약 지역으로 보고 있다. 〈사진=구글맵 캡처〉
불과 보름 전만 해도 남중국해·대만해협에서 힘자랑하던 중국이 중앙아시아 모래와 초원 바닥에서 분주하게 바람을 일으키고 다니는 겁니다. 탈레반 때문입니다. 미군이 철군하면서 탈레반 세상이 돼 가고 있는 아프간의 정세가 녹록지 않습니다. 탈레반과 중국의 함수관계가 아주 복잡미묘합니다.

중국은 왜 탈레반의 부상에 신경이 곤두서 있을까요. 탈레반이 테러리즘을 직접 수출할까 두려운 걸까요. 아닙니다.

아프간은 국토 자체가 거대한 요새나 다름없습니다. 험준한 산악지형인 아프간에서 정부군과 탈레반의 내전이 격화되면 외부 테러세력이 기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집니다. 상호 절실한 요충지를 놓고 뺏고 뺏기는 소모전이 거듭되다 보면 완충 역할을 해줄 제3 세력에게 기회가 생깁니다.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거대한 힌두쿠시 산맥의 골짜기에 흘러든 이슬람 과격 테러세력, 또는 이들과 연계된 위구르 분리·독립세력이 중국과 연결된 와칸회랑을 우회해 신장 지역에 잠입한다면 중국몽은 악몽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잠입 통로는 아프간 북방의 3개국이 될 겁니다.

주목받는 단체가 있지요. 유엔에서도 아프간을 근거로 활동하고 있다고 인정한 실체가 있는 단체입니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입니다. 신장위구르 지역을 중국에서 분리·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장단체입니다. 신장에 동투르키스탄이란 나라를 세우겠다는 목표로 몸을 던집니다.

이들이 같은 수니파 이슬람인 탈레반 등과 연대할 가능성에 중국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2020년 11월 ETIM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한 것도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겁니다.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빠지는 바람에 ETIM은 자금 조달이나 관리 측면에서 날개를 단 셈입니다.

유엔은 특히 6월 보고서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이념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잡으면 다시 알카에다판이 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겁니다.

이래저래 탈레반의 급부상에 중국은 경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왕이의 3개국 순방은 이런 정세 급변에 대한 불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타지키스탄 외교장관과 회담 뒤 나온 기자회견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함께 보실까요.

왕이 부장은 “현재 시급한 3가지는 아프간에서의 전쟁 확산 방지, 내부 담판 개시, 여러 테러세력의 확대를 막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아프간에서 포용적인 정권이 세워지고 온건한 무슬림 정책이 시행되고 테러와 극단주의 사상이 퇴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탈레반에 갖는 관심은 아프간 관리 역량과 의지입니다. 아프간은 국제 테러세력의 온상이자 발진기지이기 때문입니다. 아프간 자체도 화약고이지만 여기서 터진 불똥이 북쪽으로 옮겨붙으면 산불이 덮치듯 신장 지구는 불바다가 될 수 있다는 극단적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9·11사태로 인해 테러집단의 상상력을 한정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국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유화적 관리입니다. 당근책입니다. 중국은 파키스탄·아프간과 3국 협력을 꾸준히 모색해왔습니다. 여차하면 우방인 파키스탄을 통해 아프간의 주류 세력 교체에 대비할 수도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거지요.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뿐만 아니라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국가 운영을 위해 자금과 인력·기술이 절실할텐데 중국은 지원 카드를 활용해 탈레반과 긴밀한 소통 창구를 열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탈레반입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입니다. 종교법에 의한 지배를 교조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탈레반이 아닙니다. 일단 수권 자격을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중국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언제 뒤집을지 모를 일입니다. 탈레반이 그간 쌓은 평판이 이런 불신을 초래했습니다.

중국도 믿지 않습니다.『중국-파키스탄 축(axis)』의 저자로 지역 문제 전문가인 앤드류 스몰은 16일 AFP에 이렇게 설명합니다.

“중국은 탈레반을 (적절히) 다룰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해 본질적으로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탈레반이 위구르 반군을 숨겨주는 것 같은 문제에 대해 합의를 했다 한들 실제로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능력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왕이의 행보를 보면 탈레반을 불신하고 있다는 속내를 엿볼 수 있습니다.

탈레반 치하에서 알카에다 등 지하드(성전) 세력이 둥지를 틀고 신장 지구 등에 대한 테러 기지화할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이 때를 대비해 다자협력기구와 러시아·파키스탄 등 협력 국가들을 동원해 단체 압력을 가하겠다는 구상의 일단이 보입니다. 왕이가 순방 중인 3국도 중국이 무기나 자금 등을 지원해 아프간에서 테러 세력이 분출하지 않도록 차단할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이걸로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일 겁니다. 미군과 나토가 20년간 천문학적인 자금과 무기를 쏟아붓고도 소기의 성과를 못 냈을 정도로 테러집단과 아프간 지형·정세의 결합은 풀기 어려운 방정식입니다.

아프간 작전에서 미군의 주요 목표는 알카에다가 이 지역을 근거로 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입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미군기지에서 성조기가 내려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지난달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미군기지에서 성조기가 내려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남은 솔루션이자 최종 해법은 결국 '철의 만리장성' 정신으로 아프간에 뛰어들어 불씨를 끄는 겁니다.

하지만 엄두가 안 나는 스케일의 대공사입니다. '제국의 무덤'에 뛰어들다니요. 중국도 경각심을 갖고 있습니다.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14일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제국의 무덤'에 뛰어들어 소련처럼 무너지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놨습니다.

다시 왕이의 순방 동선을 보며 신장과 연결된 스탄 국가들을 보게 됩니다.

지리적 조건은 각각의 나라에 어떤 운명을 부여할까요.

미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 중국은 시험대에 섰습니다. 1979년 베트남 침공 이후 42년간 경제에만 매진했던 알토란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 서북방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스탄 계열 국가들의 시간이 열리고 있습니다.

짐 싸서 이사 갈 수 없는 지리적 숙명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지리가 어디 가겠습니까. 미군의 철군과 탈레반의 부상으로 인해 잠자고 있던 스탄 국가들의 정치·군사적 역동성이 신장위구르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신장에 내재돼 있는 '스탄'의 지정학입니다. 그 지정학이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역량을 묻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거 같습니다.

뛰어들 수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어 '속 터지는' 지정학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중국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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