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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다시 열린 '제국의 무덤'…왕이 급파한 '스탄' 3개국의 비밀

입력 2021-07-15 07:10 수정 2021-07-15 07:32

탈레반이 장악한 '테러의 온상' 아프간
미군 철수 뒤 '테러리즘 수출' 우려 커져
신장위구르와 연결돼 中 불안감도 가중

신장 지역의 테러세력 유입 차단 위해
왕이, 아프간 접경 '스탄' 3개국 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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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장악한 '테러의 온상' 아프간
미군 철수 뒤 '테러리즘 수출' 우려 커져
신장위구르와 연결돼 中 불안감도 가중

신장 지역의 테러세력 유입 차단 위해
왕이, 아프간 접경 '스탄' 3개국 급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압박해 국토의 85%를 장악했다는 주장을 전한 외신 보도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서북방 경고등이 켜지는 순간이죠. 미군의 철수와 맞물려 탈레반이 이 기세를 더욱 높여갈 전망이 많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에서 북쪽으로 260km 떨어진 카라쿰 사막 한가운데 있는 불타는 구멍. '더웨즈(Derweze:문이라는 뜻) 혹은 '다르바자'로 불린다. 땅속에서 가스가 새어나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사진=셔터스톡 캡처〉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에서 북쪽으로 260km 떨어진 카라쿰 사막 한가운데 있는 불타는 구멍. '더웨즈(Derweze:문이라는 뜻) 혹은 '다르바자'로 불린다. 땅속에서 가스가 새어나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사진=셔터스톡 캡처〉

중국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3국 순방에 나섰습니다. 순방국으로 결정된 스탄 계열 세 나라가 아주 공교롭습니다. 이번 순방은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의 지정학 게임이 내장돼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중국의 급소 중의 하나입니다. 중국 안보상 취약 지역 중의 하나인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연결돼 있습니다.


와칸회랑입니다.

아프간과 중국의 신장 지역은 76㎞가 연결돼 있습니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주와 아프가니스탄을 잇는 와칸회랑. 〈사진=바이두 캡처〉중국 신장위구르 자치주와 아프가니스탄을 잇는 와칸회랑. 〈사진=바이두 캡처〉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은 이슬람 테러집단의 온상일 뿐 아니라 발진기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탈레반이 이슬람 원리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테러리즘과 결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국제관계학원 반테러 전문가죠. 로한 구나라트나 교수는 홍콩경제일보에 이렇게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습니다.

“탈레반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신호가 있나. 아프간이 다시 테러리스트들의 천국이 돼 국제 테러리즘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물론 탈레반은 표면상 전향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이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번영까지 보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 거죠. 이렇게 탈레반은 수권 능력이 있는 정파라는 제스처를 내외에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탈레반의 실체가 어디 가겠습니까. 불안감이 가시기엔 부족합니다. 중국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와칸회랑 입구만 막으면 중국은 안전할까요?

아프간의 지정학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게 고민의 출발점입니다. 아래 지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6개 접경국.〈사진=구글 지도 캡처〉아프가니스탄의 6개 접경국.〈사진=구글 지도 캡처〉

아프간은 서쪽부터 이란·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중국·파키스탄 등 6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장악해 아프간이 테러세력의 발진기지가 된다면 동서남북 전 방위로 테러리즘 수출이 가능합니다.

중국 입장에서 볼까요. 이란과 파키스탄 쪽은 우방 관계 돈독한 두 나라 정부가 알아서 차단해줄 겁니다. 중국산 전투기 수출 등 방산 협력도 긴밀하기 때문에 두 나라는 믿고 맡길 만 합니다.

나머지 세 나라는요?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은 신장 지구의 옆구리입니다. 이 방향으로 우회해 들어온다면 유입을 차단하기 어렵습니다. 신장의 위구르족과 이 지역 사람들은 같은 이슬람 신도인 데다 생긴 것도 말도 비슷해 섞이기 쉽습니다.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왕이가 세 나라를 긴급 순방하는 이유가 분명해지지 않습니까.

왕이 부장은 순방 첫날인 12일 라시드 메레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만나 아프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합니다. 신화통신 12일자 보돕니다.

왕이는 “투르크메니스탄 측과 전통·비전통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투르크메니스탄이 국토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의 목적이 아프간 정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아프간 쪽 국경이 영 미덥지 못하다는 심중을 드러낸 거죠. 게다가 이 지역은 일대일로 사업의 길목이기도 하고 카스피해 일대의 천연가스를 신장 지역으로 옮기는 수송관이 지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테러세력이 표적 삼기 좋은 지역입니다.

 
중국 신장지구에서 와칸회랑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알려주는 이정표. 직진하면 와칸회랑, 우회전하면 키르기스탄이다.〈사진=바이두 캡처〉중국 신장지구에서 와칸회랑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알려주는 이정표. 직진하면 와칸회랑, 우회전하면 키르기스탄이다.〈사진=바이두 캡처〉

아프간은 '제국의 무덤'으로 통했습니다. 파미르 고원에서 서남 방향으로 뻗어 나온 힌두쿠시 산맥이 아프간의 중앙부로 길게 뻗는 험준한 지형 때문에 정복이 용이치 않았습니다.

19세기 대영제국에서부터 1980년대 소련, 그리고 2001년 9·11 사태 후 미국 등 패권 국가들이 정벌에 나섰지만 모두 발을 뺐습니다. 미국도 최근 아프간 전쟁 20년 만에 완전 철수를 결정한 뒤 야반도주하듯 신속히 떠났습니다.

미군 철수로 이제 제국의 무덤이 다시 열렸습니다.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로 미국과 예민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신장 지구가 안보과제로 개봉박두한 겁니다.

제국의 무덤이 열리면서 지정학적으로 중국이 얼마나 취약한 나라인지 여실히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안보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신장 문제가 터지면 남중국해,대만 문제가 상대적으로 급박한 사안인지 아닌지 실감하게 해줍니다.


아프간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팽팽해지면서 중국의 신경 써야 할 포인트가 분산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중국 서북방의 긴장은 한반도 주변 정세 안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를 높입니다.


중국으로선 북한의 도발로 미국의 관심이 한반도 주변에 모이는 상황은 피하고 싶은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올 하반기 인적 왕래 등 중국의 대북 관리가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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