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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도연 "300만원, 내 운명을 바꿨죠"

입력 2021-07-13 13:42 수정 2021-07-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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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연장도연
개그우먼 장도연(36)이 다섯 번의 도전 끝에 백상 트로피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15년부터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예능상 후보로 꾸준하게 참석했던 장도연.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지만 혹시 모를 결과에 매번 시상식에 참석할 때마다 수상소감을 준비했다. 하지만 번번이 빈 손으로 돌아가 올해도 큰 기대 없이 참석했다는 그는 크나큰 수상의 기쁨과 마주해 당황했다고 고백했다. 약 두 달만에 마주한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것을 확인한 장도연은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다. (백상은 트로피를) 후 배송 한다고 하는데 처음 받아봐서 잘 몰랐다. 굉장히 기분이 묘하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 5월 진행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수상 장면을 다시 본 장도연은 "후보들의 모습을 담는 5 분할 자체가 너무 소중하다"라고 했다. "집에서 시청 중인 부모님은 딸 언제 나오나만 보고 있는데 그때가 유일하게 샷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서 어떻게 하면 좀 더 까불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이번엔 마스크를 쓰고 있어 아쉬웠다. 그 순간 '혹시나 0.0001%라도 내 이름이 불리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카메라가 너무 크게 날 비추니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라고 회상했다.

수상 당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을 땐 감격스러움에 울컥했다. 선배 유재석의 담담한 발표에 힘이 쭉 빠진 듯 백지상태가 됐다고 고백했다. 그 순간 무명시절을 함께 견뎌온 동료이자 그 날의 시상자였던 박나래의 존재는 장도연에게 큰 힘이 됐다. "본인이 수상한 것처럼 감격하더라. 사실 백상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큰 시상식인데 밑에서 바라볼 때랑 위에서 내려다볼 때랑 느낌이 달랐다. 무대 중앙에 서니 긴장감과 압박감 같은 게 느껴졌다. 박나래 씨의 존재 자체가 귀했다. 개그 역사를 함께해온 사람이지 않나. 한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콘택트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줬다."
 
장도연장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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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이후 많은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장도연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이렇게까지 빨리 달 수 있구나!'란 걸 느꼈다.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그중에 '네 상이니까 떳떳하게 받아'란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백상 이전과 이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일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상을 괜히 줬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타이틀이 하나 더 생겼으니 (백상에) 먹칠하지 않는 개그우먼이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이 상을 계기로 '효도'를 할 수 있어 좋았다는 장도연. "부모님이 시크한 편이다. 특히 아빠가 평소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그날은 집에서 엄마한테 너무 꿈같아서 팔을 꼬집어보라고 했다더라.(웃음) 지금도 자주 얘기하신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데뷔 14년 차가 됐다. 무명 시절 자체를 자신이 무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 크게 힘들지 않았다는 장도연. 한 해 한 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웃기는 게 최고'란 일념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방송 자체가 좋았고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이젠 잃을 게 생기니 좀 더 조심하게 된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곱씹어보는 편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하다 보니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바로 들키는 것 같다. 사람 자체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장도연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이하 꼬꼬무)' MC를 맡고 있다. 첫 교양 프로그램 진행이다. "'꼬꼬무'를 하면서 정말 많이 공부하고 있다. 나 역시 모르고 있던 것, 잊고 지냈던 걸 곱씹으며 시청자들에게 전할 수 있어 의미가 큰 프로그램"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애착이 넘치는 프로그램들을 하나둘 언급했다.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도 이동욱 씨의 방송에 참여하는 태도나 자세를 보며 많은 걸 배웠다. tvN '코미디 빅리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매주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무대를 보며 웃어주는 관객들의 에너지가 정말 컸다. 대선배님들과 함께 방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꿈같은 JTBC '1호가 될 수 없어'도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 장도연은 낯가림이 정말 심한 학생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반이 바뀌는 게 가장 무서웠고, 버스 탔을 때 벨 누르기 전 떨리는 마음을 잡을 길이 없었다. 절친한 소수의 친구들 앞에서 재치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긴 했지만 앞에 나서서 친구들을 웃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소극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그가 개그우먼의 길에 들어선 건 우연히 접한 방송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대학생 때 빵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무리 일해도 한 달에 300만 원을 벌긴 무리였다. 그런데 어느 날 '말 잘하면 300만 원'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방송(Mnet '톡킹 18금')을 보게 됐다. 상금에 욕심이 생겨 출연했는데 1회 때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계속 출연했다. 엄마의 입꼬리가 광대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봤던 때다.(웃음) 이후 신동엽 선배님이 개그우먼 공채를 추천했고 그렇게 KBS 공채를 보고 개그우먼의 삶을 살게 됐다. 돈에 눈먼 한 학생의 운명이 그렇게 바뀌었다. 감사하게도 일하면서 낯가림이 많이 극복됐다. 개그우먼이라 직업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준다. 직업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200% 이상 만족하는 직업이다."

좋아하는 관심사는 분명하다. 빵과 김밥에 진심이다. 장도연은 "빵을 정말 좋아한다. 좋아하는 빵집에 주차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아 왕복 8~9km 거리를 걸어서 다녀왔다. 빵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빨리 왔다 갔다 하게 되더라. 모르는 동네에 가면 일단 가장 가까운 빵집, 내 스타일에 맞는 빵집과 김밥을 찾아본다. 그것이 나의 취미"라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30대는 지금과 같은 열정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선배님들이 나중에 기운 빠진다고 할 수 있을 때 많이 활동하라고 하더라. 20대에 대한 후회는 별로 없다. 근데 딱히 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미치도록 놀지도 않았고 일하지도 않았다. 뭘 해야 후회가 되지 않을지 고민하며 남은 30대를 채워가고 싶다"라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 호탕한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어떤 글에서 봤는데 '사람이 죽어도 기억되면 그 삶이 지속된다'라고 하더라.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 자체로 감사할 것 같은데 재밌고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으하하하하' 빵 터질 때 치아 다 보이게 입 크게 벌리고 자지러지게 웃는다. 그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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