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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21조 '돈살포'도 안통했다…中 '반도체 굴기' 꺾이나

입력 2021-07-13 07:08 수정 2021-07-13 15:20

중국제조 2025 주력 칭화유니 파산
돈 쏟아부은 반도체 자립 구상도 휘청

美 견제로 中 반도체 설계·제조 타격
중국 기업 반도체 자급률 5.7%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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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제조 2025 주력 칭화유니 파산
돈 쏟아부은 반도체 자립 구상도 휘청

美 견제로 中 반도체 설계·제조 타격
중국 기업 반도체 자급률 5.7% 불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칭화유니가 결국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칭화유니의 이상신호는 지난해 말부터 터져나왔습니다. 2020년 11월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첫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었죠. 이어 12월 4억5000만달러(약 4880억원)짜리 외화표시채권도 만기가 닥쳤지만 갚지 못했습니다.

칩 설계 메이커 AMD가 내놓은 제품을 모델이 선보이고 있다. 〈위크 인 차이나 캡처〉칩 설계 메이커 AMD가 내놓은 제품을 모델이 선보이고 있다. 〈위크 인 차이나 캡처〉

이런 상태에서 반년 이상 회사를 끌고 갔지만, 극적인 상황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칭화유니의 법정관리가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칭화유니는 모바일 프로세서 업체 UNISOC와 메모리 회사 YMTC 등을 거느린 종합반도체회사입니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기업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중국 반도체의 미래 설계에서 축을 이루는 상징적인 기업입니다.

중국 정책당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죠.

이에 따라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동원해 화력전을 벌입니다. 반도체 전공정 자급화를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이 펀드를 조성해 1387억 위안(약 21조원)을 모았습니다. 펀딩한 자금 중 21%를 칭화유니에 풀었습니다.

칭화유니 홍보 전광판 〈사진=바이두 캡처〉칭화유니 홍보 전광판 〈사진=바이두 캡처〉

효과는 어땠을까요.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좀 나아졌을까요.

시장조사 기관 IC 인사이트가 2020년 발표한 자료를 함께 보겠습니다. 2019년 기준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7%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까지 중국 당정이 중간 지표로 설정했던 목표는 얼마였을까요. 40%였습니다. 괴리가 크죠? 속을 뜯어보면 더 참담합니다.

15.7% 가운데 삼성·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기업이 생산한 물량이 10%에 달합니다. 중국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이 생산한 건 5.7% 이하입니다.

40% vs 5.7%. 반도체 자주를 부르짖은 중국이 직면한 비정한 현실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칭화유니가 기술 개발과 양산능력·수율 등 제조 분야에서도 수입 대체가 어려운 지경이라고 진단합니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정부의 지원도 뚝 끊긴 지경입니다.

중국 반도체의 스타 플레이어가 휘청이고 있는 이유는 반도체에서 기술 확보와 자립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디스플레이나 2차전지처럼 인력과 핵심 기술을 빼 온다고 해서 의미심장한 기술 추격이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칭화유니 홍보 전광판 〈사진=바이두 캡처〉칭화유니 홍보 전광판 〈사진=바이두 캡처〉

이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길목을 노려 목줄을 조이고 있습니다. 바로 설계와 제조 분야의 병목에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5nm 이하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가 있습니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입니다. 다른 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해 이제 한 회사만 남았습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입니다. 미국은 이 장비의 핵심 기술의 원천이 미국에서 왔다며 중국 수출을 포기시켰습니다.

설계 쪽도 옥죄고 있습니다. 전자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가 대표적입니다. EDA는 반도체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입니다. 반도체 설계 단계에서 없어서는 안 됩니다. 이게 없으면 설계를 못 하든가 저급한 수준일지언정 EDA를 흉내 낸 국산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美, 화웨이 반도체 설계 회사도 주저앉혀

지난해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주저앉힌 것도 EDA 수출 금지 조치가 결정타였습니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의 휴대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포기해야 합니다. EDA와 TSMC가 핵심고리였는데 미국이 이를 끊어버린 겁니다.

하이실리콘은 팹리스(fabless)죠. 별도의 반도체 생산 공장 없이 개발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 고려할 게 많습니다. 그래서 안정된 설비와 기술을 갖춘 회사(파운드리)에 대량생산을 맡기는 겁니다.

중국의 파운드리 실력은 떨어집니다. 그동안 하이실리콘이 의지했던 건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인데 미국의 반대로 거래가 끊겼습니다.

칭화유니 베이징 사무실.〈사진=바이두 캡처〉칭화유니 베이징 사무실.〈사진=바이두 캡처〉

하이실리콘이 복잡한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는 배경엔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SW)인 EDA 덕분입니다. EDA 빅 3 기업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시놉시스와 케이던스는 캘리포니아, 멘토그래픽스는 오리건에 있습니다. 하이실리콘이 아무리 반도체를 잘 구상해도 설계가 안 됩니다.

기술 병목 지점에서 목을 죄는 겁니다. 이게 바로 중국의 아킬레스건입니다.

물론 축적된 양질의 인재와 천문학적 자금으로 화력전이 계속 뒷받침되고 의사결정자가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깃발을 꽂고 말겠다고 작심한다면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요.

지난해 말 니케이아시아 기사를 다시 봅니다. 와카바야시 히데키(若林秀樹) 도쿄이과대 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야심을 가볍게 봐선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칩 제조 장비와 재료의 전체 공급망을 자체 구축하는 건 단시간 내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은 10~20년 내 반도체 분야의 선도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학과 공학 전 분야에 걸친 풍부한 인재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 반도체 수출을 거의 받아주는 최대 시장의 자급 노력이 산 넘어 산이지만 안심할 지경은 아닙니다.

화웨이의 휴대폰용 기린 반도체 〈사진=기즈모차이나 캡처〉화웨이의 휴대폰용 기린 반도체 〈사진=기즈모차이나 캡처〉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다시피 한다지만 의사결정 한두번 잘못해 투자 방향이 어긋나면 훅 가는 게 반도체 시장입니다. 파운드리나 시스템반도체는 선도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실정이구요. 반도체 종주국 미국도 산업 생태계를 재건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역시 인재 확보입니다. 산학이 호흡을 맞추고 정부가 지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세 분야의 시너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아슬아슬한 국면입니다.

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완제품 중 비중 있는 위상을 갖고 있는 게 반도체 하나 남은 현실입니다. 반도체가 따라잡히면 거대한 중국 시장은 남의 나라 얘기가 됩니다. 왠만한 완제품은 중국이 한국 시장을 유린하는 실정입니다. 반도체의 기술적 우위와 초격차 유지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절박한 현실입니다.

반도체 초격차 무너지면 중국이 한국 시장 초토화

내년 출범하는 새 정부를 향해 질주하는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국가 미래산업 구상이 있을 겁니다. 얼마나 핵심을 짚고 있고 건실한지를 판단하는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아킬레스건을 잡힌 중국 반도체의 현실과 결합해 우리의 좌표가 어떻게 제시됐느냐를 봐야 합니다. 후보들의 공약 발표가 기다려지는 이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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