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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숨겨 5인 미만 사업장 행세해도 '혐의 없음'… 이유는?

입력 2021-07-08 14:56 수정 2021-07-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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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출근해 오후 4시 퇴근하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법정 공휴일 없이 주 6일 근무했습니다." (서모 씨/ 조리사)

"부당 해고를 당하고 임금 문제로 노동청에 신고해도 개인 사업자이고, 근로자가 아니라며 '혐의없음'으로 나왔고…" (김모 씨/ 부동산 고객 상담 및 기타 사무업 종사)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의 피해 노동자들이 오늘 오전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입을 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려 '사업장 쪼개기' 꼼수를 부린 회사에 당한 피해자들입니다. 이들 사업장은 서류상으로 업체를 쪼개거나(사업장 분리형) 직원 4명까지만 4대 보험에 등록하는 식입니다.(직원 미등록형)

8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어환희 기자〉8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어환희 기자〉

시민단체 권리찾기유니온이 이런 사업장들을 고발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지난해 6월 시작해 오늘까지 400일 동안 8차례에 걸쳐 사업장 100곳을 공동 고발했습니다. 피해 노동자들의 제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숫자였습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피해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가산 수당을 지급 받지 못하고(78%), 연차 휴가를 쓰지 못하고 (77%), 정해진 근로시간을 넘어서(40%) 일하고 있었습니다. 절반 가까이 4대 보험 가입을 하지 않았고, 10명 중 세 명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공동고발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100곳은 한국표준직업분류 기준 43개 업종으로 집계됐다. 〈사진=어환희 기자〉공동고발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100곳은 한국표준직업분류 기준 43개 업종으로 집계됐다. 〈사진=어환희 기자〉

고발한 사업장 100곳 가운데 현재까지 60곳이 사건 종결됐습니다. 58곳은 대부분 스스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거나,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사업장 2곳은 아예 '혐의없음'으로 처리됐습니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이들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두 곳 모두 소속 직원을 노동자가 아닌 '사업소득자'로 둔갑시켰습니다. 이런 경우, 고발 당사자인 노동자 외에도 사업장 내 다른 직원들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직 중인 다른 노동자들은 사업주와의 관계, 불이익조치 등의 우려로 노동자임을 스스로 밝히길 망설입니다. 또 사업주들이 우월한 지위를 내세워 직원들에게 노동자임을 밝히지 않도록 종용하는 경우도 생겨 쉽지 않습니다.

사업장 쪼개기는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앞두고 더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법 시행령은 당장 다음 주 입법예고 예정입니다. 노동자와 시민단체들은 근로기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현행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권리찾기 유니온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제보를 계속해서 받고, 공동고발 역시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https://unioncraft.kr/bbs/board.php?bo_table=plaza_pds&wr_id=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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