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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에 "건물 이름 한자 써 봐라"…'서울대 갑질' 폭로

입력 2021-07-07 20:24 수정 2021-07-0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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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던 청소 노동자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과로는 물론, 직원들의 모욕적인 갑질에 시달렸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청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험을 보게 하면서, 건물 이름을, 한자로 써보라고도 했습니다.

이자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대 청소노동자로 1년 반을 일해온 59살 이모 씨는 매일 쓸고 닦던 기숙사 건물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2주 전, 주말 근무를 마치고 휴게실에 잠깐 몸을 눕혔다 깨어나지 못한 겁니다.

이 씨가 청소를 맡아온 구역은 기숙사 중에서도 가장 낡고 큰 건물이었습니다.

매일 700L 가까이 되는 쓰레기는 물론, 재활용품까지 처리해야 해 하루에도 몇 번씩, 분리수거장을 오갔습니다.

100개 가까이 되는 방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이렇게 복도에 모입니다.

196명이 쓰는 4층짜리 이 건물을 이씨 혼자서 청소했습니다.

[이모 씨 남편 : 워낙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까 청소를 해도 표시도 안 나는 상황이었다고 해요.]

지난 달 새로 온, 학교 소속 관리자의 갑질도 이 씨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소집하더니 어느 날은 예고 없이 시험을 보기도 했습니다.

'관악 학생 생활관'을 한자와 영어로 쓰라거나 특정 기숙사 건물이 몇 년도에 지어졌는지, 시험지엔 업무와 아무 상관 없는 질문이 가득했습니다.

점수가 낮으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습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 저도 금요일에 엄청나게 쪼이면서 체해서. 스트레스 받아서 응급차로 병원까지 갔다 왔습니다. 여기 멍든 것 보세요, 주사 맞고 하느라고.]

오후에 회의를 하는데, 일하다 작업복 차림으로 오면 벌점을 매겼습니다.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는 등 '최대한 멋진 차림으로 오라'는 공지를 어겼다는 겁니다.

서울대 측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이모 씨 남편 : 학교에 요청하고 싶습니다. 근로자는 적이 아닙니다. 강압적인 태도로 근로자를 대하지 않아 주시기 바랍니다. 근로를 하러 왔지 죽으러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유족과 서울대 청소노동자 노조는 학교에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단을 요청하고 이씨에 대한 산재 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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