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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혼잣말 발달장애인에 "외국인이냐"…뒷수갑 채워 체포

입력 2021-07-07 20:34 수정 2021-07-08 10:07

가족들 "장애 있으면 무조건 체포하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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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장애 있으면 무조건 체포하고 보나"

[앵커]

최근 중증 발달장애인의 혼잣말을 잘못 들은 한 주민이, 외국인이 위협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이 장애를 알아채지 못하고, 제대로 답을 하지 않는다며 '뒷수갑'을 채워 끌고 갔습니다. 결국 풀어주긴 했지만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제대로 해명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무조건 체포하고 보는 거냐, 명백한 차별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차별 없는 세상 연속보도,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뒷수갑이 채워진 남성이 파출소 안으로 들어옵니다.

안산에 사는 24살 중증 지적발달장애인 고경태 씨입니다.

수갑을 찼던 부위가 아파 핥거나 웅크린 채 얼굴을 감싸기도 합니다.

경찰의 수갑착용 지침에는 몸이 불편하거나 도주 우려가 없을 때는 연행 후 앞수갑을 차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파출소에서도 뒷수갑을 채웠다가 풀어줬습니다.

여기가 고씨가 매일 저녁 집 앞에서 가족들을 기다리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이 골목을 지나던 행인이 고씨의 혼잣말을 오해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고 씨는 지난 5월 협박죄로 이 곳에서 체포됐습니다.

[고현환/피해자 아버지 : (가족들 기다리기) 지루하니까 저 혼자 중얼중얼해요, 책 읽었던 거. 이런 내용들 머리에 기억나는 거 혼자 중얼거려요.]

"외국인이 성적 발언을 한다"는 신고에 경찰은 "우즈베크 사람이냐"며 외국인 등록증을 요구했습니다.

고씨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경찰은 협박죄와 출입국관리법 위반이라며 체포했습니다.

이후 손뼉을 치거나 뛰면서 불안감을 표시하는데 경찰은 다시 자리에 앉힐 뿐입니다.

경찰청 장애인 수사 매뉴얼에는 낯선 환경에 예민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과도한 제지를 하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경찰은 파출소에서 자세히 살펴본 뒤에야 장애인임을 알았고, 그 전에는 정말 외국인인 줄 알았다는 입장입니다.

또 도망갈 우려가 있어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고현환/피해자 아버지 : '무슨 말귀인지 알아듣더나?' 물으니 (경찰이) 묵비권이래요. 말을 못 하니 묵비권을 하죠.]

가족들은 경찰이 발달장애 전담 경찰관이나 보호자를 찾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법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보조인이나 신뢰관계인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경찰은 체포 후 고씨를 10분 정도 데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만약 경찰의 논리대로라면 의사소통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강제적으로 체포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고씨는 경찰 조사 이후 며칠간 머리를 스스로 부딪히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고현환/피해자 아버지 : 왜 나를 잡아갔느냐 화풀이가 안 되니까. 말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일단 말을 못 하니까. 그 부분이 너무 가슴 아프죠.]

고씨 가족 측은 이번 사건을 인권위원회에 진정할 방침입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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