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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도 자문도 엉터리…"연평도 피격공무원 수사는 인권침해"

입력 2021-07-07 13:02

국가인권위, 해경에 수사 실무자 '경고' 권고
"철저한 직무감찰로 재발방지책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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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해경에 수사 실무자 '경고' 권고
"철저한 직무감찰로 재발방지책 마련하라"

지난해 연평도 피격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중인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의 모습. [JTBC캡처]지난해 연평도 피격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중인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의 모습. [JTBC캡처]
"도박 채무액은 2배 이상 부풀려 발표됐고, 정신적 공황도 추측일 뿐이었다"

지난해 9월 연평도 해역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 고 이모씨에 대한 해양경찰청의 수사 발표가 중대한 인권침해란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사실상 '엉터리 발표'였다는 겁니다.

7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고인 이모씨의 채무와 사생활을 공개하고 이씨를 '정신적 공황상태'라 표현한 해경이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1월 이씨의 유가족이 인권위에 진정하며 8개월간 이어졌습니다.

숨진 피격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서한(답장)을 공개했던 고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 [JTBC캡처] 숨진 피격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서한(답장)을 공개했던 고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 [JTBC캡처]
◆무엇이 엉터리였나
인권위는 "해경이 발표한 이씨의 도박 채무액은 실제보다 2배 이상 부풀려졌고, '정신적 공황상태'라는 표현 역시 해경이 전화 통화를 통해 받은 전문가 1명의 의견일 뿐이었다"고 했습니다.

인권위는 수사 발표와 실무를 관장한 해경 국장과 과장급 인사에 대한 경고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했습니다. 조사 발표 당시 "월북을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려 진정 대상자였던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정치적 주장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진정이 각하됐습니다.

지난해 해경에 항의 공문을 보내던 유가족의 모습. [JTBC캡처]지난해 해경에 항의 공문을 보내던 유가족의 모습. [JTBC캡처]
◆인권위 조사의 발단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해경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였습니다. 당시 해경은 북한군에 피격당한 이씨에 대해 '정신적 공황''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이란 표현을 쓰며 이씨의 도박 송금 기간과 횟수, 고인의 금융 내용을 유가족의 동의 없이 공개했습니다.

해경은 이씨의 전체 채무가 3억 3000만원이며 도박으로 지게 된 채무가 2억 6800만원이라 주장했습니다. 해경은 "월북의 동기를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설명"이라 인권위에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경이 발표한 금액과 실제 이씨의 채무는 달랐습니다. 유족은 이씨의 개인 회생 신청 당시 전체 채무도 2억원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인권위는 "해경이 발표한 채무 금액과 이후 수사에서 확인된 금액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도박 채무액의 경우 2배 이상 부풀려 발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마저 틀린 겁니다. 인권위는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도 아니며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공개가 당연하거나 정당시 될 수 없다"고 해경을 질타했습니다.

숨진 이모씨의 유가족이 해경으로부터 "평소 남편이 북한을 동경했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고 밝히는 모습. [중앙일보 유튜브 캡처]숨진 이모씨의 유가족이 해경으로부터 "평소 남편이 북한을 동경했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고 밝히는 모습. [중앙일보 유튜브 캡처]
◆'정신적 공황'은 전화로 받은 1명의 의견
'정신적 공황'이란 표현은 더 엉터리였습니다. 해경은 지난해 10월 22일 "실종자가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되어 있으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해경은 인권위에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의견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문은 해경이 전화 통화로 이씨 관련 언론 보도를 전문가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들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것도 7명의 전문가 중 1명의 의견일 뿐이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은 "제한된 정보만으로 도박장애 여부를 진단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해경은 '정신적 공황'이란 한 전문가의 의견만 취사선택한 겁니다. 인권위는 "자문의견이 객관적이거나 신뢰할 수준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숨진 연평도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JTBC캡처]숨진 연평도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JTBC캡처]
◆인권위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인권위는 최종 결론에서 해경의 수사 발표로 "피해자 및 유가족의 인격권과 사생활 및 자유와 비밀 침해가 상당하다"며 "해양경찰청장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직무감독과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권고를 했습니다.

숨진 공무원 이씨의 형인 이래진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얼마 전 동생이 꿈에 나타나 '형님 아직 해결이 안 돼서 가지 못하고 영혼이 떠돌고 있으니 어서 해결 좀 해주세요'"라는 말을 했다며 "오늘 인권위에서 (해경의 조사 결과를) 심각한 인권 침해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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