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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주소도 침묵한 '성추행 대학병원 인턴'…판사는 헛웃음

입력 2021-07-06 13:14 수정 2021-07-06 13:38

마취 환자 성추행 혐의
2년 3개월만에 법정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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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환자 성추행 혐의
2년 3개월만에 법정 서

마취된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전 대형병원 인턴이 사건 2년 3개월만에 법정에 섰다. [JTBC사건반장 캡처]마취된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전 대형병원 인턴이 사건 2년 3개월만에 법정에 섰다. [JTBC사건반장 캡처]
"피고인?" "피고인?" "피고인, 아무 말씀도 안 하실 건가요?"

2019년 4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산부인과 인턴으로 일하며 마취된 여성 환자의 신체를 추행하고 성희롱 발언을 해 재판에 넘겨진 A씨가 2년 3개월 만에 법정에 섰습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5월 A씨를 준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A씨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들어보려 현장에 갔던 기자는 이날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A씨가 법정에서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판사가 피고인을 수십번씩 불렀지만 자신의 이름과 주소지조차 말하길 거부했습니다. A씨에게 방청석에서 안정을 취하라고 배려까지 했던 재판장도 결국 헛웃음을 지으며 A씨의 대답을 듣는 걸 포기했습니다.

A씨가 병원 인턴 시절 했던 성희롱적 발언들. [사건반장 캡처]A씨가 병원 인턴 시절 했던 성희롱적 발언들. [사건반장 캡처]
앞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던 A씨에게 재판장은 "아무 말도 안 하시면,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확인할 수 없어 진행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국선변호인 선임 질문에도 침묵한 A씨에게 재판장은 국선변호인을 직권으로 선임해주었습니다.

피고인석에 선 A씨는 두 눈을 감고 양손은 깍지를 낀 채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A씨와 함께 온 부모님도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변호인을 선임하고 다시 하자""국민참여재판은 취소하자"며 아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A씨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A씨의 아버지는 재판장에게 "사선 변호인을 선임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A씨는 방청석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기자들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곤 눈을 감은 채 깊은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기자들을 의식한 듯 부모님과 함께 걸어 내려갔습니다.

A씨는 2019년 마취한 여성 환자를 추행하고 엽기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해당 병원에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같은 해 A씨는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에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는 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해당 병원은 A씨의 수련의 자격을 취소했습니다. A씨의 의사 면허는 유지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일자 경찰은 내사에 착수해 올해 2월 A씨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5월 A씨를 준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A씨에 대한 2차 공판은 8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A씨의 혐의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에서 막무가내식 묵비권은 오히려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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