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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쿠폰' 뿌리는 날엔 동네 가게 휘청…"염라대왕 배달앱에 항의도 못해"

입력 2021-07-03 18:52 수정 2021-07-0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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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저녁 먹으려고 배달앱 보고 계신 분들 꽤 있을 텐데요. 아무래도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게 할인 쿠폰이죠. 그런데 배달앱이 이렇게 프랜차이즈 쿠폰 뿌릴 때마다 동네 사장님들 하루 장사는 휘청합니다. 수수료도 더 많이 내는 만큼 억울하지만, 그래도 배달앱을 탈퇴하거나 항의할 수는 없다는데요.

그 속사정을, 플랫폼 경제의 이면을 살펴보는 매트릭스 구혜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한 동네 치킨집.

촬영을 위해 주문이 들어오길 기다립니다.

한참을 기다려보지만, 저녁 시간인데도 주문이 없습니다.

[A씨/치킨집 사장 : 프랜차이즈 쿠폰 뿌렸나? 미치겠습니다.]

"쿠폰뿌리는 날은 이렇게 주문이 없어요?"

[A씨/치킨집 사장 : 프랜차이즈만 걸어주다 보니까. 그냥 문 열어놓고 하늘 쳐다보다가 그냥 일찍 문 닫고 들어가야죠. 오늘 같은 날은.]

할인 행사가 주문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Q. 배달앱 안 쓰면 되잖아?

"선생님 이렇게까지 하셔야 돼요?"

A씨, 인터뷰를 하려면 철저한 신원보장이 필요하다며 더운 날씨에도 가면을 씁니다.

[A씨/치킨집 사장 : 배달앱은 염라대왕, 하나님입니다.]

"왜 '염라대왕'?"

[A씨/치킨집 사장 : 글자 그대로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옛날 같은 경우는 7:3? 배달앱이 7-, 전화주문이 30% 정도 차지했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배달앱이 99.8%입니다.]

Q. 코로나 이후 배달 늘었다던데?

프랜차이즈와 동네 가게 사이에 '양극화'가 커졌다고 말합니다.

[A씨/치킨집 사장 : (배달) 신장률이 100%, 200%를 얘기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거꾸로 마이너스 길을 걷고 있다는 거죠.]

평점이 5.0인데도, 규모가 크고 매출이 많은 프랜차이즈가 윗 쪽에 뜬다는 겁니다.

Q. 프랜차이즈가 경쟁력이 센 거 아냐?

공정 경쟁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요기요의 경우, 유명 프랜차이즈엔 적게는 6%의 기본 수수료를 매기지만 소상공인은 12.5%를 냅니다.

2만원 매출 기준.

수수료만 1300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A씨/치킨집 사장 : (수수료 차이가) 모이면 엄청나게 크다는 거죠. 그만큼 저희는 메이저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고요.]

요기요는 프랜차이즈를 입점시키기 위한 회사 방침이라고만 하는데, 쿠폰 행사를 할 때 특히 화가 납니다.

[A씨/치킨집 사장 : (소상공인이) 수수료는 훨씬 더 많이 내고 있는데, 쿠폰은 수수료 훨씬 더 적게 내는 메이저 프랜차이즈에 걸려 있어요.]

A씨가 택한 영업 전략은,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문을 닫는 시간을 공략하는 것.

새벽 2시, 2시, 1시.

자정 이후의 주문이 대부분입니다.

Q. 고객들에겐 좋은데?

배달의 민족에서 자주 시켜먹던 가게의 배달료가 갑자기 올라 찾아보니 같은 가게가 두 곳입니다.

'번쩍 배달' 가게는 배달료가 8000원, 일반 가게는 2500원입니다.

이처럼 같은 가게인데, 배달료가 다른 곳이 많습니다.

[B씨/카페 사장 : '번쩍 배달'이 수수료가 훨씬 세요.]

배달의 민족의 경우 기존엔 고정 월 '광고비' 8만 8000원이 전부였는데 '번쩍 배달'이나 '배민원'은 건당 중개료 1100원에 매출액의 11%를 가져갑니다.

Q. 새로운 서비스 안 써도?

지난 달 첫 화면을 바꾸면서 수수료가 높은 '번쩍 배달'만 유리해졌습니다.

기존 업장은 주문이 급격히 줄었다고 아우성입니다.

[C씨/음식점 사장 : (광고) 돈 내는 건 보이지도 않고 번쩍 배달만 맨 위에 올라가 있고요.]

신규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상품은 자취를 감추거나 영향력이 줄어들어왔습니다.

배달앱 수수료가 높아지면, 그 비용은 결국 배달료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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