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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①] 유재석 "일탈 꿈꿀만큼 아직까지 많이 힘들진 않아"

입력 2021-07-01 15:50 수정 2021-07-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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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사진=JTBC 엔터뉴스팀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사진=JTBC 엔터뉴스팀


"유재석이 유재석을 넘어섰다."

백상예술대상이 유재석(49)에게 '대상'을 안기며 낸 심사평이다.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유재석은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뼈를 깎는 변화를 통해 위기와 한계를 극복했고 나이와 성별, 분야를 막론하고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는 진행자가 됐다. 유재석에게 이름이 각인된 백상예술대상 대상 트로피를 건네며 인터뷰 자리를 만들었다. 인터뷰는 8년만이다.

사실 인터뷰이나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유재석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늘 인터뷰어이자 청자의 입장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공감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의 속 깊은 얘기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다. 이번 인터뷰 자리가 더욱 특별한 이유다.

인터뷰는 시작부터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연예인과의 인터뷰 자리엔 매니지먼트 홍보팀이 동석하는 경우가 많다. 예민할 수 있는 멘트를 사전에 홍보팀이 걸러내거나 인터뷰 내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기 위해서다. 유재석은 시작 전부터 정중히 홍보팀에게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밖에서 쉬세요"라고 권유했다. 워낙 달변가라 곤란할 수 있는 질문도 잘 피해 가겠거니 했지만, 누구보다 솔직했고 거침없이 답했다. 대상 수상과 데뷔 30주년, 그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크고 작은 변화까지 많은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은 한 시간이었지만 그는 30분 더 이야기를 이어간 뒤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평소엔 왜 인터뷰를 잘 하지 않냐는 물음엔 "할 거면 모든 매체와 다 만나야죠"라며 "월례행사로 할 수 없고 이거 어떡하죠"라며 특유의 개성 강한 치열을 드러내며 웃었다. 90분간 만남만으로 그가 왜 '유느님'이라 불리고 미담이 끊이지 않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났지만 다시 한 번 수상 축하드려요. 수상을 전혀 예상 못 했나봐요.
"감사해요. 지난해 (TV 부문 예능상) 수상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시상만 생각했는데 후보에 오른 것도 얼떨떨했고 대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수상 후 1997년 방영된 KBS 2TV '코미디 세상만사'의 코너 '남편은 베짱이'팀과 오랜만에 만나 회식했더라고요.
"'한 번 모이자'라는 말만 늘 했다가 마침 시간이 돼 만났어요. (김)수용이 형·(송)은이·(김)숙이랑요. 식당에서 만나 고기 먹고 수다 떨었어요. 예전부터 밥을 한 번 사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어떻게 만났네요. (웃음)"

-소감 중 '개그맨'이라는 걸 강조했어요.
"일부러 생각하고 그런 건 아닌데 수상 소감을 말하던 중 문득 생각이 났어요. 희극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이러다 사라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연예계에 있는 많은 직업군 중 하나인데 사라질까 겁났고 갑자기 떠올라서 그렇게 말했어요."

-진짜 '개그맨'이 사라지고 있어요.
"제가 출연하진 않았지만, 모두가 노력한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렸을 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유일하게 남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코미디 빅리그'에요. 방송가도 변화하고 플랫폼도 다양해졌잖아요. 개그맨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요."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후배들을 뽑는 콘텐스트를 하는 건 어떨까요.
"아직 그럴 정도도 아닐뿐더러 한다고 해도 현시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늘 생겨요. 뻔한 수가 보이지 않는 웃음이 있고 그 정도의 콘텐트가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의미 있을까 싶어요."

-요즘 후배들이 유튜브로 새 활로를 찾았어요.
"방송국에서 희극인을 선발하지 않지만, 후배들이 알아서 새로운 플랫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더라고요. 도와주는 게 없지만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대단함을 느껴요. 지금보다 더 시장이 커지면 저를 포함한 이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보태도 좋겠죠."

-유튜브도 자주 보나요. 눈여겨보는 후배가 있나요.
"아무래도 요즘 제일 눈에 띄는 건 김해준이죠. 그래서 올 초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초대했고요."

-직접 유튜브를 할 생각은 없나요.
"TV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콘텐트잖아요. 꾸준히 해야 하니 선뜻 나설 용기는 없어요. 이미 재미있는 걸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대중은 평범한 유재석 씨의 일상을 담은 콘텐트도 좋아할 것 같아요.
"어려운 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보는 사람은 기대하는 게 있을 테고 그러려면 시간을 할애하고 공을 들여야 하고 약속된 시간에 업로드를 꾸준히 해야 되는데 그걸 잘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갸우뚱이면 차라리 하지 말아야죠."

-어김없이 30년간 대중과 약속을 지켜오고 있잖아요.
"그건 약속이기에 지키는 게 당연한데 아직까진 여유가 없어요. 한 주에 네 가지 프로그램을 해오고 있는데 지금도 꽉 차 있다고 느껴요. 여기서 하나를 더 늘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30년간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나요.
"뭔가를 계획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필요하면 하는 스타일이에요. 결혼과 동시에 담배를 끊었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어요.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지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과감히 내려놓아요."

-그 약속을 지키는게 너무 힘들잖아요. 일탈도 꿈꾸진 않나요.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일들이 죽을 만큼 힘들진 않아요. 그래서 일탈을 생각하지도 않고요. 하나에 꽂히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러다 말지'라는 주의예요.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줄을 서야 하면 다른 집에 가요. '어느 정도의 맛만 있으면 됐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차선책을 택했다고 하기엔 결과물이 다 완벽했어요.
"방송을 통해 보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저에게 주어지는 숙제는 싫어서 회피하는 스타일인데 일단 주어진 건 잘 해내야죠. '무한도전'을 하면서 그런 책임감이 더 생겼고요."

-두려움도 이겨낼 만큼 책임감이 정말 강하네요.
"자주 하는 얘기지만 (데뷔한 뒤 초반) 9년의 힘든 시기가 있었잖아요. 그때 정말 기도를 많이 했어요.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 불평불만 절대 늘어놓지 않겠다고 했어요. 혹시라도 주어진 일에 있어서 게으르게 한다면 어떠한 벌을 내리더라도 감수하겠다고도 했죠. 이런 기도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한 주마다 시청자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방송의 일원이 됐다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김진석 엔터뉴스팀 기자 kim.jinseok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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