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상사 괴롭힘에 숨져도…27세 캐디는 보호받지 못했다

입력 2021-06-30 20:21 수정 2021-06-30 21:2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우리 사회 속에 깊게 드리워져 있는 차별의 실상을 저희가 연속 보도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30일)은 직장 상사의 괴롭힘 때문에 세상을 떠났지만, 법적으론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한 골프장 캐디 이야기입니다. 법은 스물일곱 살 청춘을 왜 보호하지 못한 건지 '추적보도 훅'이 따라가 봤습니다.

박지영 기자입니다.

[기자]

한 대학 소재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배씨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직장 상사의 괴롭힘 때문이었습니다.

[배문주/배씨 언니 : 다른 친구한텐 '이쁜아, 밥 많이 먹어'… (배씨에겐) '넌 다이어트해야 하니까 밥 많이 먹지 마'… (무전은) 20~30명 같이 듣는데 '너희는 뛰세요. 뚱뚱하다고 못 뛰는 거 아니잖아요, 빨리 뛰세요'…]

동료들은 '캡틴'이라 불리며 캐디를 관리한 A씨가 유독 배 씨만 못살게 굴었다고 했습니다.

[배씨 동료 : 캡틴은 괴롭히는 사람이 몇 명 정해져 있거든요. 그중 한 명이 OO언니… (언니 말은) 거의 안 듣다시피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험담하고…]

하지만 여전히 배씨는 법적으로 피해자가 아닙니다.

골프장 캐디는 학습지 교사나 보험설계사처럼 1인 사업자로 계약하는 특수고용직입니다.

'프리랜서'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 숫자는 221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현행법상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고용노동부도 지난 2월 배씨에 대해 '직장내괴롭힘'이 맞다면서도 근로기준법 적용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을 알게 된 경우, 조사해서 조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현행법상) 괴롭힘으로 인정돼도 처벌조항 자체가 없어요, 지금… (시정 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건 전혀 없었나?) 없죠.]

산재 보험도 의무가 아닙니다.

배씨의 동료들은 회사가 오히려 산재보험 포기를 유도했다고 주장합니다.

[배씨 동료 : 구체적인 설명이나 그런 것도 없이 '거기 탁자 위에 있는 거 옆에 예시 있으니까 똑같이 쓰면 돼'라고만…]

이 한 장의 종이가 숨진 배씨의 보상을 가로막았습니다.

이렇게 본인의 뜻에 따라 산재보험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걸 자필로 적게 돼있습니다.

이걸 제출하는 순간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근로복지공단에 물었습니다.

[서만욱/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 재활보상부 팀장 : OOO님 같은 경우 캐디로 특수형태 종사자고, (산재) 적용 제외 신청 을 하신 걸로…원칙적으로 적용 제외했기 때문에 산재 적용은 안 됩니다.]

배씨와 같은 특수고용직이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을 어긴다고 처벌을 할 순 없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피해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제할 수 있게 됩니다.

JTBC 취재결과 고용노동부는 최근 장혜영 의원실에 이 법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상 차별은 이미 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제절차가 만들어졌는데 "국가인권위원회 절차까지 추가되면 중복"이라는 겁니다.

또 차별금지법이 근로자 개념을 넓게 보고 있는데, 기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개념과 다를 경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유족은 본인들이 기댈 구제절차는 어디에도 없다고 호소합니다.

[배씨 어머니 : 계속 길게 싸우는 것도 진짜 (힘들고.) 딸내미 한 좀 풀어주려고…]

결국 유족은 가해자와 골프장 측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료제공 :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영상디자인 : 조승우·배장근)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사원 목줄 잡아당기며 질책도"…네이버 '갑질' 증언 "파이프 100개 옮겨라"…40대 여성 노동자 극단 선택 "지옥 같아요" 극단 선택 노동자…마지막 출근날 무슨 일이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