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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119 대원에 "집 데려다달라"…한밤 '취객 추태'

입력 2021-06-28 20:32 수정 2021-06-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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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8일) 밀착카메라는 119 구급대원들의 일상을 같이 다녀봤습니다. 영업 제한 시간인 밤 10시가 되자 "술 취했으니 집에 좀 데려다달라"는 신고가 쏟아졌습니다. 소방관들은 이런 신고 때문에 정작 응급 환자들이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당장 이번주 목요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가까워질 텐데, 119구급대원들은 더 걱정입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부평119안전센터 : 십정동. OO시장 정육점. 펌프차만 출동.]

인천의 한 시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입니다.

다행히 출동 도중 불이 꺼져 돌아왔는데, 이번엔 건물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정신없이 현장을 뛰어다니다 밤 10시가 되자, 이제 또 다른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술집 영업이 끝나는 시간입니다.

출동 대기 중인 구급차 안입니다.

이쪽에 산소호흡기가 있고 맥박과 혈압을 잴 수 있는 장비도 보입니다.

응급환자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준비가 돼있습니다.

그런데 구급대원들은 이렇게 방호복을 입고 보디캠까지 착용한 뒤 현장에 출동합니다.

바로 주취신고 때문입니다.

[인천소방본부 종합상황실 : 네. 119입니다. (부평 OOOO 술집인데요. 너무 취해서 일어나질 못해요.) 병원 가실 건가요? 응급실에? (집으로 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엔 곳곳에 구토 흔적이 보입니다.

[송인동/부평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여기 구토 흔적은 이분이 하신 거예요? (네.) 어떻게 하시길 원하셔서 신고하신 거예요? (집에 데려다주면 좋겠는데…) 귀가는 안 해드려요.]

결국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갑니다.

술 취한 여성을 병원까지 옮긴 뒤에도 상황은 끝나지 않습니다.

곧바로 또 다른 주취신고가 들어와 다시 이동합니다.

[인천소방본부 종합상황실 : 119입니다. (손님이 손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나요.) (술에 취하신 상태라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네. 출동할게요.]

[이용빈/석남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으악. 으악.) 약주 얼마나 하셨어요? 소주로 몇 병? (3병 먹었어요.) (가시죠, 얼른.) 신발을 신으시고 다리를 올리세요. (빨리 가자고요.)]

병원에 도착한 남성은 갑자기 구급대원을 뿌리칩니다.

[이용빈/석남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선생님, 어디 가세요? (놔요. 놔, 놔.)]

구급대원들에겐 이런 일이 일상입니다.

[양정민/석남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인사불성이 되면 저희가 귀가시켜 주는 줄 알고 부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송이 안 된다고 하면 막 따지는 분들도 계세요, 데려다달라고.]

[이용빈/석남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저희를 잡아두고 '술 한잔했는데 너무 외로워서 불렀다' 신고를 하신 분들도 있어요. '가지 마라. 가면 나 죽을 수도 있다' 협박을 하시면서 잡아두기도…]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폭언을 듣는 일도 많습니다.

[인천소방본부 종합상황실/2020년 7월 : 어디가 아프세요? (빨리 오라니까, XX. 네가 XX. 빨리 와.) 주소가 어떻게 돼요? (위치추적 안 되냐, 이 XXXX아. 너네가 119냐, XXX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출동을 하느라 정작 응급환자가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김양우/인천소방본부 종합상황실 주임 :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는데 구급차가 없는 거예요. 주취자 출동을 나가 있는 거예요. 그런 비응급환자들 때문에 정말 생명을 살려야 되는 분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올해 들어 5월까지 접수된 주취신고는 인천에서만 모두 1400여 건에 이릅니다.

거리두기 완화를 앞두고 구급대원들은 벌써 걱정이 큽니다.

[김설/석남119안전센터 구급대원 : 밤 12시 이후로 술 마시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이 취하시잖아요. 아마 술을 더 많이 먹게 될 거고 더 취할 수밖에 없고…]

지금도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또 한 달에만 200여 건에 이르는 주취신고에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모두 출동할 순 없습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집중할 수 있게 시민들부터 달라져야 할 겁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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