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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교묘한 불법촬영…숨은 렌즈 찾는 실험해보니

입력 2021-06-23 21:01 수정 2021-06-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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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한 국제인권단체가 한국을 특정해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파악되는 것만 하루 평균 16건의 불법촬영 범죄가 일어납니다. 바늘구멍 만한 렌즈로 피해자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이 범죄를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5월, 회사 여자화장실에서 발견된 휴대폰 한 대.

[A씨 : 청소하시는 분이 들어오시더라고요. 주인을 못 찾겠다고. 유심칩이 없더라고요. 비밀번호도 잠겨 있고.]

범인은 친했던 남자 동료였습니다.

[A씨 : 믿기지도 않았고. 이 친구가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17번 화장실에 들어가 A씨의 모습을 38번 불법 촬영했습니다.

징역 1년이 선고됐습니다.

불법촬영 범죄는 매년 5천 건 넘게 발생하고, 성범죄 중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커졌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의 절반 이상이 벌금형을 받았고, 징역은 8%에 그쳤는데, 이중 절반이 1년 미만입니다.

이 사이 초소형 카메라들은 별다른 규제 없이 팔려나가고, 또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공간에 불법촬영장비가 있다면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요.

제가 있는 이 사무실에는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 눈에 보이는 곳에 설치한 초소형 카메라 15대가 있습니다.

찾을 수 있을지, 관찰해보겠습니다.

이 사무실에 처음 와보는 외부인 두 명, 그리고 이 사무실이 익숙한 팀원 두 명에게 5분의 시간을 줬습니다.

물건을 이것 저것 들었다 놔보는데, 렌즈는 못 찾습니다.

[카메라가 있긴 있는 거죠?]

[찾기가 쉽지 않네요… (와, 이거야?)]

4명 모두 3개도 못 찾았습니다.

[이용현 : (화재경보기도 초소형 카메라고요. 이쪽에 있는 T자형 콘센트도.) 아, 이건 알고 봐도 모르겠네요.]

[이하림 :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찾았거든요. 전혀 모르겠어요. 전혀 모르겠어요.]

실험에 사용된 초소형카메라들은 모두 실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것들입니다.

[손해영/탐지업체 대표 : (예전엔) 안경, 뿔테 이런 식으로 촬영을 하면 메모리를 뽑아서 영상을 보고 했는데 10년 전 얘기이고. 지금은 실시간 전송되는 와이파이 카메라가 99%…]

찾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손해영/탐지업체 대표 : 바늘구멍처럼 (렌즈가) 아주 작아도 각도가 120도 촬영이 되거든요. 요즘 가장 많이 의뢰가 들어오는 건 학교에서, 개인 가정집, 모텔이나 펜션, 회사에서도…]

판매 금지 청원엔 닷새 만에 10만 명 넘게 동참했습니다.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뒤 A씨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두 달 반 만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A씨 : 약간 치매랑 비슷한데요. 숫자 잘 못 세고, 간단한 일도 잘 못 하고. 말도 더듬고 그랬어요. (스트레스로) 마비도 오고 한 번은 응급실도 가고.]

피해자가 신경쓸 일은 너무 많았고,

[A씨 : (얘기가) 나가는 걸 방지할 수 있을까 하다가 서약서 작성을 회사에 요청했고.]

성범죄 피해를 입증할 자료도 혼자 받으러 다녀야 했습니다.

[A씨 :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사건·사고 기록문이랑 경찰서에서 받을 수 있는 것들 (다 모아야 했고.)]

A씨는 어렵게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A씨 : 몰래카메라 범죄가 요즘 굉장히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회사 화장실도 한 번씩 쳐다보고 갔는데 근데도 찍혔어요. 너무 답답했어요, 그 현실이.]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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