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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사실상 북한과 대화 거부"?

입력 2021-06-21 18:10 수정 2021-06-2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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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핵 외교를 담당하는 한·미·일 수장들이 오늘(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각각 양자와 3자회동을 이어갔는데요. 임명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성 김 대표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북핵문제를 담당하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왼쪽),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마주 앉았다. 〈사진=연합뉴스〉북핵문제를 담당하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왼쪽),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마주 앉았다. 〈사진=연합뉴스〉

■성 김 "북에 '조건없는' 대화 제안"

성 김 대표는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7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우리 역시 어느 쪽이든 준비가 돼 있다"며 "여전히 평양으로부터 만남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즉 미국은 다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공을 북한으로 넘긴 겁니다.

성 김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어제(20일) 언론 인터뷰(미 ABC 방송)에서 내놓은 언급과 일맥상통합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협상을 시작하자'고 말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건 없이 만나자"는 부정적 시그널?

이렇듯 북미 양측이 '대화 재개'를 놓고 공 넘기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건을 걸고 대화에 나서길 원하는 북한에게 미국이 줄곧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하는 건 북한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가 열린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가 열린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실제로 성 김 대표는 대화 촉구와 함께 대북 제재도 거론했습니다. 성 김 대표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유엔 회원국, 특히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에도 이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교적 해법을 열어두겠지만 원칙을 훼손하진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미 협상에선 단계적 비핵화가 화두에 오를 수 있는데 자칫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며 “이런 협상을 앞두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특히 성 김 대표가 대북제재의 '이행'을 한·미·일 협의에서 언급한 게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대북제재 이행에 소극적인 중국을 염두에 두고 북한 문제를 대중 견제 차원에서 다룰 가능성입니다.

■지리한 샅바싸움…한미연합훈련이 분수령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 재개의 첫 번째 분수령으로 오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꼽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취소할 것이냐, 예전 규모로 실시할 것이냐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 타이밍이 정해질 것”이라며 “연합훈련 문제는 북한에게 도발이나 대화의 명분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도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이라는 오늘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북핵을 동결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략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규모와 방법을 언제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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