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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먹고 자고 하던 대장님…동료들, 서로 마주 보지도 못해"

입력 2021-06-21 12:06 수정 2021-06-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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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후배들한테 안전에 대해 항상 강조하시면서, 뒤를 봐주시는 든든한 대장님"
"차분하고 침착하게 활동했던 선배였고, 잘 보낼 수 있게 많이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동료들은 고 김동식 구조대장의 명복을 기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대장은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 쿠팡물류센터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실종됐습니다. 당시 김 대장은 불길이 거세지면서 대피 명령이 떨어지자, 후배들의 뒤를 봐주며 건물 밖으로 따라 나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직했습니다.

동료들에게 따뜻하고 모범이 됐던 고 김 대장. 그와 함께 먹고 자며 생활했던 대원들은 동료를 잃은 슬픔에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박수종 경기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오늘(21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김 대장과 함께 불을 끄러 현장에 들어갔던 대원들의 상태에 대해 전했습니다.

박 과장은 "같이 화재 현장에 들어갔던 동료들은 같이 먹고 자고 하던 대장님을 잃었기 때문에, 그 슬픔은 저희가 상상하는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동료들이 너무 슬퍼해서 업무에서 제외해 심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중 대원 한 명은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왼쪽 팔과 손목에 골절이 있고 안면에도 약간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했는데, 의식은 있고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과장은 당시 대원들이 탈출하게 된 상황과 관련해 "건물 내부에 선반과 적재물이 3단 높이로 층고가 10m 정도 되는데, 쌓여있던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뒤섞이면서 불길과 연기가 밀려와 탈출했다"며 "탈출 과정에서 대장님이 인솔해 들어갔던 경기 광주 구조대원 5명, 그중 한 명이 탈진 상태를 보여 앞서서 내보내고 대장님이 따라 나오다가 어떤 요인에 의해 지체가 돼서 고립됐다고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휘자(구조대장)는 먼저 들어가서 뒤에서 봐주면서 나온다"며 "(대원들은 대장이 고립됐단 사실을) 나오자마자, 정신 차리자마자 조금 있으면 금방 알게 되는데, 그때부터 트라우마 상태로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료들이 느끼는 슬픔과 무력감, 참담한 마음은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다 느끼는 심정"이라며 "서로 마주 보기도 힘들 정도로 슬플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진=소방청 제공/연합뉴스〉〈사진=소방청 제공/연합뉴스〉
고 김동식 구조대장의 영결식은 오늘 오전 9시 30분부터 경기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치러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의를 표하는 조전을 통해 "고인은 화마의 현장에 앞장서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대한민국은 고인의 열정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조전은 신열우 소방청장이 대신 낭독했습니다.

동료들을 대표해 조사에 나선 광주소방서 함재철 소방위는 "무시무시한 화마 속에서 대장님을 바로 구해드리지 못하고 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1분 1초가 두려웠다"며 "대장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대장님이 누구보다 사랑하고 의지했던 가족분들께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장님께선 동료들에게 잘못된 건 타일러 주시고 늘 우직한 모습을 보여주신 분"이었다며 "부디 좋은 곳에서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영면하시길 기도드린다"고 했습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이 식장을 빠져나가자, 김 대장의 어머니는 아들을 목놓아 불렀습니다.

동료들은 거수경례로 김 대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김 대장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됩니다.

경기도는 고인을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하고,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습니다.

〈사진=소방청 제공/연합뉴스〉〈사진=소방청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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