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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법이] "저 두 사람 불륜"…'사실' 말했는데 처벌이요?

입력 2021-06-20 18:39 수정 2021-06-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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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흔히 '없는 말을 지어내야'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사실을 말했어도 얼마든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인데 이 법의 빛과 그림자를 '세상에 이런 법이' 강현석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직장 내 부적절한 남녀 관계를 담은 글들, 지난 한주 메신저로 받아본 분들 많으실 겁니다.

사건 총정리다, 지금 난리났다, 추가 정보다… 이런 글, 사실을 말한 것이라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김경환/변호사 : (이렇게 받은 글을 올리고 하는 것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나요?) 얼굴이라든지 신상, 카톡 내용…A씨, B팀장 되어 있지만 누가 그 사람이 어디에 일하고 누군지 특정 가능하거든요.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은 충분히 성립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

문자 그대로, '사실'을 '알려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시킨 행동'입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일 때 적용법이 약간 다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사실을 말했는데 처벌이라니요?"

이런 생각이 든다면, 이 사례를 한 번 보시죠.

"이때쯤 일거야. 나와 사귀면서 전 남친과 몰래 만나던 시기가…" 벌금형 선고.

이런 경우는요.

"수업에 왜 늦었나요?" "다른 남자와 자던 여자 친구를 잡느라고요" 합의 종결.

누가 봐도 '명예훼손' 같은 사례들도 많지만 '공익'을 생각하면 애매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요금을 내지 않고 달아난 택시 승객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익적 목적'으로 인터넷에 올렸다면 어떨까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재판을 받고 있는 '배드 파더스' 사례는 지금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JTBC 드라마 '로스쿨' : (뭐해? 배드파마?) 이혼하고 양육비 안준 부모들 신상공개한 사이트인데 그 운영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어]

'양육비를 주라'는 나라의 명령을 어긴 부모들 이름 공개했다고 문제가 된다니 일반 시민들의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구본창/배드파더스 대표 : 아이들의 생존권이 무책임한 부모들의 명예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될 가치다. (처벌을) 각오하고 한 겁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보다 공익이 더 큰 가치라고 본 거죠.

[구본창/배드파더스 대표 : (나라가 해결할 문제 아닌가?) 역사적으로 보면 모든 법들이 바뀌고, 사회가 발전한 건 일단 개인들이 나서서 변화를 이끌어간 측면이 많은 거죠. 한국의 민주주의도 그렇지 않습니까?]

배드파더스는 공익성을 인정받아 1심에선 무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심은 뒤집힐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양육비 요구 과정에서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변화의 조짐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7:2의 의견으로 합헌 결론을 내렸지만, 5년 뒤에 이 비율은 5:4가 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없어지면 진짜 심한 명예훼손은 어떻게 해결할까요.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도 바로 이 부분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민사로 큰 돈을 물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단 얘기가 나옵니다.

[김경환/변호사 : 통상 (손해배상액이) 100~300만 원 사이…내가(가해자가) 시원하게 명예훼손 하고, 200만 원 정도 물어준다면 명예훼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사 배상액이 수천만원 혹은 그 이상이 된다면 어떨까요.

형사처벌과 비슷한 억제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함부로 명예훼손 못하는 거죠.

(영상디자인 : 박성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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