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13일) 또 한 명의 택배 노동자가 쓰러졌습니다. 아직 노동 현장으로도, 집으로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로'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입니다. 사측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 노동자의 일터에 가봤습니다. 여기저기에 고단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공다솜 기자입니다.
[기자]
택배노동자 임모 씨에게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 건 어제 새벽 4시 반쯤입니다.
자던 중 온 몸이 뻣뻣하게 굳고 뒤틀렸습니다.
아내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뇌출혈이 심해 의식을 찾지 못했습니다.
택배노조는 과로를 주장합니다.
임씨가 일주일에 6일 연속, 주 80시간 가까이 일했다는 겁니다.
[이성욱/택배노조 성남지회장 : 쓰러지기 전날 같이 일을 했는데 제 어깨를 툭툭 치면서 '고생한다'라고. 얼굴색이 안 좋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임씨가 일하던 터미널입니다.
다른 사업장과 함께 쓰는 곳이라 고정된 상하차 장소가 없습니다.
임씨는 매일 아침 출근해 레일을 설치한 뒤 택배를 분류했습니다.
[밀어서 (레일을) 일자로 만들어야 해요. 손이 찧거나 하면 다치거든요. 하차 끝나면 다시 원상태로 집어넣고.]
출근 시간도 일정하지 않아 새벽마다 대리점 소장에게 몇시에 출근해야하는지 확인했습니다.
[김종일/임씨 동료 택배노동자 : 실제 출근 시간보다 길게는 3~4시간 대기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1차 사회적 합의 이후 분류 인력이 배치됐지만 늘어난 택배 물량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노조 측은 임씨도 계속해서 분류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롯데택배 측은 과로가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회사 측은 임씨가 올 초부터 5월까진 평균적으로 205개, 파업에 동참한 지난주엔 평균 22개를 배달했다고 합니다.
승강기가 있는 아파트 밀집 지역 위주로 배송했고 밤늦게 이뤄진 배송도 한달에 하루 이틀 뿐이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입니다.
노조 측은 택배 개수만으로 노동강도를 측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택배노조가 무기한 전면파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 내일은 서울에 전국 노조원이 모여 투쟁을 이어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