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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또 다른 철거 사고 현장…시민들이 본 '징후'들

입력 2021-06-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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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4일) 밀착카메라는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에서의 붕괴 사고와 닮아있는 또 다른 철거 사고 현장들을 돌아봤습니다. 현장을 지켜봐 온 시민들은 '사고 징후'를 목격했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1일 서울 반포동의 한 호텔 철거현장이 녹화된 CCTV 영상입니다.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던 구조물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바로 옆엔 아파트 주차장이 있습니다.

아파트 주차장 안쪽으로 와서 보니까, 무너진 구조물에 주차장 외벽도 이렇게 휘어진 모습입니다.

외벽이 없었더라면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사고 징후는 있었을까.

주민들은 전날부터 불안했었다고 말합니다.

[정모 씨/아파트 주민 : (아파트) 앞에 호텔 공사하는 거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얘기했었는데 딱 그 새벽에 이렇게 문제가 터지니까…너무 무서웠어요.]

불길한 예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광주가 떠올랐습니다.

[민경휘/아파트 주민 : 쓰러질 것 같이 위험하게 덜렁덜렁 걸려 있더라고요. 광주에서 큰 사건도 있었고. 그런 위험성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전문가와 함께 현장 곳곳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주목할 만한 건 사고 당시에 '작업 중'이 아니었단 겁니다.

[안형준/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 아무 작업도 하지 않았는데 (구조물이) 넘어갔다는 건 문제예요. 구조물과 구조물 사이를 잘 결속해야 하는데…]

조사 결과 전문가 진단대로 구조물이 제대로 묶여있지 않았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결속되지 않은 구조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데는 10초가 채 안 걸렸습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10일 경기 안양의 한 골프연습장 철거현장.

여러 개의 철 구조물이 서 있는데 이 중 일부가 무너졌습니다.

주변에 불꽃이 크게 튈 만큼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30m 높이의 철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인도를 넘어 도로 일부까지 그대로 덮쳤습니다.

이 사고로 인근 아파트 단지도 한때 정전됐습니다.

역시 사고 징후가 있었습니다.

전날 굴착기로 철거작업을 하던 모습이 위험해 보였다는 겁니다.

[목격자 : 저렇게 작업하는 게 어디 있냐고. 크레인 두 개 양쪽에다 꽂아서 내려가야지. 자기 멋대로…'야, 저러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그랬더니 떨어졌네.]

경찰은 현장 관계자를 상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서울의 또 다른 철거현장을 가봤습니다.

6층 높이의 건물은 양쪽 기둥만 남았고 안쪽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인도 옆엔 가림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위험해 보인다' '광주와 비슷하다'는 주민 제보에, 서울시 건축과 관계자와 구조기술사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전문가는 사고를 막으려면 '안전도를 높이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창식/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 겸 구조기술사 : 꼭 '사고로 연결된다' 이렇게 볼 순 없어도 마지막 남아 있는 이 위험한 상태, 이때 해체 철거의 순서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송규/안전전문가 : 8차선 (도로) 옆이잖아요. 인도가 있고. 공사를 전부 중지시키고 다시 한번 점검하고. 0.1%의 위험도만 있다 하더라도 대책을 세워야…]

오늘로 광주 사고 닷새째.

사고가 난 버스정류장은 자리를 옮겼습니다.

처참한 현장엔 영원히 귀가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는 추모 화환만 남았습니다.

철거현장을 지나던 버스 안에서 승객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난 뒤에야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견된 사고'엔 결코 '우연'이란 없습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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