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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줄어도 걱정'…온갖 수식어가 감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입력 2021-06-14 09:32 수정 2021-06-14 09:34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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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82)

2050년 탄소중립에 앞서 세계 각국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격적'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말이죠.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소집한 기후 정상회의에서 여러 나라가 강화한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고, 영국은 1990년 대비 68% 감축하겠다고, 덴마크는 1990년 대비 70% 감축하겠다고 말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연내 강화한 목표를 발표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금 당장 명시된 목표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이고요.

 
[박상욱의 기후 1.5] '줄어도 걱정'…온갖 수식어가 감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통상, 이러한 목표들을 마주하다 보면 언제 대비 언제까지 줄인다는 말은 잊히곤 합니다. 그저 '몇 퍼센트냐'만 머리에 남죠. 그래서 “아, 우리가 지금 배출하던 것에서 한 4분의 1 정도를 줄인다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당장 한 해, 한 해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를 뿜어왔는지, 앞으로 또 한 해, 한 해 얼마나 줄여가야 하는지. 그 과정을 챙겨보고, 걱정하고, 준비하기보다 '2030년 몇 퍼센트' 결과만 남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제시한 감축의 '기준점'인 2017년은 '정점'이 아니었습니다. 2014년 691.9백만톤을 기록한 이래로 2018년 727.6백만톤의 온실가스를 내뿜기까지, 해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를 깨왔습니다.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라는 목표는 그 기준점을 2018년으로 바꾸면 '26.3% 감축'이 되는 셈이죠. 해마다 얼마나 배출량을 늘려왔는지 혹은 줄여왔는지에 따라 2050년 '넷 제로'라는 정해진 목표로 향하는 길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험난하거나 혹은 더 험난하거나 말이죠.

#온실가스_배출_얼마나_변했나
 
[박상욱의 기후 1.5] '줄어도 걱정'…온갖 수식어가 감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이런 가운데 202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648.6백만톤. 역대 최고였던 2018년보다는 10.9%가, 바로 전년도인 2019년보다는 7.3%가 줄어든 수치입니다.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두 해 연속으로 이렇게 줄어드는 일은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처음입니다. 또한, 해마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배출량이 2009년 598백만톤 이후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게 됐죠.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제 정말 '정점'은 지났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기대는 GDP당 온실가스 배출량, 인구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GDP 10억원당 뿜어낸 온실가스의 양은 354톤입니다. 통계 집계를 한 이래로 가장 적은 양입니다. 또한 2011년, 463톤을 기록한 이래로 줄곧 이 수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줄어도 걱정'…온갖 수식어가 감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대비 2020년 GDP는 1% 줄었습니다. 'GDP 10억원당'이라는 단위에서 보면 나름의 '악조건'이었던 셈이죠. 그럼에도 GDP 10억원당 배출량은 역대 최고 낙폭으로 줄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가 조금씩 온실가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곧 경제를 악화시키는, 기업을 힘들게만 하는 일이라는 오래된 공식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으로 불리게 된 주요 요인 중 하나인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지난해보다 1톤이 줄었습니다. 이 역시 '인구 1인당'이라는 단위에서 보면 감소가 쉽지 않은 부문이었습니다. 2020년 인구수는 5182만 9023명으로 2019년보다 2만여명 줄었습니다. 주민등록인구를 집계한 이래 처음입니다.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의 해'에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었고요.

#온실가스_배출_어디서_줄었나
그렇다면, 어디서 줄어든 것일까요. 5100만톤 가까운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인 것일까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발전과 열생산 부문이었습니다. 무려 3100만톤이 줄었습니다. 원래 전체 온실가스에서 에너지 부문의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18년도의 통계만 보더라도 전체 배출량에서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7%나 되죠. 온실가스 감축이 곧 '에너지 부문 감축' 혹은 '에너지 전환'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줄어도 걱정'…온갖 수식어가 감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발전 및 열생산 부문에서의 감축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습니다. 우선, 전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발전량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작고 석탄의 비중이 가장 크죠. 이런 상황에서 발전량의 감소는 곧 온실가스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석탄발전소에 대한 강력한 가동중지 조치로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은 전년 대비 13.6% 줄었습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계절관리제 덕분에 온실가스까지 줄이는 효과를 얻은 것이죠. 여기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년 대비 12.2% 늘어났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수송부문에선 410만톤을 줄였습니다. 2019년 대비 4.1% 줄어든 것인데요, 당장 국제유가가 2019년보다 배럴당 21.3달러나 저렴해졌지만 교통량 자체는 늘지 않았습니다. 전국 고속도로 통행량은 전년 대비 3% 줄었고, 실제 가솔린이나 디젤의 소비량도 각각 2%, 5% 줄었습니다. 여기에 저공해차(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보급대수는 2019년 58만 3천대에서 2020년 79만 6천대로 36% 늘었고요. 서흥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유류가격 하락에도 코로나19에 의한 여행 및 이동 자제의 영향과 저공해차 보급 확대 등 감축 정책의 효과로 배출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계에서의 감축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보다 화학분야에선 350만톤, 철강 240만톤, 시멘트 220만톤, 상업 및 공공 150만톤, 불소계 가스 이용 과정에선 70만톤을 줄였습니다. 화학, 철강, 시멘트 등은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 것이었지만 불소계 가스의 경우 반도체 및 액정 산업의 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었습니다.

#마냥_반갑지만은_않은_이유
 
[박상욱의 기후 1.5] '줄어도 걱정'…온갖 수식어가 감싼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석탄발전 줄이는 등 발전분야의 노력으로 온실가스가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석탄의 발전비중은 부동의 1위였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여전히 10%도 채 되지 않죠. 전체 발전량이 줄어든 것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커 보입니다. 전력 판매량의 변화를 보면, 제조업 분야에서 4% 줄고, 서비스업에서도 2% 줄었습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용 전기의 경우 반대로 소비가 5% 늘었고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는 그대로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다면 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결과를 놓고 보면, 에너지 수요의 감소 및 석탄 규제의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발전 및 열생산 부문의 감축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입니다. 경제가 정상화된다면 배출량은 다시 원상복구가 될 테니까요.

올해가 걱정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12월부터 3월까지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에 영향을 미친 것은 1차 기간(2019년 12월~2020년 3월) 넉 달 중 뒤의 석 달, 2차 기간(2020년 12월~2021년 3월) 넉 달 중 앞의 첫 달이죠. 1차 기간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1100만톤에 달했지만 2차 기간의 감축량은 800만톤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20년, 역대 손꼽힐 만큼 큰 폭의 감소세가 나타난 데에 큰 역할을 했던 발전분야가 2021년엔 그만큼의 역할을 못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3차 기간(2021년 12월~2022년 3월)의 첫 달 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산업 분야의 배출량 감소도 따져보면 결코 반갑기만 한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산업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 환경부)산업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 환경부)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다면 저탄소 기술 개발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특히 철강 산업의 경우, 전로강 생산량을 따져봤을 때 2019년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낸 셈이었습니다. 2019년엔 4871만 5천톤을 만들 때 96.3백만톤의 온실가스를 내뿜었습니다. 2020년의 전로강 생산량은 4626만 1천톤. 전년과 같은 비율이려면 91.4백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했죠. 하지만 실제 배출량은 93.9백만톤으로 더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2021년엔 이러한 감소세가 끝나고 온실가스가 다시 늘어나거나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서흥원 센터장은 “아직 2021년이 반도 안 지났기 때문에 속단하기엔 어렵다”면서도 “산업 부문에서의 경제활동 증가, 수송 부문에서의 이동량 증가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요인을 보면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큰 폭의 감소 직후엔 큰 폭의 증가가 있었음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1998년, 온 나라를 뒤흔든 IMF의 여파로 그해 온실가스는 전년보다 14.1%나 줄었지만 정작 이듬해에 다시 8.8%나 늘어났던 일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온실가스가 0.7% 늘어나는 데에 그쳤지만, 이듬해엔 9.8%나 증가했던 일을 말이죠.

2021년은 탄소중립 원년입니다. 원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강화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내놓겠다”는 국가 정상의 대(對) 국제사회 약속이 무색하지 않게.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겠죠. 지금은 당장 눈앞에 보이진 않지만,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맞겠죠. 선언의 스포트라이트는 소수가 받고, 이를 지키지 못한 부끄러움은 우리 모두의 몫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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