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외안구단] 한미회담 北 첫 반응…'남북' 말고 '북미' 대화만 관심?

입력 2021-05-31 18:14 수정 2021-05-31 18:5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현지시간 21일) 이후 약 열 흘 만에 첫 반응을 내놨습니다. 평론가 명의의 논평으로, 특히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없앤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고의적인 적대행위" "권모술수"…미국 정면 비난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오늘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명의의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 종료인가' 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미정상이 지난 22일 한국군 미사일의 800㎞ 사거리 제한 해제를 합의한 점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통신은 “우리 공화국 전역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다”면서 이를 허용한 미국의 처사를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이 31일 게시한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인가' 논평.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이 31일 게시한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인가' 논평.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의 기조라고 내세운 '실용적 접근법', '최대 유연성'도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조선을 내세워 패권주의적 목적을 실현해보려는 미국의 타산은 제손으로 제눈을 찌르는 어리석은 행위”라고도 했습니다.

'미사일 지침 종료' 콕 찍은 배경은?

그렇다면 북한이 '미사일 지침 종료' 콕 찍어 비난한 배경도 궁금합니다. 실제로 정상회담 후 한미 공동성명에는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선언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기는 등 북한 입장에서도 대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이 분명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사일 지침 종료 합의와 관련해선, 기존의 800㎞ 사거리 제한에서도 이미 북한 전역이 포함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북한에게 더 위협적인 조치가 추가된 것으로도 보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미사일 합의 종료를 주된 테마로 하나 던지고 반응을 보고자 하는 성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굳이 미국을 걸고 넘어질 만한 소재를 찾았다는 의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통신이 보도한 평론에서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너머에 있는 미국”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분간 대미 압박을 지속하여 미국의 더 구체적 조치를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유인책 제시를 요구, 압박하는 성격의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개인 평론 내세워 '수위조절'향후 대화 염두?

하지만 북한의 이번 반응이 남북미 관계에 부정적인 전망만을 내포하진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논평은 당국 성명이나 담화보다 급이 떨어지는 개인명의로 발표됐습니다. 논평을 쓴 김명철은 북한 매체의 평론가 중 한명으로 추정됩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대비해 이런 식으로 발언자의 급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회담 전체를 비판하고 대화를 포기했으면 이런 식의 개인논평은 아예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향후 대화를 염두에 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한국 정부를 패싱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건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북한은 이번 논평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메시지는 말미에 짧게 담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표현한 뒤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막말을 내놨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남북대화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대응에 우선순위가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