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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야성'과 '본능' 되살아난 유기견, 들개가 됐다

입력 2021-05-27 19:20 수정 2021-05-28 10:08

인간과 접촉 줄자 야생성 깨어난 들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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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접촉 줄자 야생성 깨어난 들개들

포획된 들개. 남양주 사건과는 상관 없음.〈JTBC 뉴스룸 캡처〉포획된 들개. 남양주 사건과는 상관 없음.〈JTBC 뉴스룸 캡처〉
지난 20일 남양주에서 150cm 크기의 대형견이 길을 가던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했습니다. 인근엔 개 사육장이 있습니다. 사고견은 이 사육장에서 가끔 밥을 먹곤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사육장에서 사고견을 관리하고 보호한 정황이 있었는지 수사 중입니다. 월령 2개월 이상인 개는 등록하게 돼 있지만, 등록이 안 된 개였습니다.

동물보호법은 '소유자 등'을 동물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사육·관리 또는 보호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워 키운 개는 견주가 누구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가장 최근에 개를 보호한 사람을 견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사육장 주인은 해당 개가 밥을 훔쳐먹으러 왔을 뿐 만지려 하면 피했고, 자신은 견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현장 검증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반가워하고 좋아라한다고 다 주인은 아니다"라며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아빠라도 때리는 아빠라면 도망가려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장 검증에 대한 나름의 판단은 있다곤 했지만,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JTBC 밀착카메라 팀은 수도권에서 들개들이 출몰한다는 여러 제보를 받고 확인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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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6946

산책하는데 달려들어…아파트 누비는 '들개'

반려견과 함께 지나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들개.〈JTBC 뉴스룸 캡처〉반려견과 함께 지나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들개.〈JTBC 뉴스룸 캡처〉
지난 20일 밤, 반려견과 함께 서울 강동구 강일동 어머니 집을 찾은 A 씨는 변을 당할 뻔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들개 두 마리가 자신을 습격한 겁니다. 반려견을 끌어안고 “도와달라”며 소리친 A 씨는 다치진 않았지만, 그 이후 어머니 집 방문을 꺼리고 있습니다.

A 씨는 “관리소 있는 쪽으로 비명을 지르며 뛰어갔다”며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일손이 달린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인근 소방서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한 마리는 포획했다”며 “10번 이상 출동했지만 민감하기 때문에 보통 개와는 달라 포획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취재진도 먹이를 놓고 몇 시간을 기다려봤지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야생성 때문에 뿌려놓은 먹이에는 잘 반응하지 않고,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길고양이 잡아먹는 야생성…포획 틀은 덩그러니”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주민 B 씨는 “3년 반 전부터 들개들이 길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B 씨는 “비 오는 날이면 산이나 폐공장에 있는 들개들이 내려와 주차장을 활보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6일에도 5마리 넘는 개가 아파트를 활보해 쫓아가 보니 고양이 사체가 있었다며 한숨 쉬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을 누비는 들개들.〈JTBC 뉴스룸 캡처〉아파트 단지 안을 누비는 들개들.〈JTBC 뉴스룸 캡처〉
B 씨는 지자체에서 놓은 포획 틀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B 씨는 “주민들 민원이 많이 들어간 상태지만, 포획 틀만 덩그러니 놓여있다”라며 “포획 틀 문은 닫혀 있고 먹이통은 비어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포획 틀은 폐공장 대문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주민들 직접 포획…“중성화시킬 것”

주민들이 직접 나선 곳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안산시 이규혁 씨의 집엔 개 5마리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마을을 위협하던 들개였습니다. 먹이로 유인해 씻기고 목줄을 채웠습니다. 개집도 지어줬는데 목줄을 자주 끊고 빠져나가 닭을 물어 죽인다고 합니다.

취재진을 보자 짖는 들개들.〈JTBC 뉴스룸 캡처〉취재진을 보자 짖는 들개들.〈JTBC 뉴스룸 캡처〉
이 씨는 “돌아다니면 사람들한테 해코지하고 피해 줄까 봐 가둬두는 것”이라며 “매형네 집의 닭이 13마리, 여기 16마리 등 닭이 남아나지를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규혁 씨가 지은 개 우리 이곳저곳의 철망은 뜯겨나 있었습니다. 사룟값만 감당되면 계속 키우고 싶지만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길들이기 전 사람과 늑대 관계”

최영민 서울특별시수의사회 회장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들개가 모여있다 보면 옛날 숨겨져 있던 야성이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사람과 접촉을 안 하면 길들이기 전에 사람과 늑대의 관계랑 비슷하게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기견이든, 벼려진 반려견이든 야생에서 살다 보면 대를 이어 갈수록 사람과 사이가 멀어진다는 겁니다. “사람은 무서운 동물이고 접촉하면 안 돼”라는 일종의 선행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찰과 지자체는 이번 사고견을 안락사할지 조만간 결론 내릴 계획입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개는 무는 게 본능"이라며 "(해당 개가)돌발 상황이나 특별한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교육을 못 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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