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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속 쿠데타' 말리 혼란…대통령·총리 사임|아침& 세계

입력 2021-05-27 09:11 수정 2021-05-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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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난해 8월 쿠데타가 일어났던 서아프리카 국가죠. 말리에서 과도 정부 대통령과 총리가 군부에 의해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27일) 새벽, 대통령과 총리가 사임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8월 18일, 말리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습니다. 쿠데타를 이끌었던 군부 지도자 '아시미 고이타' 대령은 자신이 부통령을 맡고 과도 정부를 구성했습니다. 전직 국방 장관이었던 '바 은다우'를 임시 대통령으로 내세웠습니다. 외무장관 출신 '모크타르 우안'은 총리로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9개월가량이 흐른 지난 24일, 쿠데타 군부가 자신들이 임명한 대통령과 총리를 전격적으로 체포하고 구금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은다우 대통령과 우안 총리는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무장한 군인들에게 체포됐습니다. 시 외곽에 위치한 카티 군 사령부로 연행됐습니다. 지금도 군사 수용소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고이타 부통령은 전국 TV 방송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은다우 대통령 등이 군부 인사 2명을 경질하는 등 개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이타 부통령의 특별 보좌관이 대신 읽은 성명 내용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바바 시세/말리 부통령 특별보좌관 : (상의없는 개각)은 대통령과 총리가 과도정부 운용에 관한 헌장을 위반한 것입니다. 국가 전환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국제 사회는 일제히 말리 군부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유엔 말리 대표부는 은다우 대통령과 우안 총리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서아프리카 경제 공동체 대표단은 지난 25일 말리를 긴급 방문했습니다. 아프리카 연합과 유럽 연합도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프랑스는 말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무엇보다 말리가 사하라 사막 남쪽 사헬 지역을 중심으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슬람 테러 단체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거점인 만큼 말리의 정국 불안이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우리는 말리 과도 정부 대통령과 총리 등이 체포된 것에 대해 단호히 비판합니다. 말리 군부는 '쿠데타 속의 쿠데타'를 또 일으킨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불과 9개월 만에 또다시 발생한 말리의 쿠데타 상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지난해 8월 말리 쿠데타 당시에도 분석을 해주셨던 분입니다. 윤성원 한양대 유럽 아프리카 연구소 연구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지난해 쿠데타를 일으켰던 군부가 이번에는 자신들이 임명한 대통령과 총리를 전격 체포했습니다. 자신들과 상의 없이 개각을 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과도정부 내의 정치세력 간의 세력다툼에서 군부가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죠. 과도정부의 개각 인선을 놓고 최근에 내부 갈등이 고조돼왔고요. 과도정부가 민간과 쿠데타 세력 간에 일종의 동거 정부라는 점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표면적 동기야 대통령의 상의 없는 인사권 행사이지만 군부의 아킬레스건은 역시 민주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이번 사태 주역인 아시미 고이타는 지난해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경험이 전무했습니다. 바 은다우 대통령과 우안 총리는 군부에 비해서는 정당성 측면에서 우월성을 획득하고 있고 특히 우안 총리는 정통 외교관 출신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고이타가 민간 지도자들과 함께 동거 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함으로써 합리적인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대통령과 총리가 개각을 통해서 과도정부 내의 군부세력의 기반을 침식하려는 시도에 위기감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 쿠데타 군부는 정권을 민간에 넘기기 위한 선거를 내년에 약속대로 치르겠다, 이렇게 다시 한 번 강조를 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고요. 어떻게 전망하세요?

    말씀드린 대로 지금 과도정부는 군부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정당성을 키워나가는 일종의 수순 밟기로 보여지고요. 과도정부 민간지도자들을 자신의 말대로 이미 축출한 것이고 석방한다 하더라도 본래의 지위로 복귀시키지 않는다면 이미 그거 자체로 쿠데타나 다름없는 행위죠. 실제로 대통령과 총리가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요. 중요한 것은 군부가 자신이 한 약속을 상황이 불리해질 경우에 언제든 다양한 방식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 재확인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열리더라도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겠는가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거 결과가 나올 경우에 미얀마 경우처럼 군부가 그 결과를 다시 뒤집으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물론 UN이나 유럽연합, 아프리카연합 등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될 겁니다. 경제제재도 예상 가능하고요. 다만 이것이 말리 군부를 움직일 만한 효과적인 대책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 아프리카 주변 나라들과 UN, 프랑스 등 국제사회는 말리 군부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특히 말리의 불안이 사헬지역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우려가 큰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의 파장 어느 정도나 될까요?

    2012년 쿠데타 때도 쿠데타를 빌미로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활동범위를 넓힌 바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유럽지역으로까지 직접적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지만 사헬 지역의 불안정성은 확실히 가중될 수 있고요.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 지역의 폭력행위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우선 말리 군부가 국제사회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따라서 파장의 정도와 세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축출한 지도자를 복권시키는 것은 군부 입장에서는 자기 부정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다만 군부가 과도정부 자체를 전복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국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슬람 극단세력이 창궐하는 것은 군부의 통치체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결국 국제사회 요구에 말리 군부가 어느 정도로 또 어느 속도로 호응하는지가 향후 지역 정세의 향방을 예측하는 데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리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 지난해까지 총 4번의 쿠데타를 겪었습니다. 지난 2012년 쿠데타가 벌어졌을 때는 국제사회의 우려대로 알카에다와 연계한 이슬람 반군들이 말리 북부 도시 '팀북투'를 장악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쿠데타 속 쿠데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한 지금 말리 정국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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