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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사냥하듯 공장 찾아, 순식간에 버리고 사라진다"

입력 2021-05-21 15:14 수정 2021-05-21 15:17

어려운 공장 노려 폐기물 투기…"기업사냥하듯 공장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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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공장 노려 폐기물 투기…"기업사냥하듯 공장사냥"

별안간 쌓였다는 폐기물 사진.별안간 쌓였다는 폐기물 사진.
별안간 공장에 폐기물 수백 톤이 쌓였습니다. 폐기물 자루를 갖다 놓은 사람들은 일주일 안에 치워준다고, 잠시만 맡아달라고, 때로는 돈이 된다고 소개합니다. 그렇게 폐기물과 함께 썩어가는 장소가 전국에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JTBC 밀착카메라팀은 '떴다방' 같은 폐기물 투기 조직을 추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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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냥하듯 땅 찾아…전국 곳곳 몰래 버린 '폐기물 산'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6143

◆“한 달 내로 다 치워주겠다”…피해지 최소 4곳

폐기물이 쌓여있는 장소를 제보받았습니다. 경기도와 인천, 충청북도를 오갔습니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공장 부지엔 1톤짜리 포댓자루 수천 개가 쌓여있습니다. 안에는 석면 무더기, 스티로폼 등이 들어있습니다. 옆 공장은 "화물차 수십 대가 오가서 뭐냐고 묻자 원자재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폐자재"라고 했습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충청북도 한 광산에선 광물이 나온다며 폐기물 자루를 잠시 맡아달라던 게 1년이 됐습니다. 광산 관계자는 "돈은 받아먹고, 투자한다고 하더니 몰래 갖다 놓았다"며 한숨 쉬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폐기물 더미.멀리 보이는 폐기물 더미.
빈 공장에도 쓰레기가 쌓였습니다. 지자체가 공장에 임대한 땅입니다.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외국 투자가 빠져나가자 급하게 투자자를 구하다가 당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장 관계자는 "계약금도 안 들어왔는데 다음날 갑자기 폐기물을 쌓았다"며 "이번 달 안에 치우겠다고 한 게 1년"이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공장, 광산, 지자체 관계자들은 모두 'A 업체', 그리고 'L 씨'를 지목했습니다.

◆“힘든 공장주들 앞뒤 안 보고 계약하면, 3일 만에 후다닥 쌓아버려”

추적 도중 취재진은 A 업체에서 일했다는 직원을 만났습니다. 전 직원 B 씨는 “폐기물을 연결해주는 브로커가 있고, 샘플 사진을 주고받으며 가격을 정한다”며 “'톤당 10만 원에 치워갈래?' 연락이 오면 곧장 버릴 공장 수배에 나선다”고 했습니다.

이어 “기업사냥 같은 공장사냥”이라며 “어려운 공장주가 앞뒤 안 보고 계약하면, 3~4일 만에 폐기물을 후다닥 쌓아버린다”고 했습니다. 공장을 운영해준다거나, 물건을 맡아달라는 말에 속아 부지를 빌려주면 폐기물을 쌓고 잠적하는 수법이란 겁니다.

 
충북 광산 사무실 안에 폐기물이 잔뜩 쌓여있다.충북 광산 사무실 안에 폐기물이 잔뜩 쌓여있다.
수소문 끝에 업체 대표 L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L 씨는 “재활용 공장을 갖고 있는데, 설계 변경을 하고, 또 불이 나 가동이 늦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물건을 쌓은 건 인정하지만, 폐기물이 아니라 산업원자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자가 "계약서만 만든 상황에서 갑자기 물건을 가져다 놓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여러 번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L 씨는 “나는 환경을 푸르게 만드는 사람이고, 표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업체를 수사 중이고, 일부 사건은 다음 달 재판이 시작됩니다.

◆“올바로 시스템 한계 있어…감독 공무원 절대 부족”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지난 2002년 도입된 환경부 '올바로 시스템'에서는 폐기물 처리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등록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모든 과정을 일일이 감독할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에는 제대로 한 것처럼 등록해놓고 폐기물을 빼돌리면 추적할 길이 사실상 없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불법 폐기물 투기 조직을 감시하는 환경운동가 서봉태씨는 “현재 올바로 시스템을 가지곤 투기 조직을 발견할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반출, 수집, 운반, 최종 처리 이후에 올바로 시스템에 올리는데, 이 과정을 전부 따라다니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서 씨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국에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해 물량을 주고받는다”며 “바지사장을 내세워 임대하고 공동투자하는 등 범죄 조직 수입원이 폐기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령 회사와 바지사장을 동원한 조직적인 폐기물 투기를 막기 위해선 감시 인력 충원도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서 씨는 “현장 순찰을 공무원 혼자 한다”며 “현장 지도 단속에서 신변 위협을 당해도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폐기물이 쌓여 있는 공장.폐기물이 쌓여 있는 공장.
환경부는 이런 투기 조직을 근절하고자 해결책으로 폐기물 수집·운반 차량에 GPS 설치를 의무화하고 중간 가공 폐기물에 대해서도 올바로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습니다.

한 해 발생하는 폐기물 중 80%가 건설과 사업장 폐기물입니다. 이걸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장 오늘 밤에도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폐기물을 쌓아버릴지도 모릅니다. 이들을 막기 위해선 이렇게는 아예 돈을 벌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철저한 추적·감독과 강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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