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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만에 '신군부 균열'…정호용 5·18 진정서 의미는?

입력 2021-05-18 21:20 수정 2021-05-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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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군부 안에서 이렇게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취재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채승기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12·12를 맞아서 전두환 씨가 만찬을 할 때 정호용 씨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진정서를 낸 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또 전두환 씨의 말을 뒤집었잖아요.

[기자]

우선 영상을 한번 보시면요, 1년 반 전에 전두환 씨가 강남 식당에서 쿠데타 주역들과 만찬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때 정호용 씨도 참석을 했는데, 당시만 해도 이들 사이에 균열이 올 거라 예측하기가 좀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면서 정씨가 5·18 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서까지 내게 된 걸로 파악이 됩니다.

정씨는 진정서에 '자신이 5·18 주범으로 몰려서 억울하다', '나이가 아흔이어서 이제라도 명예를 회복하고 남은 생을 마감하고 싶다', 진정서를 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앵커]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건 결국 자기를 생각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광주 시민들을 생각한 게 아니라요. 그런데 보니까 사과를 놓고 '전두환 씨가 사과를 안 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인 건 또 뭡니까?

[기자]

우선 정씨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신군부 수뇌부가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겁니다.

정씨는 진정서에 '혼자라도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참배하여 명복을 빌고 국민 대통합에 기여하고 싶다', 이렇게 쓰기도 했는데 자신의 참모였던 김충립 씨에게도 이런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김충립/전 특전사 보안반장 : 총체적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명복을 빌고 광주시민들에게 사과를 할 용의도 있다. 전두환이가 못할 경우에 내라도 그리(사과를) 해야 되지 않느냐…]

결국 전두환 씨가 사과를 안 하면 나라도 해야겠다, 이런 건데 정씨는 정작 나는 책임이 없다, 억울하다면서 막상 또 사과를 말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보면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뒤만 안 맞는 게 아니라 들어보니까 표현도 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사과라는 표현보다는 사죄 또 용서를 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고, 그리고 보니까 사과할 용의가 있다는 말에도 좀 진심이 안 담긴 것 같기도 하고요. 사죄를 해도 광주 시민들이 받아들이는 건 또 별개의 문제겠죠. 그런데 보니까 전두환 씨가 계속 부정해 왔던 집권 계획, 또 헬기 사격을 언급한 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우선 전두환 씨의 친구이자 육사 동기 그리고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까지 역임한 정호용 씨의 말이라는 점에 좀 주목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핵심 인물이 전두환 씨와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낸 건데요.

정호용 씨는 진정서에 본인은 허삼수 씨 등 허씨들로부터 왕따를 당했고 5·18 당시에도 작전 지휘를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계속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아니지만, 주범이 누구인지 조사를 받게 되면 말할 용의가 있다' 이런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18일) 진정서 문건 자체를 공개한 건 저희가 처음인데 혹시 정호용 씨가 나중에라도 이 말들을 뒤집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기자]

우선 저희가 한 달 전에 입수한 문건에는 정호용 씨 자필서명과 인감도장까지 찍혀 있어서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게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 신군부 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정씨가 이들의 압박을 받고 입을 닫을 가능성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정씨가 입을 연다면 발포 명령자 등 41년간 풀지 못한 숙제가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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