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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시신들, 버린 밥으로 생존…"사죄 한마디 듣는 게 소원"

입력 2021-05-17 21:19 수정 2021-05-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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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재진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직접 들어 봤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신이 실려 나갔고 살기 위해서 일본인이 버린 밥을 주워 먹으며 버텼다고 했습니다. 이제 아흔을 넘겨 버린 피해자는 돈 보다는 사죄의 말을 듣는 게 소원입니다.

하혜빈 기자입니다.

[기자]

하루아침에 고향을 등진 15살 소년에게 선택권은 없었습니다.

[박신규/미쓰비시 사키토 탄광 강제동원 : 어디 가는지 모르고, 그냥 갔지. 일본 간다고. 안 간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배와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사키토 탄광이었습니다.

[정신영/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 강제동원 : 미쓰비시 회사에서. 거기 가면 좋다고, 일제강점기 때는 낮에는 밥 안 먹어. 아침 먹고 저녁밖에 안 먹었어. 그리고 (가정형편이) 곤란했어.]

공부도 하고, 돈도 준다는 말에 따라간 항공기 제작소.

집안 형편에 도움이 되겠다던 열 네댓살 소녀들의 작은 다짐은 지켜질 수 없었습니다.

[양금덕/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 강제동원 : 중학교 발도 못 딛고 일만 힘들게 하다 왔다, 그 말이지. 30만엔, 그때 지금 말로 준다고 그래가지고. 1원짜리 하나라도 못 받았잖아?]

탄광 안에선 끊임없이 목숨을 위협받았고,

[박신규/미쓰비시 사키토 탄광 강제동원 : 죽어서 나가는 사람이 많이 있더라고. 석탄 실은 놈(기차)에다 송장을 실어 나가는 걸 몇 번 봤지. 석탄 파다 흙이 막, 큰 둑이 무너지거든.]

하늘에선 공습이 일상이었습니다.

주린 배는 좀처럼 채울 수 없었습니다.

[양금덕/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 강제동원 : 일본 사람들 정신대가 있었어. 밥을 쓰레기 바퀴에 내버리거든? 주워서 먹으면 그놈도 못 먹게 발로 내놓으라 해가지고 발로 다 지근지근 밟아버리고 가.]

그토록 바라던 종전.

수십 년을 기다렸지만 사과나 배상은 없었습니다.

[정신영/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 강제동원 : 반성을 좀 하라고 해야지. 내가 노력했으니까 노력한 만큼 미쓰비시에서 월급 내놓으라고 그래야지.]

지난 1월 기준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는 2천 4백여 명.

매년 1천 명 안팎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양금덕/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 강제동원 : 지금 사죄 한마디 듣기가, 지금 그거 한마디. 나 돈 안 받아도 좋아. 사죄 말 듣는 게 내가 지금 소원이지.]

(화면출처 : 미국국립문서관리청·일본방송아카이브 / 화면제공 :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 제작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정아영·강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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